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엔비디아, 인텔을 백업칩 제조사로 검토

구글과 엔비디아가 인텔을 백업 칩 제조사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8일(현지시간) 구글과 엔비디아가 대만 TSMC의 독점 체제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인텔을 백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인텔 파운드리에 2028년 생산을 목표로 300만개 이상의 차세대 자체 AI 가속기인 텐서처리장치(TPU)를 위탁 생산하는 주문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첨단 반도체 제조 시장에서 대만 TSMC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오던 빅테크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인텔은 수년간 파운드리 사업에서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등 시장의 신뢰를 잃고 고전해 왔으나, 최근 AI 열풍으로 인한 TSMC의 극심한 생산 용량 부족 현상이 인텔에 극적인 반전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TSMC의 최고경영자인 웨이저자 역시 글로벌 반도체 공급이 AI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며 이러한 공급 부족 현상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대만의 단일 공급망에 모든 계란을 담아두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안을 모색해 왔다.
구글의 이번 300만개 규모 TPU 발주는 인텔의 첨단 패키징 기술을 수개월간 엄격하게 테스트한 끝에 내려진 결정으로,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구글이 2027년과 2028년에 걸쳐 구축할 전체 TPU 물량인 600만대 중 상당 부분을 인텔이 담당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구글이 인텔의 자체 브랜드 칩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이 설계한 맞춤형 AI 반도체를 인텔의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구글은 TSMC와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동시에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AI 칩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 역시 인텔의 가장 진보된 제조 공정인 14나노급 달성 직전의 ‘18A’ 공정과 차세대 첨단 패키징 기술을 검토하기 위해 초기 단계의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아직 인텔에 실제 양산 주문을 확정 짓지는 않았으나, 2028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파인만‘(Feynman) GPU 아키텍처에 인텔의 공정을 적용할 수 있을지 면밀히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엔비디아는 4개의 그래픽 칩을 단일 패키지로 결합하는 고난도의 결합 공정을 인텔이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시제품 생산을 통해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인텔 파운드리의 기술력을 검증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업체인 한국의 SK하이닉스도 자사의 메모리 제품이 인텔의 첨단 패키징 공정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호환성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져 인텔의 생태계 확장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만약 SK하이닉스의 메모리가 인텔의 패키징 공정에서 신뢰성을 입증받는다면, TSMC의 대안을 찾는 다른 대형 AI 칩 설계 기업들에게도 인텔 파운드리의 신뢰도를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움직임이 글로벌 미세 공정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TSMC의 지위를 당장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거의 외면받던 인텔 파운드리 사업이 글로벌 거대 고객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반등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정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이러한 소식이 전해진 직후 뉴욕 증시에서 인텔의 주가는 프리마켓 거래에서 13% 이상 폭등했고 정규장에서도 11%가 넘는 급등세를 기록하며 시장의 뜨거운 기대감을 반영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 역시 지난 4월 텍사스 오스틴의 차세대 AI 칩 복합단지인 테라팹 프로젝트에 인텔의 차세대 14A 제조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번 구글과 엔비디아의 협력 검토 소식은 인텔이 추진해 온 턴어라운드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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