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메달 콤비의 귀환…'전설의 깎신' 강릉서 다시 통했다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세계를 누비던 한국 여자탁구 대표 수비 복식조가 강원 강릉에서 다시 뭉쳤다.
김경아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코치와 박미영 씨가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 여자 45~49세부 복식 예선을 3전 전승으로 통과하며 본선 토너먼트에 올랐다.
두 사람은 8일 저녁 열린 그룹 예선에서 독일, 홍콩, 호주-핀란드 연합조를 모두 3-0으로 완파했다. 오랜 공백이 무색할 만큼 안정적인 수비와 노련한 경기 운영은 여전했다.
김경아 코치와 박미영 씨는 한국 여자탁구 역사에 굵은 발자취를 남긴 복식 파트너다. 두 사람은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단체전 동메달을 함께 일궜고, 2007 자그레브, 2009 요코하마, 2011 로테르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복식에서 3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했다. ITTF 프로투어에서도 여러 차례 정상에 오른 한국 여자탁구 대표 수비 복식조였다.
두 선수는 현역 시절 상대 공격을 끈질기게 깎아내며 받아내는 '커트 수비'의 대명사로 '깎신'이라 불렸다.
그런 두 사람이 다시 같은 코트에 선 것은 강릉에서 열린 세계마스터즈였기에 가능했다.

관중석에서도 두 사람의 이름이 소개될 때마다 국내 팬들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며 '전설의 깎신' 귀환을 반겼다.
김경아 코치는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지도자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고, 박미영 씨는 생활체육 현장에서 동호인들과 호흡하며 라켓을 놓지 않았다.
김경아 코치는 "처음에는 한국에서 이런 대회가 열리니까 미영이와 함께 추억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둘이 같은 연령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올해가 딱 맞았다. 내가 마흔아홉, 미영이가 마흔다섯이다. 지금이 아니면 같이 나가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미영 씨 역시 특별한 선택을 했다. 당초 생활체육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던 그는 옛 파트너와 다시 호흡을 맞추기 위해 대표 자격을 내려놓았다.
박 씨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고 거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언니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는데, 다시 같이 하니까 옛날 생각도 많이 난다"고 말했다.
준비 시간은 충분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대회를 앞두고 함께 연습한 것은 단 두 차례뿐이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쌓아온 호흡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김 코치는 "처음에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즐기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연습을 하니까 욕심이 나더라"고 웃었다. 박 씨도 "처음에는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지만 하면 할수록 감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마스터즈 무대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조금은 넉넉해진 마음으로 탁구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승부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경쟁했던 두 사람에게 코트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여전히 당연하다.
김 코치는 "이기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다만 예전처럼 치열한 부담감은 아니고 지금은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복식뿐 아니라 여자 45~49세부 단식에도 나란히 출전하고 있다. 특히 대진표상 서로 반대편에 자리해 나란히 승리를 이어간다면 결승 무대에서 맞붙을 가능성도 있다.
결승에서 서로 상대하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 김 코치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죠"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런 대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대회 취지에도 맞다"고 강조했다.
한때 세계 최강자들과 맞서며 한국 팬들을 열광시켰던 '전설의 수비조'는 9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0일부터 시작되는 여자 45~49세부 복식 본선 토너먼트에 나선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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