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빼고 ‘하나의 중국’ 더하고… 깊어진 북·중 밀착, 고민 커진 韓 외교
대만 문제선 “하나의 중국”… 중·러 사이 북한의 균형 외교
통일부 “시주석, 군대 분야 교류 첫 공개적으로 언급” 주목
문 열리는 국경 통상구… 교역 확대와 북·중·러 신냉전 블록화
시험대 오른 대중국 외교… ‘단계적 접근론’ 한국의 고차방정식

북한과 중국 정상의 평양 만남으로 양국의 전략적 결속은 한층 강화됐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군사 분야의 밀착을 시사하는 이례적인 언급이 나와 정부가 주목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했던 한국 정부의 외교적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8일 정상회담에서 전통적 동맹을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확고히 했다. 특히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외교·법집행·군대 등 분야의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직접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시대) 북중관계에서 공개적으로 군대 분야 교류를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파악된다”며 “관련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중국 대표단에 둥쥔 국방부장을 비롯한 군사·외교·경제·국방 분야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도 이 같은 군대 분야 교류 논의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2019년 시 주석의 방북 때는 국방부장이 수행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평양에서 열린 연회에서 “올해 중조(북중)관계는 새로운 력사적 출발점에 서 있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의 의미는 양국 회담 결과에서 북한 비핵화나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언급이 통째로 사라진 점 등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시 주석은 과거 방북 당시 “조선 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며 중재자를 자처했다.
지금은 다르다. 북한이 ‘불가역적 핵보유국’을 천명한 지금 현재 중국은 사실상 핵 보유를 묵인·방조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당시에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의 이 기조는 이번 평양 방문에서도 이어졌다.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비핵화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동시에 북한을 향해서는 비핵화를 추구하는 미국을 상대할 때 중국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중국의 핵심 외교 목표인 대만 문제에서 확실하게 중국 편을 들며 밀착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조중 관계 발전을 국가의 가장 중대한 제1 전략사업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조선은 앞으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중국이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취하는 정책과 입장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미국 대통령에게 대만 무력 통일 시나리오를 시사할 만큼 민감한 주제에 대해 북한이 확고한 지지를 보낸 것이다.
중국 관점에서는 러시아 대통령을 베이징에서 맞이한 데 이어 북한과의 관계까지 다지면서, 중국 중심의 ‘중국-러시아-북한’ 연대를 더욱 두텁게 하는 효과를 냈다.
이번 중국 대표단에 군사·외교·경제·국방 분야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만큼, 향후 양국 간 공조는 과거보다 광범위한 범위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국경 통상구 전면 재개통을 비롯해 경제무역, 농업, 건설, 과학기술, 의료 분야의 실질적 협력을 직접 언급했다.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에 이어 중국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확보하면서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고 핵무력 강화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 노선에 박차를 가할 모멘텀을 얻었다.
이로 인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중국의 역할을 기대했던 한국 외교 당국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북한을 국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는커녕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동북아 신냉전 구도만 더욱 짙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상화했다고 강조해온 대중국 외교가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북 제재의 실효성이 약해진 현실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단계적 접근 방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비핵화를 향해 가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 핵물질 해외 반출 저지(모라토리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만 단기 목표로 잡고 협상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를 의제로 한 대화를 원천 거부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및 대중 전략 재점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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