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장증후군, 콩밥 피하세요"… 전문의가 추천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지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단순한 긴장 반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오래 반복된다면 과민성장증후군(IBS)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내시경이나 CT와 같은 정밀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복통과 설사·변비가 끊이지 않아 삶의 질이 많이 저하될 수 있다. IBS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5%가 앓고 있어 상당히 흔한 질환이지만, 검사를 통해 진단되기가 쉽지 않아 실제 증상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과 전문의 김용성 원장(장편한김용성내과의원)은 "IBS는 치료만큼이나 관리도 중요한 병"이라고 말했다. 어떤 관리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까. IBS로 인한 통증의 원리부터 올바른 관리법, 특히 식습관을 중점으로 김 원장에게 자세히 들어본다.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배가 아픈 분들이 많은데, 이게 모두 과민성장증후군인가요?
스트레스만 받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분들이 많죠. 이런 증상이 오랫동안 반복되고 여러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진단합니다. 가장 중요한 증상은 복통이고, 동반해서 배변 형태나 횟수가 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4.5% 정도가 앓고 있고, 우리나라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만 진단 기준에 따라 차이가 큰데, 최근 인제대 의대생과 간호대생 약 440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엄격한 기준으로 11.6%, 좀 더 느슨한 기준으로는 17.7%까지 나왔습니다.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병원에 가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증상은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고, 동시에 배변 형태나 횟수에 변화가 있을 때입니다. 반복적으로 배가 아플 때마다 변이 너무 물러지거나 딱딱해지거나, 너무 자주 보거나 잘 못 보는 증상이 동반되면 과민성장증후군을 의심해야 합니다. 전형적인 증상만으로 진단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염증성 장질환이나 대장암 같은 기질적인 원인이 없다는 것을 검사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시경이나 CT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왜 이렇게 아픈 건가요?
통증을 느끼는 것은 결국 신경과 뇌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기전은 '내장 과민성'인데요. 직장에 풍선을 넣고 팽창시켜 압력을 주는 실험을 해보면, 정상인은 일정 압력 이상에서 통증을 느끼지만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는 더 낮은 압력에서 통증을 호소하고 심지어 풍선만 넣고 팽창을 시키지 않아도 아프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얼음물에 손을 담그게 하는 다른 신체 부위의 통증 실험에서는 정상인과 똑같이 잘 참습니다. 즉 모든 통증에 예민한 게 아니라, 유독 장에서 올라오는 신호에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이 있나요?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은 스트레스와의 연관성입니다. 또 심한 장염을 앓은 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감염 후 과민성장증후군'이라는 용어도 따로 있습니다. 살모넬라 같은 심한 장염이 대유행한 지역에서 환자가 급증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학대 경험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미세 염증을 일으켜 증상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활발합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도 IBS에 걸릴 확률이 높나요?
과민성장증후군 환자가 우울·불안에 걸릴 확률이 3배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울이나 불안이 있는 환자도 상당수가 과민성장증후군 증상을 가지고 있고, 이런 정신적 문제에서 시작해 병이 생기기도 합니다. 정신적 문제와 장 증상은 상호작용이 크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IBS는 주로 어떤 분들에게 잘 생기나요?
주로 20~40대 젊은 층에서 많이 생깁니다. 특히 여성 비율이 월등히 높은데, 일반적으로 2:1 정도이고 대학병원에서 치료받는 증상이 심한 환자군에서는 5:1까지 올라갑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호르몬, 심리적 요인, 장내 미생물 차이 등이 거론됩니다. 또한 복부 팽만감 같은 증상은 사회적으로 여성 외모에 대한 미적 시선과 맞물려 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증상을 악화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IBS 환자가 특히 피해야 할 음식이 있나요?
음식은 스트레스와 함께 가장 중요한 악화 요인입니다. 가장 많이 연구된 개념이 '포드맵(FODMAP)'인데, 우리 몸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발효되기 쉬운 단당류를 말합니다. 한국인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라면이 1위였고 자장면, 피자 같은 밀가루 음식과 기름진 음식이 상위에 올랐습니다. 모두 포드맵 성분이 많고 고지방인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포드맵 식단은 어떻게 실천하는 건가요?
포드맵이 많은 음식을 모두 배제하고 시작해서, 증상이 좋아지면 하나씩 다시 시도해 보는 방식입니다. 사과를 반쪽 먹어보고 괜찮으면 다음 음식으로 넘어가고, 증상이 다시 생기면 그것을 원인으로 보고 평소 식단에서 빼는 전략입니다. 다만 다 빼면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어 전문 영양사의 개입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습니다.
김치 같은 한국 음식은 어떤가요?
