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업무 2인1조? “인력이 없다”

서울 연신내역 감전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사고 당시 제기됐던 위험업무 2인1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2인1조 원칙은 강조됐지만 정작 현장에선 이를 지킬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2인1조를 법제화하되 인력 충원과 안전 설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력난에 서류로만 2인1조
연신내역 산재사망 사고는 2024년 6월9일 서울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작업하던 서울교통공사 소속 노동자가 감전으로 숨진 사고다. 사고 당시 노동자는 전기실 고압 케이블에 표시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사고 원인으로 2인1조 작업이 지켜지지 않은 점이 지목됐다. 사측은 당시 3명이 작업에 투입돼 2인1조보다 더 안전한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재해자가 많은 작업량 탓에 다른 2인1조 근무조와 떨어져 홀로 작업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2인1조 작업이 단순히 같은 공간에 두 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작업자 1명과 감시자 1명이 짝을 이뤄 감시자는 작업자의 위험 행동을 확인하고 감전 등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시 구조를 하거나 작업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신내역 사고 현장에서는 재해자를 실질적으로 감시하고 조력할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이처럼 2인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에는 부족한 인력 문제가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에 따르면 3호선 북부 구간의 전기 업무를 담당하는 지축전기관리소의 야간근무조 인원은 대여섯 명이다. 한 명은 상황대기를 하고, 다른 두 명은 지정된 대기 장소에 있어야 한다. 계획된 작업에 두 명이 나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역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홀로 작업을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전기업무를 담당하는 한 조합원은 "새벽에 전기실 작업을 하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고장이 나면 수리하러 갈 사람이 없다"며 "결국 한 명이 출동하면서 각각 홀로 작업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현장에서 2인1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위험업무 단독 근무는 산재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도 꼽힌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위험업무 2인1조 의무화 법개정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업재해 사망 사고 중 혼자 작업하다 숨진 노동자는 3천884명이다. 사고사망 원인이 '인원 배치 부적당'으로 분석된 사망자는 739명이다. 사람이 부족해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공사 2천명 감축계획 … 2인1조 전제는 인력 확충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교통공사가 인력감축을 추진하면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공사는 2026년까지 2천212명(정원의 13.5%)의 인력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701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공사는 신기술 도입과 비핵심 업무 위탁 등에 따른 효율화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현장 안전인력 축소로 위험작업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또 장애 복구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민 안전도 위협한다고 본다. 장명곤 노조 기술본부장은 "인력과 예산을 늘려 실제로 2인1조가 가능하게 해야 하는데, 정원을 줄이면 현장은 더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며 "장애 복구도 늦어져 시민 안전과 이용 편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는 경영 효율화와 1천만 시민의 안전 중 무엇이 우선인지 다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비 개선에 대한 투자도 지연되고 있다. 연신내역 감전 산재사망 사고 원인 중 하나는 제대로 단전하지 않고 작업했다는 점에 있다. 완전 단전을 할 경우 여러 장비와 시설물의 전력을 차단해야 해 사전협의와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완전 단전이 아닌 부분 단전에서도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타이차단기반 이중화'라는 전기 설비 개량이 필요하지만,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대입구역 전기실에서 재해자가 연신내역 사고와 같은 지점에서 감전돼 손가락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 기술본부장은 "똑같은 감전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죽음을 방지하는 기본적인 장비를 설치하지 않아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2인1조 법제화와 함께 인력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등에서 감시자를 배치하는 업무를 규정하는 등 법과 제도가 일부 갖춰져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지켜지지 않는다"며 "안전인력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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