“AI 쓰느니 죽겠다”던 헐리우드…83세 거장 감독은 왜 AI 손잡았나
‘백룸’ 연출한 케인 파슨스 “생성형 AI 없애고 싶다”
거장과 신예 감독 사이 엇갈린 AI 시선 주목

83세거장의선택. "AI는창의적자유의원천"
이런 분위기 속에서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 영화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AI 기업에 고문으로 합류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지난 2일 AI 이미지 생성 스타트업 블랙 포레스트 랩스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파트너 겸 고문으로 합류했음을 공개했다. 블랙 포레스트 랩스는 이미지·영상 생성 모델 '플럭스(Flux)'를 개발한 기업으로,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회사에서 '비주얼 인텔리전스' 형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회사가 공개한 영상 속에서 그는 플럭스를 활용한 스토리보드 제작을 선보였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빠르게 시각화하고 즉시 공유할 수 있다"며 "AI가 창의성의 한계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사실상 AI 활용을 지지한 셈이다.
1942년생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그동안 새로운 기술 도입에 비교적 열린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2011년에는 영화 '휴고'를 통해 처음으로 3D에 도전하며 "3D를 가장 완벽하게 활용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고, 지난 2019년에는 영화 '아이리시맨'에 디에이징 기술을 도입해 당시 76세였던 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젊은 시절을 구현했다.

"창작자생계위협"…영화계반발도즉각
하지만 이러한 행보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단순한 흥행 감독이 아니라 미국 현대영화의 문법을 바꾼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과 선택이 영화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닥터 스트레인지' 등에 참여한 콘셉트 아티스트 칼라 오르티스는 AI 모델이 수많은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들의 작업물을 동의 없이 학습했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스코세이지 같은 거장이 창작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기술을 지지하다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최연소감독, "생성형AI를없애고싶다"
반면 영화 '백룸'을 통해 헐리우드 유망주로 떠오른 케인 파슨스 감독은 생성형 AI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3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도구를 사용하는 데서 아무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며 "할 수 있다면 생성형 AI를 영원히 없애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AI가 CG 보정이나 합성처럼 반복적인 시각효과 작업을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창작자로서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것은 창작의 목적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질문은'쓸것인가'에서'어떻게쓸것인가'로
AI가 창작자의 자리를 흔드는 위협이 될지, 영화의 상상력을 넓히는 새로운 도구가 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논쟁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오늘날 영화계가 AI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최근 AI로 제작한 각본과 출연자는 수상 후보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의 규정을 새롭게 발표했으나, 작품 제작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사실 자체는 배제 사유로 보지 않겠다는 기존 원칙은 유지했다. AI 사용 자체보다 인간 창작자의 기여도를 따지겠다는 의미다.
지난달 칸영화제에서도 AI는 주요 화두였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배우 데미 무어는 "AI가 진정한 예술이 비롯되는 인간의 영혼과 정신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인공지능과 싸우는 것은 우리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며 "영화계가 AI와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