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이 6·25 두고 “중국 ‘항미원조’ 알아보자” 초등생 강연 논란
“6·25 전쟁, 서로 다른 해석” 양비론적 태도
韓中 초등생 시각차인 양…“항미원조” 배치
항미원조, “美에 대항” 北 도운 中 선전용어
8일 무렵 논란 확산에 9일 현재 강연 폐쇄돼
강연 접수는 5월 30일부터 시작…늑장대응
기념관 “中 왜곡 알리려던 의도와 달라 유감”
네티즌 “독립기념관이 日 식근론 소개한 격”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이 6월 호국보훈의 달 ‘특화해설’이라며, 6·25전쟁 침략 주체(1950년 10월 중공군 남하)로 국군·UN군을 희생시킨 중국측 시각을 소개하겠단 강연을 기획했다가 논란 직후 폐쇄했다.
침략당한 대한민국과 국군 시각에서, 전쟁사에 가장 민감해야 할 기관이 민족 전범(戰犯) 격인 북한군과 이에 가세한 중공군의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원조함) 일방 주장을 ‘양비론’으로 다룰 수 있냐는 비판이 적잖은 상황이다. 기념사업회장직이 백승주 전 회장 사퇴와 국민의힘 경북지사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상황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
![[전쟁기념관 홈페이지 이미지 갈무리·제미나이 활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9/dt/20260609131302733uqad.png)
전쟁기념관 공식 홈페이지에는 초등학교 4학년 이상~성인을 대상으로 ‘6·25 전쟁, 서로 다른 해석-압록강을 바라보는 두 시선’이라는 제목의 호국보훈의 달 특화해설 프로그램이 전날(8일)까지 개설돼 교육 신청 접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쟁기념관 측은 9일 오전 중 해당 페이지를 고쳐 ‘접수 마감’ 상태이자 ‘점검중’이라고 공지하고 있다.
해설 개요엔 “6·25전쟁을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의 시각을 비교하면서, 6·25전쟁을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다”라고 쓰여있었다. 애초 상반된 피침략-침략국 간 입장을 ‘대조’ 아닌 ‘다양한, 비교’ 대상으로 치부한 셈. 북한 정권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5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중국인민지원군 참전에 ‘경의’를 표한다는 기념행보를 해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5년 10월 24일 중공군의 6·25전쟁 참전 제75주년 기념일(10월 25일)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찾아 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튿날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9/dt/20260609131304078byrv.png)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항미원조는 정의로운 전쟁”이라며 아전인수 격 역사 공정을 해왔다. 홍보물 일러스트에선 한국 교복과 현대식 빨간색 중국 체육복을 입은 두 ‘어린이’를 배치하고 ‘6·25 전쟁’과 중국의 참전 미화 선전용어인 ‘항미원조’를 동격(同格)의 비교대상인 듯 암시했다. 이 이미지는 이날 “점검중입니다” 알림으로 대체돼 있다.
전쟁기념관은 이 프로그램을 6월 13일과 25일 각각 시작하는 2회차 교육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첫 회차 교육은 접수 기간이 5월 30일부터 시작됐고, 10팀(팀당 1~2명) 신청 인원을 모두 채운 것으로 공지돼 있다. 2회차 교육 신청인원은 ‘0’이다. 접수 개시 열흘째에야 문제점을 인지하고 늑장 조치했단 점에서 파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전쟁기념관 관계자는 이날 “본래 기획했던 의도는 각 나라에 있는 전쟁기념관 시설에서 무슨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라며 “중국 단동에 있는 ‘항미원조 기념관’의 왜곡된 주장을 제대로 알려주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홍보물 일러스트에 대해 “의도와는 다르게 홍보물이 만들어져 유감스럽다”며 “오늘(9일) 오전 문제를 인지하고 이후 홈페이지에서 해당 게시글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쟁기념관 홈페이지 변경 전·후 갈무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9/dt/20260609131305475caeu.png)
전쟁기념관 측 조치에 앞서 소셜미디어에선 비난이 쇄도했다. 전날부터 X(옛 트위터)에선 “나라님들이 제대로 도셨다, 6·25 참전용사분들이 보면 기가 차겠다”, “초등학생들한테 6·25 전쟁 역사를 중국 입장에서 풀어내는 해설을 한다고? 전쟁기념사업회에서? 미친거냐” 등 반응이 잇따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당황한 네티즌이 적지 않다.
정치성향을 불문하고 “미쳐버린 전쟁기념관 교재”, “가짜뉴스 아니냐”, “항미원조 소리 하고 싶으면 북한에서 해라”, “(학술적이라고 전제해도) 기념관이 그런 일을 하는 곳이냐” 등 반응이 주를 이뤘다. 독립기념관 측 설명이 부족하다며 “내용을 봐야 알겠다”는 신중론이나 비공감 의견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독립기념관에서 맥락없이 ‘식민지 근대화론 관점에서 본 일제치하 36년’ 전시회 같은 거 하면 누가 좋게 보냐”는 반론도 나왔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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