김치에는 마늘, 양념류, 고추장 등 고포드맵 식재료가 많이 들어가 있어 서양 기준으로는 고포드맵 식품입니다. 그런데 임상에서 환자들이 김치 때문에 증상이 심해진다고 호소하는 경우는 의외로 적습니다. 아마도 발효 식품이라는 특성 때문인 듯 한데, 익은 김치는 발효 과정에서 고포드맵 성분이 줄어들면서 증상을 덜 일으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생김치는 고포드맵 상태이므로 증상을 더 일으킬 수 있습니다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이 IBS에 도움이 되나요?
일부에서 도움이 됩니다. 모든 증상이 좋아지지는 않지만 복통이나 팽만감 개선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유산균이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어서, 균주에 따라 효과가 다릅니다. 따라서 일반적 장건강 개선 목적이 아닌 과민성장증후군 증상을 위해서라면 과민성장증후군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 연구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과민성장후군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우울∙불안에 효과가 있는 균주도 사용됩니다. 또한 메인 치료가 아니라 보조 치료로, 약 4주 정도 복용해 보고 효과가 없으면 다른 균주로 바꿔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품에 들어 있는 첨가물이 오히려 고포드맵일 수 있어 팽만감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중해식 식단도 IBS에 좋다고 하던데, 저포드맵과 어떻게 다른가요?
저포드맵은 특정 음식을 빼는 개념이고, 지중해 식단은 좋은 음식(올리브유, 콩, 생선, 야채, 과일)을 다양하게 먹자는 개념입니다. 지중해 식단에는 포드맵 성분도 그대로 포함되지만,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과 항염 효과로 증상을 개선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영양사 도움 없이도 일반인이 접근하기 쉬운 식단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과하게 먹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요즘 올리브유를 스틱 형태로 매일 들이키는 분들이 있는데, 칼로리도 높고 다양성을 해치는 방식이라 권하지 않습니다.

식이섬유는 IBS에 좋은가요?
식이섬유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물에 녹는 수용성 섬유질은 도움이 됩니다. 반면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섬유질(통곡물, 과일 껍질, 일부 야채 등)은 장에서 발효되어 가스를 많이 만들면서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치료 목적에서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IBS도 종류가 있다고 하던데요?
네, 설사 우세형, 변비 우세형, 둘 다 나타나는 혼합형, 분류가 어려운 미분류형 네 가지로 나뉩니다. 혼합형이 약 40%로 가장 많고, 순수 설사형과 변비형은 각각 15% 정도입니다. 삶의 질 측면에서는 설사형이 가장 힘듭니다.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해서 외출이나 여행이 어렵고, 버스를 못 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료 현장에서 만난 한 학생 환자는 한 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화장실 때문에 지하철로 세 번 갈아타며 한 시간 반에 걸쳐 학교에 다닌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IBS의 약물 치료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환자의 주증상에 따라 달라집니다. 변비형이면 변을 잘 보게 해주는 약, 설사형이면 설사를 멈추는 약을 쓰는데, 두 군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통증 조절입니다. 일반적인 지사제는 설사는 멈추지만 복통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장 수축을 줄여 통증을 개선하는 진경제를 흔히 사용하는데, 이에 반응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 더 효과가 좋은 약으로 라모세트론 같은 5-HT3 수용체 억제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약은 장에서 수분 분비와 운동성을 줄여 설사를 멈추고, 동시에 뇌로 전달되는 통증 신호도 차단해 통증까지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복잡한 식단을 지키기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 한 가지만 꼽는다면요?
주식인 밥부터 바꿔보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 콩밥이나 잡곡밥보다는 쌀밥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콩은 가스를 많이 일으키지만, 쌀은 거의 바로 흡수되어 발효되지 않기 때문에 가스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것만 바꿔도 좋아지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또 아침에 사과를 우유에 갈아 꿀까지 타서 마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세 가지 모두 포드맵이라 IBS에는 좋지 않습니다. 콩을 꼭 드시고 싶다면 두부, 그것도 모두부를 권해드립니다. 모두부는 만드는 과정에서 간수가 빠지면서 포드맵 성분이 많이 제거됩니다. 반면 순두부에는 포드맵 성분이 그대로 남아있어 권해드리진 않습니다.
식습관 외에 다른 생활 관리법은요?
적당한 운동이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합니다. 근육을 서서히 이완시키며 스트레스를 푸는 점진적 이완법, 요가, 명상, 좋아하는 음악 듣기 등이 효과적입니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만으로도 복통과 설사가 꽤 효율적으로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IBS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과민성장증후군은 죽는 병이 아닙니다. 좀 힘들 뿐이고,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검사상 아무 이상 없다는데 왜 아프냐"는 것입니다. 이유를 모르니 더 힘들 수 있는 것이죠. 이럴 때 가족과 친구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환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또 한 가지 당부드리면, 오랫동안 과민성장증후군으로 만성적인 증상이 있던 환자라도 새롭게 생긴 증상까지 과민성장증후군 때문이겠지 하고 무심히 넘기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0~40대가 되어 새로운 증상이 생기거나 나이에 맞는 검진 시기가 되면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꼭 받으시기 바랍니다.
권태원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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