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레미콘 운송기사 파업 이틀째…건설현장 줄줄이 멈춰

김찬호 2026. 6. 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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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단가 인상 놓고 노사 대치 이어가
수도권 주택·대형 사업장 공기 차질 우려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운반비 인상과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 = 뉴스1 제공

수도권 레미콘 운송기사 파업이 이틀째 계속되면서 수도권 건설현장 곳곳에서 골조 단계 공정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시공 일정에 차질을 빚어 공기 지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 멈춘 첫날부터 건설사 골조 공정 전면 중단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 있는 일부 건설현장에서 공정이 중단되는 사업장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현대건설은 파업 시작 당일 레미콘 타설 단계에 있는 사업장의 공정 중단에 돌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골조 단계에 있는 대부분의 현장이 멈춰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며 "수도권 현장 대부분이 노조 소속이다 보니까 정상 운행을 하는 업체를 파악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대우건설 역시 수도권 대부분 현장에서 공정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4곳 정도 레미콘 타설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며 "현재는 모두 중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휴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사 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레미콘은 생산 후 짧은 시간 안에 사용해야 하는 특성상 재고를 비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급과 운송이 동시에 중단되면 콘크리트 타설 공정이 즉시 멈출 수밖에 없다.

특히 주택 현장뿐 아니라 반도체 공장 등 대형 공사 현장의 경우 골조 공정이 지연되면 후속 공정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아 준공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SK·삼성 반도체 현장도 비상…건협, 정부 중재 요청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현장 시공사들은 레미콘 파업에 대비해 일정을 조정해둔 상태"라며 "파업 전 레미콘 타설이 필요한 작업은 일정을 앞당겨 진행했고, 대안 공정이 가능한 작업은 순서를 뒤로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현장에 일부 영향은 있으나 공정 조율을 통해 대체 작업을 검토하는 등 영향 최소화에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건설협회는 8일 국토교통부에 건의문을 제출하고 노조와 레미콘 제조사 간 협상 재개를 위한 중재를 요청했다.

건협은 "레미콘 반입이 중단될 경우 주요 공정 차질이 불가피해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등 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등 국가 첨단산업 건설 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건설업계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또 건협은 운송거부 장기화에 대비해 수도권 내 배치플랜트(현장 레미콘 생산설비) 설치 요건 완화 등 공급 안정화 방안 마련도 건의했다.

■서울행정법원, 레미콘 운송기사 근로자 인정…"교섭 요구는 당연한 권리"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전운련)은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의 운송단가 인상과 통일 교섭체계 도입을 요구하며 전날부터 전면 휴업에 돌입했다. 이번 휴업에는 조합원 약 8000명과 레미콘 운송장비 1만1000여대가 참여했다.

레미콘 운송기사는 레미콘 제조사에 고용된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형태의 노무제공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들의 요구 방식이 달라졌다. 기존에는 수도권 12개 권역별로 운송비 협상을 각각 진행해왔지만, 이번엔 수도권 전체를 하나로 묶어 단일 교섭 테이블에 앉겠다는 것이다. 올 2월 서울행정법원이 레미콘 운송기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운송노조를 합법 노조로 인정한 판결이 배경에 있다. 지역별 사업자단체가 아닌 노조로서 개별 공장이 아닌 수도권 전체를 상대로 교섭권을 행사하겠다는 논리다.

전인철 전운련 교육홍보선전국장은 "올 2월 법원에서 레미콘 운송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했다"며 "근로자들을 대변해 사측에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교섭 권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제 1차 교섭이 있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성사되지 못했다"며 "향후 예정된 교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찬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