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봉에서 창간기념 활공…파격적인 창간특집을 찾아서 [월간산 창간특집 역사]

정유진 2026. 6. 9. 07:5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월간산
1970·1980·1990년대 월간산 지면 탐구
1969년 발행된 월간 '산'의 창간호. 원래 제호를 '산'으로 기획했으나 당시 한국산악회 이은상 회장의 제안으로 '등산'으로 첫발을 뗐다. 이후 1971년 신우회에 인수되며 지금의 월간 '산'으로 제호를 변경했다. 모델은 1969년 설악산에서 조난사한 10동지 중 한 분인 임경식씨다. 

창간 특집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월간산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 주고 싶었다. 그것이 반세기 넘은 역사라 판단했다. 지하 창고에 내려가 30년, 40년, 50년 전 월간산을 펼쳤다. 먼지 쌓인 거친 지면 속 아날로그 기사들에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빛바랜 책 속에서 선배 산악인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이 뿜어져 나왔다.

북한산 인수봉 정상에서의 패러글라이딩, 설악산 토왕성폭포 빙벽 초등 등, 거침없는 도전들이 지면 곳곳에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2026년의 매끈한 지면과는 다른 향기가 났다. 깊고 묵직한 세월의 향기였다. 그 쾨쾨한 냄새에 반했다.

이번 특집은 1969년 창간 이래 1970·1980·1990년대 월간산에 집중한다. 이는 디지털이라는 매끈한 옷을 입기 전, 가장 날것의 열정으로 산을 타던 아날로그의 시대다. 로고 변천사부터 기상천외한 특집, 독자들과 나눴던 정겨운 흔적까지. 월간산의 가장 눈부셨던 그 시절을 앨범처럼 펼쳐 본다.

▶월간산 로고 변천사

로고는 매체의 얼굴이자 시대의 정신을 담는 그릇이다. 1969년 창간 이후 57년의 세월 동안 월간산의 로고는 크게 여섯 번 변해 왔다. 창간호의 정갈한 '등산'을 시작으로 거칠고 강렬한 추사체를 거쳐 지금의 현대적인 고딕 서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월간산의 얼굴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1대 월간 '등산' 1969~1970년

글씨: 노산 이은상 (당시 한국산악회 회장)

원래 초대 편집장 최선웅은 잡지명으로 '산山'을 원했으나 이은상의 제안으로 월간 '등산'으로 창간되었다.

'산을 오르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직관적인 제호다. 정갈하고 고전적인 느낌의 서체이다.

2대 월간 '산'으로 잡지명 변경 1971~1980년

글씨: 여초 김응현 (당대 최고의 서예가)

경연진이 바뀌며 잡지명을 '산山'으로 변경했다. 문인과 예술가 등 외부 필진을 아우르는 문예지적 방향성을 담았다. 여초 선생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예술적 깊이가 느껴지는 필치로 월간산의 첫 '산' 로고를 완성했다.

3대 추사체 도입 1980~1984년

글씨: 추사 김정희 (친필 '계산무진'에서 '산山'자 차용)

조선일보 인수와 함께 도입된 제호다. 이때부터 전문 산악 기자들이 합류해 기사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거친 바위의 질감을 닮은 이 서체는 이후 변형 모델(4, 5대)로 이어지며 월간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얼굴이 되었다.

4대 추사체 변형A 1984~1989년

추사체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산'자 위에 '야외생활의 종합지'라는 슬로건이 추가된 시기다. 등산뿐 아니라 아웃도어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던 시대상을 반영한다.

5대 추사체 변형B 1990~1996년

4대 로고의 형태를 유지하되 상단 슬로건을 지우고 '月刊'의 위치를 조정해 '산'을 강조했다. 추사체의 '산'이라는 글자 자체의 조형미와 강렬함을 극대화한 로고다.

6대 디지털·현대적 로고 1997년~현재

1997년 현대적인 서체로 리뉴얼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월간산의 로고다.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굵은 고딕체 디자인을 채택해 현대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었다.

▶ 기상천외한 특집

과거 월간산 지면에는 지금은 시도하기 힘든 파격적인 기획들이 가득하다. 장비와 환경은 지금보다 열악했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 했던 선배 산악인들의 거침없는 도전 정신이 돋보인다.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당시의 기상천외한 특집들을 소개한다.

빛바랜 월간산 과월호를 넘기다 손을 멈췄다. 큼직한 무지개색 날개가 인수봉의 화강암벽을 가로지르는 비현실적인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강렬한 헤드라인, 지금 봐도 신선한 이 장면은 무려 37년 전, 월간산의 스무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기획된 특집 비행이었다.

