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색·향 강해서 점심 먹으면 양치하는 습관… 핀란드 자일리톨 껌 · 스웨덴 토요일만 사탕 먹기[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점심 식사를 마친 연구실 사람들이 칫솔을 들고 하나둘 화장실로 향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외국인 신입 유학생이 의아한 듯 물었다. “한국에서는 점심을 먹고 다 같이 이를 닦나요?” 뜻밖의 질문에 오히려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김치와 고추장은 예상했지만, 점심시간 뒤 펼쳐지는 양치 풍경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 음식은 유난히 향이 강하고 색이 선명하다. 마늘과 파의 자극적인 냄새, 김치와 된장 같은 발효 음식 특유의 강한 향은 식사 후에도 입안에 오래 남는다. 게다가 고춧가루와 양념의 붉은 기운은 물로 헹궈도 치아 사이에 끼기 일쑤다. 한 끼를 먹고 나면 입안을 개운하게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래서 한국의 식후 양치는 개인위생을 넘어 일종의 사회적 예절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면 빵, 샌드위치, 파스타 중심의 서구권 식단은 한국 음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색과 향의 잔여감이 덜 두드러지는 편이다. 여기에 직장이나 학교에서 양치하는 행위를 개인적인 위생관리 영역으로 보는 인식도 더해진다. 굳이 공공장소에서 칫솔을 꺼내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식탁 위와 생활 문화 속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의 힘이 더해졌다. 최근에는 ‘식후 30분 뒤 양치’를 권장하기도 하지만, 어렸을 때 교육받아 온 ‘하루 세 번, 식후 3분 이내에, 3분 이상’이라는 3-3-3 구호는 이미 한국인의 몸에 깊이 배어 있다. 식사 후 양치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내면화된 위생 규범이 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치과협회가 아침과 취침 전 하루 두 번의 칫솔질을 기본으로 권하는 것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같은 칫솔질이라도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결국 그 사회가 무엇을 먹어 왔는가와 무관하지 않다.
시야를 넓혀 식문화와 구강관리 문화를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다. 핀란드에서는 1970년대 이후 자일리톨이 치아 건강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아 식후 자일리톨 껌을 씹는 문화가 학교에서도, 일상에서도 이어졌다. 한국인이 점심시간에 칫솔을 꺼낸다면, 핀란드인은 껌을 꺼낸다. 핀란드가 식후 관리 수단으로 자일리톨을 선택했다면, 스웨덴은 충치가 생기는 원인 자체를 줄이는 방식에 주목했다. 스웨덴의 ‘토요일 사탕’ 문화가 대표적 사례다. 스웨덴 어린이들은 일주일 내내 조금씩 단것을 먹기보다 토요일에 몰아서 먹는다. 충치 예방을 위해 사탕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사탕 먹는 날짜를 정한 것이다. 당분을 접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충치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에서 비롯된 생활 방식이다. 한국의 아이가 칫솔질 횟수를 세고 있다면, 스웨덴의 아이는 토요일을 기다린다.
개인의 습관을 넘어 사회 전체의 환경을 바꾸려는 접근도 있다. 영국의 일부 지역과 아일랜드, 호주에서는 식탁 바깥의 환경을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 수돗물에 적정 농도의 불소를 첨가하는 정책을 오랫동안 시행해 온 것이다. 한국의 식탁이 식후 양치 문화를 만들었다면, 이들 국가는 생활 환경 속에 충치 예방 장치를 더했다.

치아 건강은 개인의 부지런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강 건강은 식문화와 생활 환경, 교육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다. 어떤 사회는 자극적인 음식 뒤에 칫솔을 꺼내고, 또 어떤 사회는 식후 껌을 씹고, 어떤 사회는 단것을 먹는 날을 조절하고, 또 어떤 사회는 물의 성분까지 바꾼다. 방법은 달라도 목적은 같다. 건강한 치아를 오래 지키는 것. 어쩌면 우리가 점심시간에 꺼내는 것은 칫솔만이 아닐지 모른다. 그 안에는 음식과 위생, 교육이 함께 빚어낸 한국식 건강 문화가 녹아 있다.
한양대 관광학과 겸임교수
마늘과 김치가 입안에 냄새와 흔적을 남기기는 하지만, 구강 건강에 이로운 성분도 함께 담겨 있다. 김치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산균은 충치를 유발하는 구강 세균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늘의 알리신은 항균 작용을 통해 구강 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고, 녹차에 풍부한 카테킨은 충치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치태 형성을 줄이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양치를 부르는 식탁이 동시에 구강 건강을 돕는 성분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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