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만 외친 여야…‘서울시장 선거=부동산’ 공식만 재확인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갈린 부동산 민심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비사업 속도 단축을 통한 주택 공급 등 오세훈 국민의힘 당선인과 유사한 부동산 정책으로 보수 유권자 표심 공략에 나섰지만 선거 구도를 흔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모두 재개발·재건축 지역 표심에만 호소하며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지 않았고 서울시장 선거가 부동산 선거라는 구도만 더 강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근 1년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10개 자치구는 성동(20.49%)·송파(16.98%)·마포(15.81%)·광진(15.61%)·영등포(14.62%)·양천(14.44%)·강동(13.07%)·동작(13.06%)·중(12.13%)·용산(12.11%) 순이었다. 이 중 성동과 마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오 당선인 지지율이 높았다.
반면 금천(3.23%)·중랑(3.66%)·도봉(4.06%)·강북(4.72%)·은평(6.45%)·노원(7.02%)·종로(8.56%) 등 상승률 하위 10곳은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가 눌린 강남(7.96%)을 제외하고 모두 정 후보를 지지했다.
성동구에서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있는 성수1·2가 제1동과 옥수동, 마포구에서도 집값이 높은 마포갑(공덕·아현·도화동)에서 오 당선인 우위가 확인되며 ‘자산 투표’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던 영등포·양천구에서도 여의도동과 목동 등 재건축 밀집 지역은 오 당선인 강세였다. 12·3 내란, 코스피 활황,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철근 누락 안전사고 등 굵직한 이슈가 잇따랐지만 부동산 선거 구도만큼은 흔들리지 않은 것이다.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유사했다. 정비사업 속도 단축을 통한 주택 공급을 전면에 내걸었고, 공급 물량도 2031년까지 오 당선인 31만호, 정 후보 36만호로 큰 차이가 없었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공약 측면에서는 두 후보 간 차별성이 없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현직인 오세훈 시장의 정책 연속성에 신뢰를 보낸 것”이라며 “도전자인 정원오 후보가 그 신뢰를 흐트러뜨리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의 모호한 정책은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메시지와도 엇박자를 냈다. 선거 내내 청와대발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세제 강화가 거론됐지만 정 후보는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급 부족 누적 등으로 전월세 가격 상승을 두고도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적극적 대책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고가 주택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정책이 등장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이재명 정부 기조에 발맞춰 주택가격 안정화 정책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정 후보는 오히려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주택가격 부양 정책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서울 선거에서 부동산을 상수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 지역구 한 민주당 의원은 “재산세 감면 등 공약으로도 보수 유권자 표심 잡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이번 선거로 확인됐다”며 “당장 표심이 흔들리더라도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해 수도권 집중 완화에 일정한 성과를 내고, 유권자들에게 그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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