1989년 5월 15일, 투명한 하늘 위로 네 명의 산꾼이 몸을 던졌다. 박동화, 김석기, 최석현, 송재준. 당대 내로라하는 클라이머였던 이들은 로프 대신 패러글라이더를 어깨에 메고 인수봉 정상에 섰다. 김석기씨가 선보인 세 차례의 나선비행은 월간산과 한국 알피니즘을 연결하는 '탯줄'을 상징하는 퍼포먼스였다고 한다. 37년 전 선배 산악인들의 아이디어와 낭만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 독자참여 코너

그 시절 월간산은 독자들과 친근하게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산악 문화에 뜻을 같이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아낌없는 협찬과 함께 독자 이벤트에는 항상 푸짐한 선물이 가득했다. 잡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정성껏 우편엽서를 보내던 활발한 소통의 현장을 모았다.

독자사진 콘테스트

1980~1990년대, 가장 뜨거웠던 독자 참여 코너다. 지면에 연재되었던 이 코너는 독자들이 자신의 산행 추억을 공유하는 가장 인기 있는 연재 코너 중 하나였다. 기존 연재 중이었던 '산사진 특강'과 병행해 신설된 '독자사진 컨테스트' 코너는 독자들의 산 사진 실력을 한 단계 높여 주는 전문적인 장이 되기도 했다. 응모 시, 사용한 카메라 기종뿐 아니라 사용한 필름, 조리개 값, 셔터 스피드까지 상세히 기록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당시 산악인들이 얼마나 기록과 기술에 진심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수십 년 전 독자들이 정성껏 인화해 편집부로 발송했을 사진들은 이제 월간산의 역사 속에 소중한 아카이브로 남아 있다.

17주년 십자 퍼즐

1986년 6월호, 창간 17주년과 통권 200호를 기념하며 기획된 이벤트성 십자 퍼즐이다. 가로세로 열쇠에는 지리산의 등산기점, 유명 산악인의 이름, 최신 등산 장비 용어 등 다양한 산악지식이 총집합되어 있다. 이를 통해 애독자 100명에게 선물을 전했다. 산악 문화 창조에 뜻을 같이하는 업체들의 협찬으로 진행되었다.

독자들은 잡지에 부착된 엽서 뒷면의 해답란을 정성껏 채워 우편으로 보냈다. 이처럼 월간산은 다양한 독자 참여 이벤트를 열어 끊임없이 독자들과 친근하게 소통하고자 했다. 그 시절 독자들의 정성은 여전히 빛바랜 지면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 월간산과 함께한 산악 만화들

과거에는 새 잡지가 도착하면 만화 코너부터 가장 먼저 찾아보는 독자들이 많았다. 만화는 산악 전문지 특유의 딱딱한 성격을 풀어 주는 유쾌한 역할을 했다. 복잡한 등산 정보보다는 친근하고 재미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지면을 채웠던 대표적인 연재 만화들을 살펴본다.

만화01 악돌이

작가: 박영래

연재 기간: 1970년~현재

월간산의 명실상부한 마스코트이자 한국 산악 만화의 산증인이다. 산을 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이야기를 '악돌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재미있게 그려냈다. 50년 넘게 연재되며 캐릭터의 작화나 등산 장비 묘사 등이 시대별로 변해 와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만화02 산악희평

작가: 박영래

연재 기간: 1971년~현재

악돌이와 함께 박영래 작가의 대표작이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산악계의 풍속과 문화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풍자한다. 시사만화 성격을 띠는 '한 컷 만화'다. 산악인들의 고집이나 당시 산악계·사회의 이슈를 압축적으로 담아내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만화03 산딸기

작가: 김성두

연재 기간: 1982년~2022년

산에서 일어나는 낭만과 우정, 그리고 때로는 엉뚱한 에피소드들을 그린다. 따뜻하고 정감 가는 그림체가 특징이다. 월간산의 황금기를 함께하며 독자들에게 산행의 즐거움과 인간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만화04 미스터 고봉씨

작가: 김지수

연재 기간: 1992~1990년대 후반

평범한 직장인 '고봉씨'의 좌충우돌 산행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전문적인 등산 기술보다는 산을 사랑하는 산꾼의 일상적인 등산 문화를 위트 있게 담았다. 월간산 지면에 친근하고 정겨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오랫동안 사랑받은 인기작이다.

▶ 역대 월간산 굿즈

한때 누군가의 산행에 동행하며 전국 산을 누볐을 물건들이다. 투박한 로고가 박힌 배낭부터 힙색, 벨트와 캡모자까지 월간산이 독자들에게 건넸던 정성스러운 선물들은 그 자체로 가장 가치 있는 기록이다.

▶ 1980·1990년대 월간산 지면광고

강렬하고 직관적인 광고문구, 화려한 색상의 아웃도어 광고들은 단순한 상품 홍보를 넘어 하나의 예술과 같다. 월간산과 긴 역사를 함께한 브랜드들의 옛 모습을 통해 '그 시절' 산악 장비의 모습을 구경해 보자.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