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이 6·25 두고 “중국 ‘항미원조’ 알아보자” 초등생 강연 논란

한기호 2026. 6. 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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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국보훈 달 특화해설 기획·홍보물 논란
“6·25 전쟁, 서로 다른 해석” 양비론적 태도
韓中 초등생 시각차인 양…“항미원조” 배치
항미원조, “美에 대항” 北 도운 中 선전용어
8일 무렵 논란 확산에 9일 현재 강연 폐쇄돼
강연 접수는 5월 30일부터 시작…늑장대응
기념관 “中 왜곡 알리려던 의도와 달라 유감”
네티즌 “독립기념관이 日 식근론 소개한 격”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이 6월 호국보훈의 달 ‘특화해설’이라며, 6·25전쟁 침략 주체(1950년 10월 중공군 남하)로 국군·UN군을 희생시킨 중국측 시각을 소개하겠단 강연을 기획했다가 논란 직후 폐쇄했다.

침략당한 대한민국과 국군 시각에서, 전쟁사에 가장 민감해야 할 기관이 민족 전범(戰犯) 격인 북한군과 이에 가세한 중공군의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원조함) 일방 주장을 ‘양비론’으로 다룰 수 있냐는 비판이 적잖은 상황이다. 기념사업회장직이 백승주 전 회장 사퇴와 국민의힘 경북지사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상황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

[전쟁기념관 홈페이지 이미지 갈무리·제미나이 활용]


전쟁기념관 공식 홈페이지에는 초등학교 4학년 이상~성인을 대상으로 ‘6·25 전쟁, 서로 다른 해석-압록강을 바라보는 두 시선’이라는 제목의 호국보훈의 달 특화해설 프로그램이 전날(8일)까지 개설돼 교육 신청 접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쟁기념관 측은 9일 오전 중 해당 페이지를 고쳐 ‘접수 마감’ 상태이자 ‘점검중’이라고 공지하고 있다.

해설 개요엔 “6·25전쟁을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의 시각을 비교하면서, 6·25전쟁을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다”라고 쓰여있었다. 애초 상반된 피침략-침략국 간 입장을 ‘대조’ 아닌 ‘다양한, 비교’ 대상으로 치부한 셈. 북한 정권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5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중국인민지원군 참전에 ‘경의’를 표한다는 기념행보를 해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5년 10월 24일 중공군의 6·25전쟁 참전 제75주년 기념일(10월 25일)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찾아 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튿날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항미원조는 정의로운 전쟁”이라며 아전인수 격 역사 공정을 해왔다. 홍보물 일러스트에선 한국 교복과 현대식 빨간색 중국 체육복을 입은 두 ‘어린이’를 배치하고 ‘6·25 전쟁’과 중국의 참전 미화 선전용어인 ‘항미원조’를 동격(同格)의 비교대상인 듯 암시했다. 이 이미지는 이날 “점검중입니다” 알림으로 대체돼 있다.

전쟁기념관은 이 프로그램을 6월 13일과 25일 각각 시작하는 2회차 교육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첫 회차 교육은 접수 기간이 5월 30일부터 시작됐고, 10팀(팀당 1~2명) 신청 인원을 모두 채운 것으로 공지돼 있다. 2회차 교육 신청인원은 ‘0’이다. 접수 개시 열흘째에야 문제점을 인지하고 늑장 조치했단 점에서 파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전쟁기념관 관계자는 이날 “본래 기획했던 의도는 각 나라에 있는 전쟁기념관 시설에서 무슨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라며 “중국 단동에 있는 ‘항미원조 기념관’의 왜곡된 주장을 제대로 알려주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홍보물 일러스트에 대해 “의도와는 다르게 홍보물이 만들어져 유감스럽다”며 “오늘(9일) 오전 문제를 인지하고 이후 홈페이지에서 해당 게시글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쟁기념관 홈페이지 변경 전·후 갈무리]


전쟁기념관 측 조치에 앞서 소셜미디어에선 비난이 쇄도했다. 전날부터 X(옛 트위터)에선 “나라님들이 제대로 도셨다, 6·25 참전용사분들이 보면 기가 차겠다”, “초등학생들한테 6·25 전쟁 역사를 중국 입장에서 풀어내는 해설을 한다고? 전쟁기념사업회에서? 미친거냐” 등 반응이 잇따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당황한 네티즌이 적지 않다.

정치성향을 불문하고 “미쳐버린 전쟁기념관 교재”, “가짜뉴스 아니냐”, “항미원조 소리 하고 싶으면 북한에서 해라”, “(학술적이라고 전제해도) 기념관이 그런 일을 하는 곳이냐” 등 반응이 주를 이뤘다. 독립기념관 측 설명이 부족하다며 “내용을 봐야 알겠다”는 신중론이나 비공감 의견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독립기념관에서 맥락없이 ‘식민지 근대화론 관점에서 본 일제치하 36년’ 전시회 같은 거 하면 누가 좋게 보냐”는 반론도 나왔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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