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수조사에 건설업계 ‘초비상’...전방위 책임 추궁, 사면초가

최지희 2026. 6. 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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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 관행 외면한 ‘중간 고리’ 제재 논란
하도급 실태조사 범위 원청까지 확대
대형사 법무팀 가동…"업무 과로 한계"
업계 "건설 전담 가이드라인 있어야"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하도급 실태조사에서 안전관리 부담 조사 대상을 원청까지 넓히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수급사업자에게만 향하던 안전관리 책임의 화살이 이제 원청을 직접 겨누게 됐기 때문이다. 연말 결과 공표 후 직권조사로 이어지는 공정위의 법집행 파이프라인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부터 건설사들은 한층 강도 높은 제재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가 가장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지점은 비용 전가의 구조적 불가피성이다.

안전관리비ㆍ폐기물처리비를 하청에 전가하는 관행은 원청의 탐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원가가 압박받는 구조에서, 발주처가 공사비 산정 단계부터 이들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관행이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공정위가 중간 고리인 원청만 제재하면 정작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인 채 건설사만 타격을 받는 역설이 생긴다는 논리다.

유보금 관행을 둘러싼 시각 차이도 크다.

공정위는 기성금의 10% 안팎을 준공 이후로 미루는 유보금을 사실상 대금 착취로 본다. 반면 업계는 하청업체의 공사 도중 이탈이나 하자 발생 시 원청이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는 구조에서 유보금은 위험 관리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 상황에서 하도급 단가를 올려주지 못하는 현실 역시 원청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이미 확정된 도급금액의 구조적 한계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공정위 제재의 명분도 분명하다.

산재 발생 시 민ㆍ형사 책임을 전부 하청에 전가하는 특약이나 경쟁입찰 최저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한 사항이다. ‘업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수십 년간 이어진 불공정 거래가 지금 이 순간에도 하청업체의 자금난과 산재 피해를 낳고 있다는 현실은 외면하기 어렵다.

현장의 긴장감은 공정위의 전수 조사 착수 전부터 감지된다.

대형 건설사들은 법무팀을 긴급 가동해 기존에 체결된 하도급 계약서를 전수 재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계약서 조항 하나하나가 부당 특약에 해당하는지 따져보고 있다”며 “공사 현장이 수십 개인데 계약 건수만 수백 건에 달해 법무팀 인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견 건설사들의 부담은 더 크다. 자체 법무 인력이 부족한 탓에 외부 법무법인에 자문을 의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자문 비용이 경영 압박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실태조사 대응을 위해 외부 법률 자문을 받고 있는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중소 협력업체 보호를 위한 조사라는데, 정작 중간 규모 건설사들이 대응 비용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건설업 특성을 반영한 전담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업은 국내 산업 가운데 하도급 계약 체결 건수가 가장 많은 분야임에도 현행 가이드라인은 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돼 건설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어떤 특약 조항이 부당 특약에 해당하는지, 안전관리비의 구체적 산정 기준은 무엇인지 등 핵심 판단 기준이 불명확한 탓에 계약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적법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도급법 위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싶어도 기준이 모호하면 자율 시정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공정위가 건설업 전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해야 제재 이전에 실질적인 관행 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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