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뉴욕에 쏟아지는 신주 압박, AI 수요가 버틸까

뉴욕=윤경환 특파원 2026. 6. 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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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238>
오픈AI도 IPO 신고서...‘빅3’ 모두 상장 시동
월가는 초고액 자산가에 ‘스페이스X 띄우기’
“투자금 빼앗길라”...구글까지 130조원 유증
메타도 증자 검토...대량 신주에 수급 우려 ↑
투자 수요 유지가 관건...불확실성 너무 많아
지난 2023년 11월 23일(현지 시간)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 개장 행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데이비드 쉼머 런던 증권거래소그룹(LSEG) 최고경영자(CEO). 쉼머 CEO는 골드만삭스에서 20년간 근무하다가 2018년부터 LSEG를 이끌고 있다. LSEG의 자회사 FTSE러셀은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지난달 26일 규정을 고쳐 지수 편입 대기 기간을 분기에서 5거래일로 다급히 줄였다. 연합뉴스

‘그록’ 개발사인 xAI를 품은 스페이스X, ‘챗GPT’의 오픈AI, ‘클로드’의 앤스로픽이 올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에 나선 가운데 뉴욕 증시가 한꺼번에 몰리는 신주 상장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규 상장뿐 아니라 ‘제미나이’의 구글과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가 AI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유상증자도 주식시장에 대량의 신주를 공급할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사려는 수요는 그대로인데 시장에 신주만 대량으로 유입되면 공급 과다로 주가 전반이 하락할 수 있다. 게다가 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처럼 현재 적자를 보거나 이익 규모가 작은 기업이 미래 성장성만으로 높은 주가를 형성할 경우 주식시장에 전체적인 가격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아가 잇따른 신주 발행은 ‘기술기업엔 현금이 부족하다’거나 ‘지금이 고점일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돼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초대형 IPO는 현 스페이스X처럼 기존 증시 자금을 빨아들이는 효과를, 유상증자는 기존 주식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관건은 AI와 관련한 폭발적인 신주 공급이 해당 산업 열풍을 더 자극해 그보다 더 큰 주식 수요를 창출하는지다. 이를 지금 정확하게 예측하기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수준,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 인공지능(AI) 기술 경쟁 구도 변화 등 불확실성 요인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오픈AI, 비밀리에 美SEC 신고서 제출...올 IPO ‘빅3’ 모두 상장 시동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픈AI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함께 이르면 올 가을 상장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스페이스X, 앤스로픽과 함께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세 기업이 모두 증권 당국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셈이 됐다. 오픈AI는 이에 대해 “아직 상장 시기를 결정하지 않았고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오픈AI는 2022년 11월 30일 챗GPT를 세상에 처음 선보이며 생성형 AI의 대명사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명실상부한 최고 생성형 AI 기업이자 기업가치가 가장 큰 비상장사로 꼽혔던 오픈AI는 지난해 11월 18일 텐서처리장치(TPU)를 활용한 구글의 ‘제미나이 3.0’ 출시와 앤스로픽의 약진으로 사세가 다소 흔들리는 상황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1일 제미나이 3.0에 충격을 받아 직원들에게 ‘적색 경보(코드 레드)’를 발령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해 말까지 주간활성이용자(WAU) 10억 명을 확보하겠다는 내부 목표와 연 매출 계획도 달성하지 못했다. 올 들어서도 기업용 시장에서 앤스로픽의 클로드에 뒤지며 월 매출 목표 달성에 여러 차례 실패했다.

디인포메이션은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CFO가 올초에 이미 일부 동료들에게 막대한 지출과 절차적 문제를 들며 연내에 상장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또 최근에는 회사의 다른 임원들에게 “매출이 빨리 성장하지 못하면 앞으로 AI 데이터센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앤스로픽 역시 이달 1일 SEC에 상장 신청서 초안을 비공개로 제출했다. 3일 블룸버그통신은 앤스로픽이 10월 상장을 목표로 IPO 주관사에 스페이스X와 같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앤스로픽은 올 1월 12일 ‘클로드 코워크’를 출시해 소프트웨어(SW) 업종을 줄줄이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를 시장에 심은 기업이다. 또 최근에는 강력한 해킹 도구가 될 수 있는 ‘클로드 미토스’ 모델로 전 세계 보안 시장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앤스로픽의 클로드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과 중동 전쟁 국면에서도 독보적인 능력을 발휘해 월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앤스로픽은 지난달 진행한 시리즈H 투자 라운드에서 9650억 달러(약 1496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오픈AI가 올 3월말 기록한 8520억 달러를 추월하기도 했다. 월가에서는 올 2분기부터 앤스로픽이 매출액으로도 오픈AI를 따돌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여전히 적자에 머무는 오픈AI와 달리 흑자 전환에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초까지만 해도 오픈AI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다가 반년도 안 돼 경쟁 구도를 역전시켰다.

