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이어 당뇨까지…GLP-1 승부처, 이번엔 알약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치료제가 있다.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로 주목받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치료제다.
지금까지 시장의 중심은 '위고비'(비만), '오젬픽'(당뇨병), '마운자로'(비만·당뇨병) 같은 주사제였지만, 경쟁은 먹는 약으로도 옮겨가고 있다.
선두 주자인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경구용 GLP-1 치료제 시장을 놓고 정면 승부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라이 릴리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 2026 과학세션(ADA 2026)에서 경구용 GLP-1 치료제 '파운다요'(성분명 오르포글리프론)의 제2형 당뇨병 임상 3상 결과 3건을 공개했다. 이미 비만 치료제로 허가된 파운다요를 당뇨병 치료제로도 확대하기 위한 데이터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ACHIEVE-3 연구에서 파운다요는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 세마글루타이드보다 혈당 강하와 체중 감소 지표 모두에서 더 큰 개선 효과를 보였다.
주사제 경쟁, 이제 알약으로 옮겨붙었다
노보 노디스크는 2019년부터 제2형 당뇨병 치료용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제품인 '리벨서스'를 판매해 왔다. 이후 주사제 오젬픽의 높은 인지도를 활용해 경구 제형을 일부 조정한 제품을 '오젬픽' 알약으로 다시 내세웠다.
릴리의 이번 직접 비교 연구는 브랜드명 변경 이전의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용량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노보의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7mg·14mg과 파운다요 9mg·17.2mg을 비교했다.
그 결과 ACHIEVE-3에서 52주 치료 후 당화혈색소(A1C)는 파운다요 9mg군에서 평균 1.9%p(포인트), 17.2mg군에서 2.2%p 낮아졌다. 반면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7mg군은 1.1%p, 14mg군은 1.4%p 감소했다. 릴리는 최고 용량끼리 비교했을 때 파운다요의 상대적 혈당 강하 폭이 57.1% 더 컸다고 설명했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간 평균 혈당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제2형 당뇨병 치료 효과를 평가할 때 가장 널리 쓰인다.
정상 혈당 범위에 가까운 당화혈색소 5.7% 미만에 도달한 비율도 파운다요군에서 더 높았다. 최고 용량 기준으로 파운다요 17.2mg 투여군의 37.1%가 당화혈색소 5.7% 미만을 달성했다.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14mg 투여군에서는 이 비율이 12.5%였다.
체중 감소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파운다요 17.2mg을 투여한 환자는 평균 체중의 약 9.2%, 약 19.7파운드(약 8.9kg)를 감량했다.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14mg군은 평균 5.3%, 약 11파운드(약 5.0kg) 감소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효능 추정치'를 기준으로 분석됐다. 이는 모든 환자가 치료를 계획대로 지속했다는 전제에서 약효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GLP-1 계열 약물은 메스꺼움, 구토 등 위장관 부작용으로 복약 지속 여부가 치료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혈당 낮추고 체중도 더 줄였다
릴리는 파운다요를 노보의 경구 세마글루타이드뿐 아니라 다른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와도 비교했다. ACHIEVE-2 연구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SGLT-2 억제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와 맞붙었다.
포시가는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처음 허가받은 경구용 치료제다. 이후 심부전 입원 위험 감소, 심부전, 만성 신장질환 등으로 사용 범위를 넓혀 왔다.
ACHIEVE-2 연구에는 메트포르민 치료에도 혈당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 962명이 참여했다. 40주 시점에서 파운다요는 기준 당화혈색소 8.1%였던 환자의 수치를 최대 평균 1.7%p 낮췄다. 포시가군의 감소폭은 0.8%p였다.
더 엄격한 혈당 조절 목표로 쓰이는 당화혈색소 6.5% 이하에 도달한 비율도 파운다요군에서 높았다. 최고 용량인 파운다요 17.2mg군에서는 최대 68.6%가 이 기준에 도달했다. 포시가군에서는 이 비율이 22%에 못 미쳤다. 체중 감소 지표에서도 파운다요가 포시가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릴리는 인슐린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ACHIEVE-5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이 연구는 기저 인슐린인 인슐린 글라진 용량을 조절해 쓰는 환자에게 파운다요 또는 위약(가짜약)을 추가해 40주 동안 비교한 임상이다. 그 결과 파운다요를 함께 쓴 환자들은 위약군보다 혈당이 더 많이 낮아졌고, 체중 감소 효과도 더 크게 나타났다.
앞서 공개된 ACHIEVE-4 연구에서도 파운다요의 효과는 확인됐다. 이 연구는 비만이 있거나 과체중이면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파운다요와 인슐린 글라진을 비교했다. 파운다요는 혈당을 낮추는 효과에서 인슐린 글라진에 뒤지지 않았고, 혈당 개선과 체중 감소 폭은 오히려 더 컸다. 주요 심혈관 사건(MACE) 위험도 인슐린 글라진군보다 16% 낮았다.
회사 측은 이들 임상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2분기 말까지 미국에서 파운다요의 제2형 당뇨병 적응증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FDA의 '커미셔너 국가 우선심사 바우처'(Commissioner's National Priority Review Voucher) 제도를 활용해 심사 기간을 몇 개월 수준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파운다요가 당뇨병 적응증까지 확보하면 릴리는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모두 겨냥하는 경구용 GLP-1 치료제를 갖게 된다. 노보 노디스크 역시 경구 세마글루타이드로 두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GLP-1 경쟁은 주사제에서 알약으로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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