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35 전투기 능가 꿈꿨는데… 프랑스∙독일∙스페인 공동개발 무산

정승임 2026. 6. 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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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등 주도권 둘러싼 갈등에 9년 만에 좌초
프랑스는 독자 개발, 독일은 타국과 협력 검토
F-35 전투기가 2023년 6월 29일 이스라엘 남부의 하체림 공군기지(Hatzerim Airbase)에서 열린 이스라엘 공군 조종사 졸업식 행사 중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역사상 ‘최대 무기개발 합작 프로젝트’로 불린 프랑스∙독일∙스페인 3국의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이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 끝에 결국 무산됐다. 1,000억 유로(약 176조 원)를 들여 미국의 F-35를 능가하는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안보 무임승차’ 비판이 거세지면서 자체 방위 역량을 강화하려는 유럽의 노력이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최근 미래전투공중체계(FCAS) 사업에 참여하는 방산 기업 간에 수개월째 지속된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을 접기로 했다. 다만 전투기를 제외한 무인기(드론) 시스템 개발 등 나머지 사업은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FCAS는 6세대 전투기와 전투용 드론을 포함하는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로 프랑스와 독일은 2017년 라팔과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대체할 6세대 전투기를 2040년까지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2년 후엔 스페인도 합류했다. 완성도 높은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 성능을 능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합작 사업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과 유럽간 대서양 동맹에 균열이 생기면서 유럽의 공동 방위 노력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여겨졌다.


왜 좌초됐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해 11월 1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디지털 주권 정상회의(European Digital Sovereignty Summit) 당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쳐다보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프랑스 참여기업인 다쏘와 독일∙스페인 참여 기업인 에어버스가 사양과 지분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핵무기를 탑재하고 항공모함에 운용 가능한 기종을 원했던 프랑스와 달리 핵보유국이 아닌데다 항공모함도 없는 독일은 최대한 많은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중량급 전투기를 선호한 것이다. 메르츠 총리는 올 2월 “항공모함에 착륙할 수 있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투기는 독일 공군에 필요하지 않다”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다쏘가 막대한 지분과 하청업체 선정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요구한 것도 협력의 걸림돌이었다.


유럽 공동 방위 노력에 큰 타격

2023년 6월 18일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열린 국제 파리 에어쇼 기간에 촬영된 미래전투공중체계(FCAS)의 차세대 전투기 모형. AFP 연합뉴스

3국의 합작 전투기 무산 결정은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고 미국이 유럽의 재무장을 압박하는 시점에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FCAS 프로젝트 좌초는 수십 년간 국방 투자 부족과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고 미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의 공동 방위 노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진단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CAS는 유럽 안보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간 군사장비 조달의 비효율, 호환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그러나 각 정부와 방산업체가 국경을 넘어 협력하는 과정의 한계, 군사력 재건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짚었다.

합작 사업이 무산되면서 전투기 공백을 막아야 하는 독일에선 그리펜 전투기를 생산하는 스웨덴의 사브와 협력하거나 영국∙이탈리아∙일본의 글로벌전투공중프로그램(GCAP)에 합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프랑스의 다쏘는 독자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는 1980년대에도 독일 등과 유로파이터 개발 사업을 논의하다가 이탈해 라팔 전투기를 독자 개발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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