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회담에 쏠린 외신…"중국, 대북 영향력 회복 시도"

한영훈 2026. 6. 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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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해 평양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인민일보 웨이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북중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외신들은 이번 회담을 북한과 중국이 서방에 맞선 단결을 과시하는 동시에, 중국이 러시아 쪽으로 기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확인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서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양국은 ‘깨지지 않는 유대’를 강조하며 전통적 우호관계 복원을 부각했다. 로이터통신도 “시 주석이 북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전략적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 재확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긴밀한 전략 소통과 모든 분야의 교류 강화를 강조했다”며 “이는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 확대에 맞서 균형을 잡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CNN도 “북러관계가 강화됐지만 북한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생명줄이자 외교적 파트너는 여전히 중국이라는 메시지를 시 주석이 분명히 보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에게도 중국과의 관계 복원은 필요하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키워왔지만, 경제 지원과 교역 확대 측면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도 중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점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봤다.

외신들은 중국이 북러 밀착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BBC는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도, 손 놓고 잃을 수도 없는 이웃으로 보고 있다”며 “시 주석의 방북은 우호 과시보다 영향력 확보에 더 가깝다”고 짚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이 북한을 러시아 쪽으로 과도하게 밀착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전문가 평가를 전했다.

비핵화 문제가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점도 주목됐다. NYT는 “북중정상회담 이후 나온 중국 발표에 북한 핵프로그램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과거 북중 회담 발표에는 북한 핵프로그램 종식을 위해 협력한다는 문구가 들어갔지만, 최근에는 그런 표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도 “시 주석이 각 분야 협력 확대를 언급하면서도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공개 발언은 피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반도 안보 불안을 키울 수 있다. NYT는 “김 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성공하면 핵무기 개발에 더 거리낌이 없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미국의 방위 공약 이행 능력을 우려하는 역내 미국 동맹국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회담은 북중관계 복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활용해 군사·경제적 이익을 넓히려 하고,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전통적 영향력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 비핵화 압박이 전면에 나오지 않은 가운데 북중러 밀착 구도가 강화되면 한반도 문제는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동북아 안보 구도와 더 깊게 연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