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공포’에 빠진 시장…‘사이클’을 알아야 돈을 번다[포스트워 투자전략]
"미국·이란 전쟁, 세 개의 사이클이 교차하는 복합 이벤트"
[커버스토리 : 포스트워 투자전략]

“투자란 결국 사이클을 읽는 능력이다.”
국내 금융계에서 시장 사이클 연구를 선도하는 애널리스트로 잘 알려진 조윤남 코어16 대표가 늘 강조하는 말이다. 그는 최근 출간된 ‘투자 대가 9인의 포스트 워 투자전략’(한국경제신문)에서 최근 벌어진 미국·이란 전쟁이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지정학’, ‘에너지 공급 충격’, ‘거시경제’ 등 세 개의 사이클이 동시에 교차하는 복합 이벤트라는 분석이다.
조 대표는 “하나의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적절한 유형으로 분류하고 같은 유형의 사이클이 과거에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읽으며 다음 국면을 전망하는 것이 사이클 투자의 본질”이라며 “지금 투자자에게 필요한 질문은 ‘전쟁이 언제 끝나는가’가 아니라 ‘이 사이클은 어디로 가느냐다’”라고 주장했다.
먼저 그는 이번 이란 전쟁으로 ‘지정학적 사이클’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맥을 짚었다.
새 국면 맞은 지정학적 사이클
조 대표에 따르면 냉전이 끝난 1990년대 들어 세계 각국의 국방비 비중은 수십 년에 걸쳐 완만히 낮아졌다. 군비 경쟁의 빈자리를 세계화가 채웠고 ‘시장과 자본 흐름이야말로 최고의 안전장치’라는 평화배당의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2014년 크림반도 사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점차 흐름이 역전됐다.
실제로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의 2025년 4월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세계 군사비 총액은 약 2조7180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9.4%로 냉전 종식 이후 최고치였다. 평화배당 시대가 점차 저물고 재무장 사이클로의 구조적 전환이 일어났다는 얘기다. 여기에 중동전쟁까지 불거지면서 지정학적 사이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그는 주장했다.
조 대표는 “미·이란 간 전쟁은 지정학 사이클이 중동에서 새로운 임계점을 넘은 사건”이라며 “이 사이클은 전쟁이 끝나도 수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 각국이 계속해서 군사비를 늘려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방산 관련된 종목이 꾸준히 각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제시한 것은 ‘에너지 공급 충격 사이클’이다. 그는 이란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에너지 공급망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고 짚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협상 레버리지로 꺼내 드는 순간 전쟁의 무게중심이 군사 교전에서 에너지 물류 통제로 이동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석유제품이 호르무즈를 통과했다.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5%, LNG 교역량의 약 20%다. 폭 33km의 좁은 해로가 전 세계 에너지 물류의 핵심 병목인 셈이다. 호르무즈 봉쇄는 결국 유가 상승을 일으켰는데 이는 한국 입장에선 치명적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콘덴세이트의 EIA 집계 결과(2024년 기준) 약 84%, LNG의 약 83%가 아시아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수치다.

조 대표는 “여러 대체 경로가 있지만 호르무즈 완전 봉쇄를 흡수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다”며 “호르무즈 봉쇄는 한국의 전기·가스요금, 기업 원가, 항공·해운 비용 증가로 연쇄 전이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거시경제 전환 사이클’의 변화도 그가 제시한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에너지 공급 충격은 유가를 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고, 인플레이션이 금리 경로를 바꾸며, 금리가 환율과 주식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연쇄 반응이 거시경제 전환 사이클을 구성한다.
