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M] 2호차 타는 박태성 총리 북한의 2인자는 누구?

자동차 번호판은 서열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군에서 1호차는 부대장이 타는 차이고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통념이 자리합니다.
사진에서 보듯 북한 내각총리 박태성이 타는 차의 번호판은 '727 0002' 입니다.
그리고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차 번호판은 '727 0001' 입니다.
727은 북한이 전승절이라 부르는 날에서 따온 숫자인데, 북한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을 전쟁에서 승리한 날이라는 뜻의 이른바 전승절로 부르며 기념합니다.
여하튼 자동차 번호판으로만 보면 김정은 위원장에 이은 북한의 권력 서열 2위가 박태성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번호판처럼 북한의 권력 서열 2위, 2인자가 박태성이라 볼 수 있을까요?

2024년 말 내각 총리에 발탁된 박태성은 취임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각지 현지시찰을 다닙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할 때도 있지만 최근의 북한 보도를 보면 경제 민생 분야는 박태성 총리 혼자 다닐 때도 많습니다.
외형상 경제 민생 분야는 박태성에게 전권을 주고 맡기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통상 서열에 따라 호명하는 북한 매체 보도에서도 조용원이나 기타 다른 주요 간부들에 앞서 박태성의 이름을 먼저 호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동차 번호판도 그렇고 호명 순서도 그렇고, 드러나는 것만 보면 박태성이 서열 2위에 해당하는 대접을 받는 듯 한데 전문가들 중 그를 북한의 2인자로 규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흔히 북한의 2인자라고 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은 조용원입니다.
한때 김정은의 그림자로 불리기도 했던 그는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장을 거쳐 지금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 재직중입니다.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명목상 국가 수반 역할도 맡는 만큼 공식 서열상 2위는 조용원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조용원과 박태성 모두 정치국 상무위원인데, 국무위원회 직책으로 따지면 위원장인 김정은 아래 조용원이 제1부위원장이고 박태성은 부위원장이어서 조용원을 서열 2위로 보는 게 합당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직책과 무관하게 얼마 전 총무부장이 된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사실상 실세 2인자로서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러나 실무에 한정해 볼 때 내각을 총괄하는 경제 사령탑으로서 박태성의 역할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김일성 시대 당 중심 체제를 구축한 북한은 김정일 집권기 군부가 중심이 됐던 시대를 거쳐, 김정은 집권기 다시 당 우위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이 중심이 돼 전권을 행사하는 북한에서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의 역할은 제한적입니다.
그런데 김정은 집권기, 특히 박태성이 총리가 된 이후 상황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1955년 생인 박태성은 전임 총리들과는 다르게 경제 관료 출신이 아닙니다.
노동당의 핵심인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거쳐 선전선동부장과 과학교육비서를 역임했습니다.
김정은이 후계자였던 시절부터 옆에서 보좌하기 시작한 원년 멤버로 김 위원장의 신임이 두텁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13년 장성택 숙청 전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 삼지연에서 대책을 논의했다는 이른바 '삼지연 8인방'의 한 명으로 전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경력은 그가 지금까지의 다른 총리들과는 달리 더 강력한 실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배경이 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북한은 최근 '지발발전 20X10 정책'에 사활을 건 듯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경제난 해소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정책의 총괄 집행자는 바로 내각 총리입니다.
물론 북한의 권력 구조상 당이 결정하고 내각은 그 결정을 따라 집행한다는 개념이 강하지만 주요 당 보직을 거치고 위상도 높아진 박태성이 총리로 권한을 행사하면서 내각의 역할은 단순히 수동적 의미에 머물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과거 군부에 쏠려있던 권한을 당과 정부 중심으로 이관하면서 내각 총리의 권한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내각에 힘을 싣는 이유 중의 하나로 시스템과 법에 의해 움직이는 정상적인 국가를 가졌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그런만큼 박태성 총리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거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북한이 내각에 힘을 싣는 또 다른 이유로 '방탄막 역할'에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성과는 당의 공로인데 만약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은 내각, 즉 총리에게 향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단적인 예로 박태성의 전임자는 지금 박태성 바로 아래서 제1부총리를 맡고 있는 김덕훈인데, 김덕훈은 내각 총리 시절 홍수 피해 등의 이유로 김 위원장에게 인신 공격성 비난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당은 결정할 뿐이고 집행은 내각이 하면서 일이 잘못될 경우 책임을 내각이 지게하는 구조라는 겁니다.
사실 말이 2인자지 최고 지도자의 눈 밖에 나는 순간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박태성은 지금까지의 다른 총리들보다 비교적 많은 권한을 행사하듯 보이며 나름대로 실무형 2인자로서의 입지를 다져가는 건 분명합니다.

김 위원장의 그림자로 불리던 조용원이나 이른바 백두혈통의 일원인 동생 김여정과는 결이 좀 다르지만 앞으로도 많은 곳에 현지시찰을 다니며 존재감을 확대할 겁니다.
그러나 그의 권력은 제한적일 것이고 영향력 또한 딱 거기까지일 거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김필국 기자(phil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828753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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