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섬의 시간, 가야 아일랜드 리조트
코타키나발루 가야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누린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코타키나발루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박상영 작가의 에세이,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읽었다. 순전히 제목이 이번 여행의 결과 맞아떨어질 거란 예상으로. 막상 다 읽고 나니 책의 주요 골자는 여행에서도 온전한 휴식을 누리지 못하는 작가가 일상의 작은 빈틈을 찾아보는 이야기였다. 현대인들이 진정한 쉼을 경험하기 어렵다는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나도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이곳, 가야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보낸 시간은 나에게 휴식이란 감각이 무언지를 또렷하게 느끼게 했다.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에서 제셀톤 선착장까지 약 20분, 그리고 선착장에서 전용 보트로 약 10분이면 리조트에 다다를 수 있다. 번잡한 도심으로부터 단 30분 이동했을 뿐인데, 울창한 열대 정글과 눈부시게 푸르른 바다가 펼쳐진 풍경이란! 현실 속 페이지 하나를 건너뛴 기분이랄까. 리조트에선 이를 '짧은 이동, 확실한 전환'이라 표현했다. 찰떡같은 비유다.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의 북동부, 사바주의 주도인 코타키나발루는 그 이름만 들어도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가 떠오를 정도로 잘 알려진 휴양지다. 그리고 이 코타키나발루를 대표하는 툰구 압둘 라만 해양공원의 5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인 '가야섬'에 가야 아일랜드 리조트가 자리한다. 리조트 인근에 다다르자 초승달 모양의 해안선 위, 전통적인 '사바(Sabah)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의 모습에 기대가 부푼다. 반짝이는 바다와 짙은 녹색의 숲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열대우림 위에 자리한 캐노피 빌라, 해안과 가까운 바유 빌라, 오션뷰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키나발루(Kinabalu)산' 뷰를 동시에 누리는 키나발루 빌라 등 총 4개 타입, 121개의 프라이빗한 빌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 속 휴식'의 정의를 상기시키는 구성이다. 그중 내가 머문 곳은 키나발루 빌라. 도시명에도 들어간 '키나발루'는 사바주 원주민어로 '영혼의 안식처'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야말로 '쉼'에 걸맞은 이름이라 할 수 있겠다.

'웰컴 투 보르네오', 환영을 만끽하며 빌라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맡에 앉아 문밖을 바라보자, 발코니 너머 반짝이는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참, 빌라의 출입문을 잘 닫아 두란 직원의 당부가 있었다. 이곳에 자주 출몰하는 야생 원숭이 때문이었다. 긴코원숭이를 비롯해 다양한 원숭이가 섬에 서식하고 있는데, 워낙 똑똑해서 문을 노크하거나 방 안으로 들어오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고. 가야섬 자체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기에 원숭이 외에도 크고 작은 도마뱀과 새 등 야생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물론, 리조트 자체적으로도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하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코타키나발루의 일몰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세계 3대 석양'이라는 수식으로 찬양받는다. 물론 공인된 기준이 있는 표현은 아니지만, 그만큼 압도적이다. 도시 앞바다에 크고 작은 섬들이 길게 펼쳐져 있고, 그 뒤로 수평선이 시야를 가로막힘 없이 열어 주기 때문이다. 적도 인근 특유의 강한 습도와 구름층이 빛을 오래 붙잡으면서, 해가 완전히 사라진 이후에도 하늘은 붉은색, 주황색, 보랏빛을 천천히 겹쳐가며 색을 바꾼다. 마치 하늘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조명처럼 변해 가는 과정에 가깝다.

말로만 듣던 세계 3대 일몰을 만나기 위해 선셋 크루즈에 올랐다. 바다 한가운데 멈추어 서서 붉은빛이 하늘 전체로 번져 가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휴대폰 사진첩에 하늘 사진만 100장을 채워 갈 무렵, 화사의 'Good Goodbye'를 들으며 리조트로 돌아왔다. 과연 보랏빛이 번져 가는 하늘에 작별 인사를 건네기에 딱 맞는 곡 선정이었다. 일몰도 아름답지만, 이곳은 일출 명소이기도 하다. 바다 전망의 빌라라면 바다를 면하고 있는 문의 덧창을 살짝 열어 두고 잠들길 추천한다. 웅장한 키나발루산 실루엣 너머에서 천천히 해가 고개를 드는 장관을 마주하고 싶다면 말이다.

선셋 크루즈 외에도 이곳의 자연을 만끽하는 액티비티는 넘쳐났다. 보트를 타고 나가 스노클링으로 바닷속을 탐험하고, 뿌리로 바닥을 꽉 움켜쥔 듯한 맹그로브 숲 사이로 카약을 타는 경험도 했다. 프라이빗 해변이 있는 타바준 베이에선 마린 센터에 들러 생물학자와 함께 산호초 복원에 참여해 보기도 하고,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들을 비워 냈다. 또, 전문가와 함께 숲속을 트레킹 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식물도 만났다. 이 맑은 자연 속에서 즐기는 모든 액티비티에는 환경보호를 위한 리조트의 노력이 세심하게 깃들어 있다. 그래서 모든 걸 누리면서도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루프톱에 있는 '피셔맨스코브' 레스토랑에선 로브스터와 타이거 새우, 생선 요리 등 신선한 로컬 해산물을 푸짐하게 즐겼고, 조식과 중식을 책임진 '피스트 빌리지'에선 그림 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다채로운 육해공 요리를 맛봤다. 특히 조식은 매일 달라지는 누들 섹션이 인상적이었으니 놓치지 말 것. 철판요리가 일품인 '오마카세'는 먹는 즐거움과 셰프의 조리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를 모두 잡았다. 리조트를 떠나는 날, 하늘에는 완벽에 가까운 보름달이 떴다. 그러고 보니 먹고, 마시고, 즐기는 와중에 이곳에서 가장 많이 한 건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멍때리는' 일이었다. 자발적으로 휴대폰을 멀리하고 그저 눈으로 풍경을 담으며 생각의 고리를 끊어 냈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자연이 있었다. 이런 걸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Flight
꽉 채워 즐기는 코타키나발루 여행, 에어아시아
코타키나발루까지는 에어아시아를 이용했다. 에어아시아는 6월부터 주 4회(월, 수, 금, 일요일) 일정으로 인천-코타키나발루 노선을 운항한다. 참고로 에어아시아는 2024년 첫 취항 이래 조금씩 운항 스케줄을 변경하며 한국 관광객을 위한 편의 시간을 조율해 왔다. AK1624(인천-코타키나발루)편은 인천에서 오전 9시20분에 출발해 오후 1시30분에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하며, AK1623(코타키나발루-인천)편은 오전 1시55분 코타키나발루에서 출발해 오전 8시20분 인천에 도착한다. 아침 출국으로 여유 있는 오후, 그리고 밤 비행기로 아침에 귀국하는 스케줄 덕분에 예정된 여행 일정을 꽉 채워 누릴 수 있는 것이 에어아시아 노선의 최대 장점이다.

글 김나영 사진 호텔 제공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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