월가 대형 은행들은 초고액 자산가 모아 놓고 ‘스페이스X 띄우기’ 경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성공적인 IPO 여부에는 12일 나스닥시장 입성을 앞둔 미국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가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초고액 자산가 유치에 스페이스X IPO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월가 대형 은행들이 공모주 청약을 보장하거나 최고위 경영진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공하는 식으로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영업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세부적으로는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이 지난주 뉴욕 맨해튼 본사에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가 직접 진행하는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350여 명의 갑부들이 초청됐고, 미국프로풋볼(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로버트 크래프트 구단주, 케네스 랭곤 홈디포 공동창업자 등이 포함됐다. 머스크 CEO의 투자설명회는 이들뿐 아니라 미국 전국의 JP모건 90개 지점의 고객 총 3500여 명에게도 생중계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지난 4일 고객 5000여 명을 상대로 스페이스X 임원의 발표를 시청하는 투자자 행사를 열었다. 골드만삭스와 함께 IPO를 주관하는 모건스탠리도 이번주 고액 자산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스페이스X 경영진의 투자설명회를 갖기로 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4일 투자자 설명 자료에서 지난해 187억 달러였던 스페이스X의 매출이 2040년 3조 4000억 달러(약 5300조 원)로 증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내놓았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연간 49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회사다.

스페이스X는 3일 IPO 수정 신고서에서 목표 기업가치를 기존 1조 7500억 달러에서 1조 7800억 달러(약 2760조 원)로 높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주당 135달러에 지분 4.3%인 5억 5560만 주를 팔아 총 750억 달러(약 116조 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IPO 기업이 수요예측에 앞서 희망가 범위도 제시하지 않고 공모가를 먼저 고정하는 방식은 매우 이례적이다. 스페이스X는 이번 상장으로 신규 조달하는 자금 가운데 225억 달러(약 35조 원)는 개인 고액 자산가 투자자들에게서 조달할 예정이다.

초대형 비상장사들이 IPO 작업에 속도를 내자 이번엔 기존 AI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대형 IPO로 투자 자금이 쏠리기 전에 돈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앞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1일 AI 인프라(기반시설) 투자를 위해 800억 달러(약 120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브라질의 국영 석유·가스 기업인 페트로브라스의 7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다. 알파벳 기준으로는 2005년 9월 이후 21년 만의 유상증자이기도 하다.

700억 달러는 공모 방식으로, 100억 달러는 버크셔해서웨이에 제3자 배정 사모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공모로 조달하는 700억 달러 가운데 300억 달러는 주관사가 전량 인수한 뒤에 되파는 방식으로, 나머지 400억 달러는 주관사를 통해 시장에 수시로 매각하는 시장매출형 공모(ATM) 방식으로 판매한다. 거래 주관사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가 맡았다.

알파벳은 나아가 3일 유상증자 규모를 800억 달러에서 850억 달러(약 130조 원)로 더 늘린다고 공시했다. 알파벳은 “기업과 소비자의 AI 수요가 회사의 공급 능력을 초과하는 수준”이라며 “투자 규모를 확대해 다가올 중요한 성장 기회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넓히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금 빼앗길라” 구글 130조원 유증 뒤 메타도 검토...AI 투자 수요 유지 여부에 증시 수급 달려

알파벳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월가에서는 알파벳이 유상증자의 포문을 연 이상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자금이 부족한 다른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도 줄줄이 비슷한 방법을 강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올해 발표한 자본지출(CAPEX) 계획 총합만 약 7500억 달러(약 1125조 원)에 달한다. 이 규모는 내년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 커질 전망이다.

실제 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타는 알파벳의 소식에 곧바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메타는 특히 알파벳과 마찬가지로 의무전환우선주 방식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전환우선주는 투자금은 곧바로 조달하면서보통주 신주 발행은 몇 년 뒤로 미뤄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메타는 올해 최대 1450억 달러(약 226조 원)에 이르는 자본지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마존(200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1900억 달러), 알파벳(1900억 달러)보다는 적지만 오라클(500억 달러)보다는 많다.

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의 몸값만 총 4조 달러(약 6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하이퍼스케일러들까지 유상증자에 팔을 걷어붙이자 월가에서는 신주 공급 부담이 주가를 누를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스로픽의 상장 후 보호예수 물량이 풀릴 내년부터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등 신주 효과가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기존 상장사들은 그전부터 주요 지수 편입 종목 조정으로 수급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나스닥거래소는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나스닥100지수에 편입되는 데 필요한 기간을 기존 최소 3개월에서 15거래일로 단축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자회사 FTSE러셀도 규정을 고쳐 지수 편입 대기 기간을 5거래일로 줄였다. 상장 이후 세 회사의 실적과 주가 간 괴리 정도에 따라 ‘거품론’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시장 전반의 부담이다.

당장 알파벳의 주가는 1일 유상증자 발표 이후 8일까지 상승장에서도 4.48% 하락했다. 메타의 주가 역시 유상증자 검토 보도 이후 5~8일 2거래일 동안 6.72% 하락했다. 주가 희석 효과가 벌써부터 나타나는 셈이다.

거래를 할 수 없는 비상장사인 오픈AI, 앤스로픽을 대신해 매수 대상이 됐던 중소형 AI 협력사들에서 자금 이탈이 나타날 수 있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앤스로픽과 오픈AI에 맞춤형 칩을 설계해 공급하는 마벨테크놀로지 같은 회사 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다우존스지수는 마벨을 이달 말부터 S&P500지수에 편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IT) 박람회 ‘컴퓨텍스’에서 매튜 머피 마벨 CEO를 향해 “1조 달러 가치가 될 다음번 기업”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마벨의 주가는 올 들어 239.90%나 치솟았다.

뉴욕 증시에 쏟아지는 신주 공급 부담은 결국 AI 투자 열풍이 얼마나 지속되는가에 달렸다. 주식 매수 수요가 계속해서 급증한다면 별다른 충격 없이 지나가겠지만, 만약 추세가 조금이라도 주춤한다면 하반기 오픈AI나 앤스로픽 상장 때부터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다. 이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증자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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