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젠슨 황이 넓힌 K-AI 동맹, 한국 경제 새 활력 되길
지난 나흘간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행보는 한국이 피지컬 AI(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SK·LG·현대자동차·네이버·두산 등 주요 기업 총수들과 잇따라 만나 AI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며 “지금은 한국의 순간(Now is Korea’s moment)”이라고 했다. 생성형 AI를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제조 강국 한국과의 협력 가치가 더욱 커졌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제시됐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차세대 AI 메모리와 AI 팩토리 구축에 나서고, SK텔레콤은 AI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과 자율주행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고, LG는 피지컬 AI와 스마트팩토리, 로봇 분야 협력을 확대한다. 현대차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네이버는 엔비디아 플랫폼 기반의 AI 팩토리 구축과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을 넘어 AI 인프라와 제조, 모빌리티 전반으로 확장된 협력 구상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엔비디아의 한국 AI 기술센터 설립 추진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관련 인력 채용에 착수했고, 디지털 트윈과 로보틱스, 휴머노이드 AI 분야에서 국내 연구진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새만금 첨단산업 클러스터에 엔비디아의 참여를 제안하자 젠슨 황이 새만금을 ‘AI 밸리’로 육성하는 구상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흐름이다. AI 연구개발과 첨단 제조 협력이 본격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AI 거품론이 제기되지만 AI 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AI와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나서고 있고, 중국과 중동 국가들도 국가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I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와 제조 역량을 가진 한국이 이를 AI로 고도화한다면 저성장 국면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하되 자체 AI 모델과 소프트웨어, 차세대 반도체 경쟁력도 함께 키워야 한다. 제조·로봇·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독자적인 데이터와 응용 기술을 축적해 AI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전력과 부지 문제를 해결하고, 인재 양성과 규제 혁신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은 기술 경쟁인 동시에 속도 경쟁이다. 젠슨 황의 방한이 이벤트가 아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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