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듣게 된 父 ‘죄명’…제주4.3 유족 “기록이라도 알게 해달라”

김찬우 기자 2026. 6. 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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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재심, 역사의 기록] (133) 3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20명 무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아는 것 없이 산에 올랐다가 항복하라는 말에 내려왔다가 형무소로 끌려간 뒤 희생된 아버지, 그 와중에 서북청년단에 살해된 어머니. 그런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양자가 된 아들.

기구한 운명의 4.3희생자 유족은 돌아가신 양부의 기록만이라도 보고 싶다며 한탄했다.

9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김상훈 부장)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강두근 등 20명에 대한 제3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을 진행했다. 

재판으로 무죄를 선고, 명예를 회복한 희생자는 강두근, 강반삼, 강열, 고예구, 양관표, 김해주, 부덕현, 송정석, 신상균, 이덕삼, 강영반, 김평기, 문동화, 송경욱, 양시우, 오창우, 김관성, 김서규, 강군열, 강기호 등 모두 20명이다.

희생자들은 무허가 집회, 남로당, 불온삐라, 5.10 총선거 반대, 3.1절 기념행사, 위원회 조직, 무장대 협력 등 포고 제2호, 법령 제19호 위반 등 혐의로 징역형 및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모두 증거도 없이 끌려가 처벌받은 억울한 사례다. 

이날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한 4.3유족은 검사가 읽은 공소사실 내용도 처음 들었다며 양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 경위를 알고 싶은데 알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양부의 아들로 살게 됐다. 그렇게 살 것이라면 희생된 기록이라도 알고 싶은데 목포형무소에 연락하니 기록이 모두 불에 타서 없다고 한다"며 "오늘 공소사실 요지도 처음 들었는데 이런 기록들을 열람할 기회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합수단 장지철 검사는 "이념과 공권력의 이름으로 부모와 형제자매, 자녀를 잃은 가족들은 말 못할 고통 속 통한의 세월을 보내왔다"며 "재심을 통해 국가 공권력의 위법과 부당함을 바로잡고 더 이상 이 같은 비극이 없길 바란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변호를 맡은 최낙균 변호사는 "2017년 최초 희생자 재심 청구 이후 9년여간 제주지방법원에서는 다른 지역 법원과 다른 풍경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며 "형사대법정에서 유죄가 아닌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주기적으로 선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유족들은 그동안 겪은 고통의 세월과 뒤늦은 무죄에 대한 감동과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제주지법만의 특별한 일상"이라며 "늦게나마 잘못을 바로잡은 민주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사자 억울함만이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날 재판이 희생자와 유족 모두의 상처에 조금이나마 치유이길 희망한다"며 "특별재판부를 구성한 재판부, 건국 이래 찾기 힘든 대규모 재심에 노력 중인 합동수행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부장판사는 "돌아가신 이후에야 무죄 판결이 내려진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 선고가 억울함을 풀고 희생자와 유족이 겪은 고충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26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9월23일)
김봉호, 강창우, 양영춘, 현순종, 고성춘, 한우섭, 홍두표, 이동준, 임백기, 고원식, 조경호, 임기방, 이경문, 문기남, 김순경, 강을생, 윤수형, 이승택, 기경출, 송휴진

27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10월28일)
고창림, 강순홍, 문춘옥, 홍남하, 김창희, 김신림, 강순현, 김윤희, 고사만, 양병호, 배문경, 강상보, 박창효, 양을평, 박윤지, 오도연, 강주남, 신찬호, 김석구

28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10월28일)
안덕찬, 좌중호, 강승호, 신응반, 신응두, 김군택, 강병호, 현병림, 현기정, 문상기, 오규환, 강기종, 이수성, 양남호, 백우현, 이세근, 이계춘, 김용주, 이성규, 문보택

29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10월28일)
고완병, 김필순, 강위풍, 윤학석, 진윤식, 최문빈, 강효생, 김용철, 강영호, 강희찬, 임한준, 강승홍, 강성봉, 한석도, 오희윤, 강장성, 임평문, 조화옥, 송운옥, 오진옥

6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5년 11월25일)
김병규, 김종인, 김화윤, 김능환, 백창순, 양원춘, 이성수, 강창겸, 김남형, 문진옥, 김성오, 김세홍, 손석규, 현인하, 김규현, 김현수, 고창룡, 정원호, 강창균, 송두경, 양이운, 김구하, 김의창, 양문오, 문지윤, 양철호, 이완형, 김규림, 김두호, 김인하, 이태훈, 양시우, 고치영, 홍옥녀(이명 홍옥례), 강반삼, 강창언, 김희현, 최병호

30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2월10일)
강기춘, 오형준, 고창선, 정철훈, 신수길, 한공칠, 이기선, 신수용, 오창현, 이재공, 문철수, 정삼길, 이용준, 이남호, 김정생, 김상호, 한봉섭, 김상백, 조창휴, 장치만

3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2월10일)
김두창, 오봉언, 김두관, 오봉진, 허기열, 강인화, 고석준, 홍진표, 양동익, 한창숙, 김상호, 백운기, 신덕칠, 문시용, 안임생, 김귀호, 김승부, 김보준, 강기택, 백경훈

3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4월21일)
강순정, 고순향, 고창진, 고태욱, 김영두, 김태호, 문도현, 박창송, 박창호, 박성순, 양경하, 양능용, 양지학, 오두규, 정순모, 한재은, 한태화, 함시종, 현홍식, 홍남두

33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4월21일)
한석기, 양신봉, 박중흠, 오동학, 고시진, 강태백, 허두문, 고근수, 김한추, 윤덕빈, 김정호, 현주규, 정생두, 양진원, 현성우, 현경호, 현원학, 채치만, 김봉추, 홍술생 

3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6년 6월9일)
강두근, 강반삼, 강열, 고예구, 양관표, 김해주, 부덕현, 송정석, 신상균, 이덕삼, 강영반, 김평기, 문동화, 송경욱, 양시우, 오창우, 김관성, 김서규, 강군열, 강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