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이면 완충" 도넛랩 전고체 배터리 결국 '사기'…"리튬 이온 배터리에 불과" 결론

[더구루=홍성일 기자] 핀란드 배터리 스타트업 도넛랩(Donut Lab)의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실체가 밝혀졌다. 배터리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석팀은 해당 제품이 일반 리튬 이온 배터리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조사과정에서 해당 배터리의 기반이 된 기술과 비밀유지계약(Non-Disclosure Agreement, NDA) 뒤에 숨어있던 기업들의 민낯도 드러났다. 최종적으로 도넛랩의 발표가 '사기'였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 투자자들의 피해는 물론 전고체 배터리 기술 자체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학·과학 기술 전문 인플루언서 자이로스(Ziroth)는 8일(현지시간) 유튜브를 통해 '도넛 전고체 배터리의 실체를 폭로한다. 이제 완전히 끝났다(Exposing The Solid State Donut Battery. It's Over)'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도넛랩 전고체배터리를 둘러싼 NDA, 전문가 분석 결과 등이 담겼다. 자이로스는 데이터 분석을 위해 전세계 20여명의 배터리 전문가를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자이로스는 도넛랩이 핀란드 국립기술연구소(VTT)에 의뢰한 공개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화려한 등장과 사기논란 그리고 정면돌파
도넛랩은 올해 1월에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나트륨 이온 전고체 배터리인 '도넛 배터리'를 선보였다. 도넛랩은 해당 배터리가 △에너지밀도 △충전 속도 △사이클 수명 △극한 환경 적응성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소개했다. 도넛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도넛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400Wh/kg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이론상 한계인 300Wh/kg을 넘어섰다. 또한 5분이면 완전 충전이 가능하며 충전도 10만 사이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섭씨 영하 30도에서도 성능저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99% 이상 용량을 유지할 수 있으며 100도이상에도 마찬가지 성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도넛배터리를 둘러싼 사기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제2의 니콜라'라는 평가도 나왔다. 중국 배터리기업 에스볼트(SVOLT)의 양훙신(Yang Hongxin) 최고경영자(CEO)는 자국 언론과의 공개인터뷰에서 "그런 배터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모든 수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기술자라면 누구나 이것이 사기라고 직감할 것"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도넛랩은 전세계적으로 사기논란이 벌어지자 VTT에 성능 검증을 의뢰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테스트 내용은 '아이도넛빌리브(idonutbelieve)'라는 웹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됐으며, 현재까지 5번째 검증 작업이 진행됐다.

◇전문가 "리튬 이온 배터리다"
아이도넛빌리브 등에 공개된 데이터를 분석한 전세계 전문가들은 모두 해당 제품이 일반 리튬 이온 배터리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결정적인 증거는 △전압 곡선 △셀 팽창 데이터 등이다.
전문가들은 VTT 테스트 과정에서 확인된 도넛배터리의 전압 곡선이 하이니켈 리튬이온 배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검증 결과에 따르면 도넛배터리는 50% 충전된 상태에서 3.7~3.8V(볼트) 전압을 유지했다. 이는 전형적인 리튬 이온 배터리가 보여주는 수치로 나트륨 이온 셀의 경우 50% 충전 수준에서 전압이 3.5V를 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셀 팽창 데이터가 더욱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라고 전했다. 배터리는 충전 과정에서 이온들이 음극재 사이로 들어가면서 팽창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충전상태가 50~70%에 도달하면 팽창곡선에 특이한 꺾임 현상이 발생하는데, 도넛 배터리에서도 일치된 데이터가 한 것. 전문가들은 "나트륨 이온의 경우 물리적 크기가 커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도넛 배터리가 리튬 이온 배터리라는 확실한 증거"라며 "다소 노이즈가 섞인 지문과 용의자의 얼굴 사진을 동시에 확보한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NDA 뒤에 숨겨졌던 민낯
자이로스에 따르면 도넛배터리의 기술은 독일의 CT코팅스(CT Coatings)라는 회사에서 기원한다. CT코팅스는 인쇄형 보도블록, 메뉴판 바인더, 차량용 안전 삼각대 등 다양하고 특이한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조사 결과 CT코팅스는 기술을 제공하고 핀란드 재생에너지기업 노르딕 나노(Nordic Nano)가 제조, 도넛랩은 상용화를 담당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CT코팅스가 기존에 약속했던 스크린 인쇄 방식 나트륨 이온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아닌 리튬 이온 파우치 셀을 제공한 것. 이에 노르딕 나노는 한 개의 배터리셀도 제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도넛랩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라우리 펠토라(Lauri Peltola) 전 노르딕 나노 그룹 최고상업책임자(CCO)는 "CT코팅스, 도넛랩 양사 모두 배터리 관련 화학 전문 지식이 전무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도넛랩 측도 "양산품을 생산되지 않았다. VTT에 테스트 의뢰한 배터리도 고객에게 인도될 셀이 아니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한 유출된 이메일에 따르면 도넛랩은 CT코팅스에 자신들이 주장한 스펙에 부합하는 진짜 제품을 받을 수 있냐고 독촉했지만, 원하는 제품을 하나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자이로스의 보고서 결과를 토대로 도넛랩의 사기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했다. 그러면서 도넛랩이 벤처캐피털(VC)의 엄격한 기술 검증을 피하기 위해 일반 소액 투자자들의 돈을 모으는 방식을 취한 것이라는 분석했다.
알려진바에 따르면 도넛랩에는 1300명이 넘는 소액투자자가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약 2500만 달러(약 380억원)를 투자했다. 개인당 투자액은 최대 2만3000달러(약 3500만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전고체배터리 기술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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