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못 믿어" 한일, 미국 중요도 인식 하락… '한미일 안보 협력' 필요성엔 굳건 [한일 공동여론조사]

손성원 2026. 6. 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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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요미우리 2026 한일 공동 여론조사]
"美가 中보다 더 중요" 한일 모두 10%p↓
"트럼프 신뢰" 韓 14.7%, 日 20%... 약 10%p↓
韓 70.6%, 日 65% "우호국과 연대 강화 긍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국민의 미국의 중요도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도 집권 1기 때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동맹국을 향한 과도한 압박이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일보가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실시한 '2026 한일 공동 여론조사' 결과, '앞으로 한국(일본)에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해질지' 묻는 질문에 미국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58.1%, 약 63%로 집계됐다. 각각 69.3%, 약 72%에 달했던 지난해에 비해 양국 모두 10%포인트(p)가량 하락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확대오찬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도 양국 모두 크게 하락했다. 한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4.7%에 불과했다. 일본에서는 약 20%가 '신뢰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당시인 2018년(한국 33.3%, 일본 약 24%), 2019년(한국 33.4%, 일본 약 29%) 조사보다 9~11%p가량 크게 하락한 수치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82%, 일본인은 약 62%에 달했다. 2018년 조사에서는 한국인 61.8%, 일본인 약 68%가, 2019년 조사에서는 한국인 59.9%, 일본인 약 57%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을 향한 과도한 압박과 동맹 가치를 경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월 8일 "국제법이 필요 없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노골화했고, 2월 말 이란 전쟁 개시 후 동맹국들을 향해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 군사 작전에 동참할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독일이 반발하자 주독미군을 5,000명 감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1월 다보스포럼 당시 국제법과 규칙에 의한 질서가 무너지고 강대국 중심 질서가 새롭게 형성되는 상황에서 중견국들이 연대해 독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의 연설을 해 큰 주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28일 도쿄 아카사카궁에서 미일 무역 협정에 서명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그러나 양국 국민 모두 미국과의 협력 자체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태도에 대해, 동맹국으로서 협력을 강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강화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61.4%에 달했다. 일본은 강화해야 한다(약 41%)는 의견과 반대(약 42%) 의견 모두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올해 처음으로 조사한 '안전보장 측면에서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일본과 영국, 호주 등 국제법을 중시하는 우호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한국인의 70.6%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일본인도 65%가 긍정적으로 봤다.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한국 23.5%, 일본 약 16%로 조사됐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아울러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한 지지는 양국 모두 매우 높게 집계됐다. 한국인 85.3%, 일본인 약 81%가 한미일 3개국의 안전보장 협력 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해(한국 85.1%, 일본 약 83%)와 비슷한 수치다.

중국을 위협으로 보는 인식은 양국 모두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중국이 미국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 한국인은 35.2%, 일본인은 약 18%에 달했다. 한일 모두 지난해(한국 21.5%, 일본 약 16%)보다 올랐다.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한국의 52.6%가, 일본의 약 26%가 '그렇다'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한국 42.0%, 일본 약 23%)보다 상승했다. 중국 군사력 증강에 대해 한국인과 일본인 각각 76.0%, 약 80%가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편집자 주] 이렇게 조사했다
한국일보는 광복 50주년을 맞은 1995년부터 6월 9일 창간 기념일에 맞춰 일본에서 최대 부수를 발행하는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과 함께 '한일 국민의식 공동 여론조사’를 31년째 실시하고 있다. 초창기는 부정기적으로 조사했으나 2013년부터는 매년 진행하고 있다.
한일 양국 국민의 한일관계, 상대국 신뢰도·친밀도, 중국·북한 등 주변국 인식 평가 문항을 매해 빠짐없이 넣고, 여론조사 당시 현안에 대해 양국 국민에게 동일한 문항을 질문한 뒤 비교한 결과는 그 자체로 역사적 자료가 됐다.
한국일보의 올해 조사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8세 이상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휴대폰 면접조사 방식으로 지난달 14, 15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요미우리신문은 사내 여론조사부를 통해 지난달 15~17일 18세 이상 일본인 1,040명을 상대로 유무선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국일보는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요미우리는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해 수치를 표기한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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