실제로 IMF WEO(2026년 4월)는 중동 충돌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금융 여건 긴축, 성장 둔화를 주요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이 같은 에너지 충격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금리인하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환율 사이클도 거시경제 전환의 일부라고 했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정세가 불안하면 달러가 강해진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이 자초한 사고였음에도 달러는 가장 강했고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직후에도 달러는 강했다. 전쟁 충격이 강해질수록 글로벌 자금은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고 신흥국 통화는 약해진다. 그는 “원화는 유가 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이중 압박에 놓인 상황”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현재 위의 세 사이클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봉쇄는 각국의 유가·LNG 가격 급등을 일으켰으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는 지연되고 있다. 달러는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정상화 시점이 핵심 포인트
조 대표에 따르면 이번 이란 전쟁의 충격은 2차 오일쇼크가 일어난 1979년과 비슷하다. 1979년 이란혁명과 1980년 이란·이라크 간 전쟁의 이중 충격으로 두 산유국 생산이 동시에 급감하면서 2차 오일쇼크가 현실화됐다. 1979년 초 배럴당 약 14달러였던 유가는 1년여 만에 35~39달러 수준으로 폭등했다. 두 차례의 에너지 충격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에 내재화됐다.
Fed는 1981년 정책금리를 약 19%까지 끌어올려야 했고 1973~74년 베어마켓에서 S&P500은 약 48% 하락했다. 그레이트 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은 1965년부터 1982년까지 17년간 지속됐다. 조 대표는 “호르무즈 통항이 90% 이상 차단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전쟁의 충격 강도는 1979년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도 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란이 봉쇄를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하고 있어 협상 진전 시 스스로 해협을 열 유인도 충분히 존재한다.
둘째, 과거엔 없던 미국 셰일, 전략비축유(SPR), OPEC+라는 공급 측 완충재도 있다. 이는 1991년을 떠올리게 한다.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직후 유가가 급등하고 S&P500은 약 20% 하락했다. 그러나 1991년 1월 ‘사막의 폭풍’ 작전 개시와 함께 시장은 즉시 반등했고 전쟁이 빠르게 종결되면서 유가는 종전 후 급락했다. 조 대표는 “결국 이번 사이클은 ‘1979년급 강도의 충격을 1991년형 메커니즘으로 해소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사이클의 국면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는 ‘호르무즈 정상화’ 시점을 꼽았다. 그는 “호르무즈가 빨리 풀리면 유가가 안정되고, 유가가 안정되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며, Fed는 자연스럽게 금리인하 여지를 얻고, 위험자산은 재가격화된다”고 했다. 호르무즈가 장기 봉쇄되면 그 반대의 결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다만 그는 현재 상황에선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이란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는 “이 경우 지정학 사이클(방산·조선)의 수혜와 에너지 공급 충격(항공·화학·내수)의 피해가 공존하면서 섹터 격차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재 사이클의 충격이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내놨다. 다만 그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재가격화는 시작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호르무즈 통항이 추세적으로 회복되고, 5년 BEI가 팬데믹 이전 평균 부근으로 하향 안정되며, Fed가 금리인하 사이클 재개를 시사하는 세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면 시장은 새로운 균형을 향해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가 뉴노멀 시대…물가·증시에 부담”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함에도 국내외 증시가 계속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인공지능(AI) 수요의 급속한 팽창과 이로 인한 반도체 수요 때문입니다. 기업 실적 폭발적 증가의 가시성이 매우 선명합니다. 수급측면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증시로의 자금이동이 지속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고 이를 자극하는 금융회사들의 투자상품 러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의 교집합은 바로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증시 견인, 좀 더 넓게 보면 삼성, 현대, SK, LG그룹 대표주들의 상승입니다.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주식들이라 주가지수도 동반해서 빠르게 오르는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호르무즈 봉쇄가 풀려도 고유가가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국제유가(WTI 기준)가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60달러대로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풀려도 보험료, 운송비, 재고 확보 비용들로 인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2025년 하반기, 특히 4분기의 국제유가가 낮았다는 것인데 WTI 기준으로 60달러를 하회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올 연말로 갈수록 기저효과만으로도 국제유가의 전년 동월비 상승률이 높아지고 물가상승률이 오를 것이란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증시의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고유가나 고환율 국면에 가장 강한 방어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섹터와 대표 종목은 무엇인가요.
“수출 비중이 높고, 달러 매출이 있으며, 가격 전가력이 있는 업종이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반도체, 조선, 방산, 일부 에너지·정유, 엔지니어링 업종이 방어력이 높다고 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HD현대중공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Oil, 삼성E&A 같은 종목을 볼 수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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