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네이버, 엔비디아와 GW급 AI 팩토리 동맹 "10배 큰 회사 될 것"
네이버가 미국 엔비디아와 손잡고 기가와트(GW)급 초대형 글로벌 AI(인공지능) 팩토리를 짓는다.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중동과 유럽까지 겨냥한 인프라 동맹으로, 국내 AI 기업이 글로벌 인프라 경쟁의 한복판으로 직접 뛰어드는 첫 사례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초대형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공동 사업에 합의했다고 8일 공시했다. 엔비디아도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같은 날 오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직접 찾아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집에서 가진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 사흘 만에 다시 마주 앉았다.

양사는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 규모의 AI 인프라 가동을 시작으로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에 나선다. 이후 같은 해 100MW, 2028년 200MW까지 단계적으로 규모를 키워 장기적으로 GW급 인프라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핵심 거점은 네이버의 국내 최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이다. 회사 측은 1GW 규모가 각 세종 최대 수용 용량의 약 4배에 달하며, 엔비디아 최신 GPU 수십만장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축적한 GPU 클러스터 구축·운영 역량과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고성능 인프라 플랫폼 'DSX'와 결합돼 운영 효율과 사업성을 끌어올린다.
기술 협력은 공간 인텔리전스 영역으로도 넓어진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코스모스(Cosmos)'에 네이버의 공간 모델링 기술과 거리뷰 데이터를 접목한 '서울 월드 모델'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피지컬 AI 시대를 겨냥한 포석이다.
한편 네이버는 최근 국내 기업 최초로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네모트론 연합(Nemotron Alliance)'에도 합류했다. 커서, 미스트랄AI, 퍼플렉시티 등 12개 글로벌 AI 기업이 참여하는 연합으로,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개방형 오픈소스 LLM(대형언어모델) '네모트론'을 공동 개발해 초거대 언어모델 최적화와 원천 기술을 함께 연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 고도화와 글로벌 범용성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황 CEO는 이날 미디어 행사에서 네이버와의 협력 분야를 세 가지로 제시했다. 차세대 AI 모델 개발과 AI 클라우드, 그리고 로보틱스다. 그는 "네이버는 세계적인 클라우드 기업 중 하나"라며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인 한국에서 세계적 수준의 AI 기술과 클라우드 기술을 발전시킨 것은 놀라운 성과"라고 말했다.
황 CEO는 네이버와의 인연이 오래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네이버와 엔비디아는 한국의 첫 AI 모델을 함께 작업했다"며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첫 AI 슈퍼컴퓨터 고객이자 파트너였다"고 밝혔다.
네모트론 연합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프런티어 AI의 한계를 짚었다. 황 CEO는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프런티어 AI의 기술 발전은 놀라운 성과지만 범용적인 지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수많은 국가와 기업, 특수한 사용 사례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 과학 연구나 디지털 바이오, 로보틱스 같은 특정 도메인에 맞추려면 프런티어 AI를 미세 조정(Fine-tuning)해야 하며, 이는 강력한 프런티어 오픈 모델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폐쇄형 모델로는 지원할 수 없는 독자적 AI 영역을 구축하는 데 네모트론 연합의 의의가 있다는 얘기다.
네이버의 역할에 대해 황 CEO는 "네이버는 AI 모델을 직접 개발하고 프런티어 AI 기술을 전진시키는 데 엄청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며 "양사의 기술 역량과 학습 데이터, 전문성을 결합해 훌륭한 프런티어 파운데이션 모델의 '시작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가 함께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면 네이버가 이를 가져가 클라우드와 로보틱스, 자사 서비스에 맞게 자체적으로 조정하고 고도화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AI 클라우드를 두고 나온 전망이다. 황 CEO는 "우리는 함께 200MW 규모의 AI 팩토리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를 "극도로 큰 슈퍼컴퓨터"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는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기가와트급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협력이 완성되면 "네이버는 지금보다 10배 더 큰 회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가 이미 갖춘 클라우드 전문성과 세계적 수준의 데이터센터 구축 역량을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이 더 큰 규모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해진 의장도 AI 팩토리 구축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다른 국내 기업과 차별화되는 네이버만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네이버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경험이 있다"며 "미래에 클라우드와 AI 팩토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기술적·인프라적으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답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하고 운영해 온 만큼 급증하는 GPU 수요를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네이버가 유일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의장은 "1GW 규모의 초대형 AI 팩토리 구축은 네이버에게 매우 큰 기회"라며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는 경험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회사는 네이버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동맹을 통해 전 세계 각 지역과 국가가 독자적인 소버린 AI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가운데 황 CEO가 이 의장과 함께 네이버의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 생방송에 약 15분간 출연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동시 시청자 수는 5만7000명을 돌파했고 실시간 댓글이 빠르게 올라오자 황 CEO는 화면을 가리키며 "오직 한국인만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글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감탄했다.
생방송에 앞서 진행된 환영 행사에서는 네이버웹툰이 만화 한 컷을 스크린에 띄웠다. 일과 행복을 모두 잡고 싶다는 주인공에게 두 사람이 조언을 건네는 방식이었다. 이 의장은 "행복은 삼겹살, 일은 깻잎입니다. 쌈 싸서 한 번에 드세요"라며 "일과 행복을 분리하지 말고 한꺼번에 차릴 수 있는 좋은 길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적었다. 황 CEO는 "GPU를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일할 수 있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화답했다.
황 CEO의 방한 행보는 네이버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를 찾아 정의선 회장과 만나 '새만금 AI 밸리' 구상을 논의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경영진과는 차세대 메모리 협력을 이어갔다. 한국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엔비디아와 인프라·반도체 동맹을 맺는 흐름 속에서 네이버는 AI 팩토리라는 또 다른 전선을 연 셈이다.
다만 GW급 인프라 구축은 막대한 자본과 전력, 부지가 동시에 요구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55MW에서 1GW까지 가는 로드맵의 첫 가동 시점이 2027년 상반기인 만큼, 황 CEO가 그린 '10배 더 큰 회사'라는 청사진이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시간이 답할 문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