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핵 보장’ 받은 김정은 … 고삐 풀린 ‘북 핵무력’
방어망 무력화 하는 北, 3축 체계만으로 안돼 …핵잠재력 필요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 반대해왔다. 다층적 이유다. 북한이 핵을 갖게 되면 한국에서 핵무장론에 힘이 실리고, 일본 대만 등으로 핵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다. 이게 실현되기 힘들더라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 우산이 더 두터워질 수 있다. 미사일방어시스템(MD) 강화를 비롯해 미국이 주한미군, 주일미군 등 동아시아 전력(戰力)을 증강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김정은이 집권 초 친중파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중국에 고개를 든 마당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집권 후 자신의 반대에도 김정은이 핵실험을 강행한데 대해 화를 냈다고 한다. 김정은은 “중국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면 북한도 그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방중 이전 시진핑의 방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김정은의 형 김정남 독살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조엘 s 위트가 쓴 ‘폴아웃’을 보면 이에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 2017년 4월 북한이 핵실험을 또 한다면 대북 석유 수출을 급격히 줄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6월엔 석유 판매 중단을 하고, 미국의 선제 공격시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북한은 중국이 미국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고 비난했다.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후 중국은 압록강 다리를 폐쇄하고 평양을 연결하는 항공편도 취소했으며 국경 통제도 강화했다. 중국은 그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손을 들었다. 핵을 가진 북한을 영 마땅찮아 한 것은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도 역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했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하자마자 ‘화염과 분노’를 외치며 김정은을 몰아붙였다. 코너에 몰린 김정인이 2018년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미국에 손을 내민 배경이다. 잘 알려져 있듯, 이후 그는 트럼프와 세차례 회담을 가졌다. 김정은은 수차례 트럼프에 회담을 위한 ‘러브레터’를 보냈다. 핵개발 시간을 벌기 위한 공산권 특유의 통일전선전략이든, ‘사면초가’ 고립 탈피를 위한 꼼수든 김정은은 다급했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과 판문점 깜짝쇼가 별 성과가 없자 전통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 다시 다가갔다.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에 기대려 한 김정은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지는 않았다. 김정은은 2018년과 2019년 시진핑, 푸틴과 잇달아 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의례적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진핑은 김정은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위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잇몸 역할을 하는 북한과 ‘이념적 유대’는 떨쳐버리지 못했다. 때마침 미국과 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다. 러시아에 대해 안정적 관계를 도모하려던 미국의 시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으로 좌초됐다. 김정은은 핵미사일 위협 강도를 높였다. 이 때부터 안보리 대북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가 번번이 퇴짜를 놓는 바람에 유명무실해졌다. 두 나라는 대북 제재 뒷문 역할도 해줬다.
시진핑, 비핵화 대신 ‘주권 수호’ 외쳤다
북한의 핵무력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북한은 트럼프와 회담을 통한 위기 탈피 전략이 좌초되고 중국과 러시아의 뒷배를 확보한 이후 핵무력 법제화, 핵보유 지위 절대 불퇴, 핵무기 기하급수적 증강을 외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 핵탄두 보유 추정치를 50기에서 60기로 늘렸다. 방북한 시진핑과 김정은 회담 발표 내용에 비핵화는 없었다. 오히려 시진핑은 ‘주권 수호’ ‘불패 친선’을 외쳤다. 북한 핵지위를 묵인 또는 인정한 것이다. 처음으로 군사 협력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자동 군사 개입 복원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도 군사협력을 제도화 하고, 군사 동맹으로 발전시켰다. 러시아로부터 극초음속 미사일, 군사 위성, 방공 체계 지원을 받거나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고폭장치, 대기권 재진입 등 핵 관련 기술 이전도 협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군사 협력을 넘어 북한은 핵전략국가로서 중국·러시아와 함께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적 전략적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유인석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군사 개입:거래를 넘어선 전략국가 구축’). 김정은도 시진핑과 회담에서 ‘전략적 본보기’라고 했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종속 변수가 아니라 대미 전선에서 동반자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 경제 협력을 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북한이 러시아 파병으로 얻은 경제적 효과는 약 28조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한국국방연구원 분석).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는 북한에 러시아 이상의 힘이 될 것이다. 경제력 뒷받침은 핵미사일 무력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 바탕이 된다. 물론 국제 관계에선 영원한 적도, 우군도 없다. 그러나 적어도 단기간 내 북·중·러 밀착에 균열을 낼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 ‘외줄타기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근래 중국과 러시아 모두 등에 업은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다. 김정은이 트럼프 1기 고립무원일 때와 비교해 외교 안보 정세 판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한국·미국과 당장 마주 앉을 유인이 없다는 얘기다.
‘인민공화국’지칭 저자세, 북한에 얕보일 뿐
북한 핵무력 증강은 상호확증 파괴 수준에 이를 정도가 됐다.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도 북핵에 현실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폴아웃’ 뿐만 아니라 애니 제이콥슨이 쓴 ‘24분’,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를 보면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 가지는 공포감을 잘 읽을 수 있다. 북한 뒤에는 최대 핵무기 보유국 러시아와 신형 핵무기를 급격하게 늘리고 있는 중국이 버티고 있다. 한국은 이 세 핵세력을 마주하고 있다. 북한은 극초음속, 고체 연료 사용, 이동식 발사대, 저수지와 철도를 활용한 예측 불가능 발사 장소 선택 등 방어망을 무력화 할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갖췄다. 핵배낭, 핵어뢰 위협도 하고 있다.
물론 북한 비핵화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난 30년 동안 어르고 달래고 온갖 수단들을 동원했지만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다. 온갖 종류의 북한 핵무력을 막기엔 오래전 계획된 ‘3축 체계’만으로 어림도 없다. 북핵 억지를 위해선 당장 핵무장은 어렵더라도, 핵잠재력을 갖춰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2015년 한미원자력협정에서 합의된 대로 20% 미만 우라늄 농축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재처리 권한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어기지 않는 것이어서 국제 제재 대상도 아니다.
북한과 대화 환경 조성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이 당장 한국 미국과 대화에 나설 동인(動因)이 적은 만큼 먼저 다급한 모습을 보인다면 북한에 역이용 당한 과거의 숱한 사례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을 ‘인민공화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선’ 등으로 지칭하며 그들 입맛에 맞춘다고 호응을 기대한다면 ‘연목구어’다. 오히려 얕잡아 볼 뿐이다. 당당하게 할 말은 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못된 습성만 더 키워줄 뿐이다.
홍영식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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