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폭격 맞고 봉쇄당했는데… 이란 경제 버티는 이유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살인적인 물가 상승 등 나라가 무너질 만한 악재가 한꺼번에 덮쳤지만 이란 경제는 아직 붕괴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오랜 전쟁과 국제 제재 속에서 축적된 이란의 ‘생존 경제’가 경제 붕괴를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벌이기 전부터 이란 경제는 이미 심각한 위기였다. 만성적인 고물가와 외화 부족에 시달렸고 리알화 가치는 급락했다. 블룸버그는 달걀과 쌀, 감자 같은 생필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일부 이란 가정은 소고기와 닭고기 대신 값싼 대두 단백질로 식단을 바꿨다고 전했다.
전쟁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주택과 병원, 학교는 물론 가스전과 철강 공장까지 파괴됐다. 이란 정부는 최근 수주간의 공습으로 발생한 경제적 피해 규모가 2700억 달러(약 414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이란 국내총생산(GDP) 예상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수천 개 사업장이 문을 닫았고, 상당수는 아직 영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 경제가 6.1%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경기 침체다.
실업난도 심각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쟁 이후 최소 1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최대 410만 명이 추가로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사실상 이란 항구를 봉쇄하며 경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의 핵심 수입원인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막히면서 외화 회복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란 경제는 버티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 배경으로 수십 년간 국제 제재를 견디며 축적한 이란의 ‘생존 노하우’를 꼽았다. 이란은 차명 회사와 우회 무역망, 이른바 ‘암흑 선단’을 활용해 원유를 수출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왔다. 미국의 제재를 피해 원유를 판매하고 외화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전쟁 직전 원유 수출을 늘려 상당한 외화를 확보한 것도 버팀목이 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예상보다 많은 수입을 올린 점 역시 경제 충격을 일부 흡수하는 역할을 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란 정부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식량과 농산물, 일부 철강 제품의 수출을 금지했고 외환은 생필품 수입에 우선 배정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 대신 철도를 통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중국으로 물자를 보내는 등 새로운 교역로 확보에도 나섰다.
이 같은 대응은 2013년부터 추진된 ‘저항 경제(Economy of Resistance)’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주도한 이 정책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해 서방의 압박에 대비하자는 전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란 경제의 진짜 시험대는 전쟁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괴된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데다 국제 제재가 계속될 경우 경제 회복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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