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이란계, 엄마는 유대계···미국인인 내가 이란과의 전쟁에 반대하는 이유”[인터뷰]

정유진 기자 2026. 6.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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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탄 마부라크 미국이란인협회(NIAC) 전국조직국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버지가 이란계이고 어머니가 유대계인 에탄 마부라크 미국이란인협회(NIAC) 전국조직국장은 미국 플로리다 남부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인이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서로 충돌하는 이 세 가지 정체성 속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부라크는 지난 5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유대인과 이란인, 팔레스타인의 안전은 서로 상호 연동돼 있다”며 “누구도 안전하게 만들지 못하는 이 전쟁은 당연히 미국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유대인 문화권 속에서 성장했지만, 이스라엘이 주도한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중동 국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치적 각성을 경험하게 됐다. 현재 일하고 있는 NIAC는 2002년 설립된 이란계 미국인 권익 옹호 단체로 미국에서 가장 큰 이란계 풀뿌리 조직이다.

그는 “이란의 미래는 외부의 개입이 아닌, 9000만명의 이란 시민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쟁을 중단하고 싶다면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하는 등 미국의 영향력을 행사해서 레바논 공격을 중단시켜야 한다”며 “나는 유대인의 ‘도덕적 생존’을 위해서라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저지르는 전쟁 범죄를 용인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마부라크와의 일문일답.

- 이란·유대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당신의 정치적 견해를 형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

“유대계 인구 비율이 높은 플로리다 남부에서 태어나 유대인 문화권 속에 성장했으며, 지금도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아버지가 이란계이지만 1970년대 이란을 떠난 후 한 번도 이란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상 이란과는 단절된 채 자랐다. 내가 유대인 공동체에서 중동에 대해 들은 이야기는 오직 두려움에 기반한 것뿐이었다. 이스라엘은 골리앗에게 맞서는 다윗 같은 존재이고, ‘우리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모두가 우릴 싫어한다’는 단순한 서사 외에는 들은 것이 없었다.”

- 그런데 어떻게 NIAC에서 이란계 미국인의 권익 옹호를 위해 일하게 됐나.

“대학 졸업 후 여러 정치 운동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예멘, 레바논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나는 그전까지 이스라엘이 주도한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중동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을 만나자 단순화된 서사들이 내 안에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란에 있는 가족들과 교류하는 이란계 미국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대계 미국인 사회에서는 ‘굴복’이자 ‘실패’로만 여겨졌던 버락 오바마 정권의 이란핵합의(JCPOA)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란을 외부세계와 단절시켜온 제재가 완화됨으로써 내부에서부터 이란의 민주주의를 앞당길 수 있는 중산층의 성장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었단 걸 알게 된 후, 나는 외교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바꾸게 됐다.”

- 이란의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심하게 분열된 탓에 외교적 해법을 주장하는 NIAC 같은 단체는 친 이스라엘 단체뿐 아니라, 전쟁을 지지하는 다른 이란계 단체로부터도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맞다. NIAC은 전쟁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미·이스라엘 공동정책위원회(AIPAC) 같은 친 이스라엘 단체는 물론 레자 팔레비 복위를 지지하는 이란 단체, 이란 인터내셔널 같은 (반체제) 미디어 등으로부터 이란 정권을 옹호한다는 부당한 공격을 받아왔다. 이란에 최대 압박을 가해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이란 혁명 과정에서 겪은 집단적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으로 쉽게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그들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란은 전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더 큰 레버리지(지렛대)를 얻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전쟁을 중단하면 더욱 강경해진 이란 정권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 개입하면 할수록 외교를 거부하고 핵무기를 추구하려는 이란 내 강경파가 오히려 더 강화되는 결과가 초래된단 것이 이번 전쟁으로 증명되지 않았나. 미국의 미래는 3억명의 미국인이 결정해야 하는 것처럼, 이란의 미래는 어떤 외부 세력도 아닌, 그곳에 사는 9000만명의 이란인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실제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여성, 생명, 자유’ 운동에서 이란 시민은 외부의 개입 없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란 정부가 민중 봉기를 외부 세력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이란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NIAC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란계 미국인의 70%는 이 전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이상적인 주장이 아니다. 이란·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국 개입이 그 나라 사람은 물론 미국인의 삶도 더 나아지게 하지 못했다는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치페와 폴스의 커스터 농장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사실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지금은 이 인기 없는 전쟁에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화당 내 강경파와 이스라엘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강경파는 스스로 만든 ‘확전의 함정’에 갇혀 있다. 강경파는 대이란 정책을 이스라엘에 ‘위임’해 버린 채 이란과의 협상은 무조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전쟁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조언해 온 이란의 저명한 반체제 정치인이나 NIAC 같은 이란계 미국인 단체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이스라엘의 의견만 전문가 의견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 유대계 단체인 J스트리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대계 미국인의 60%도 이란 전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을 유대인 전체와 동일시 하려 한다. 이스라엘 로비 단체들은 이스라엘을 인종차별 국가로 비판하는 것까지 반유대주의로 재정의하려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려 하기도 했다. 이는 반유대주의와 싸우는 우리를 더 힘들게 한다. 우리의 안전과 도덕적 생존을 위해서라도, 유대교가 지키려는 가치를 빌미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 국가를 이대로 용인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주변 국가들에 대해 전쟁을 감행하는 한 유대인의 안전도 결코 보장될 수 없다. 싫든 좋든 유대인의 안전과 이란·팔레스타인의 안전은 서로 연동돼 있다.”

-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란인에 대한 체포·추방이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초, 이란에서 도망쳐 와 망명을 신청한 이란인들을 세 차례에 걸쳐 비행기에 태워 이란으로 돌려보냈다. 종교와 성적 취향을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 사람들을 다시 이란으로 추방한 것이다.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도 위험에 직면해 있다. 범죄 기록이 전혀 없는 이란 국적자 4명이 구금돼 추방 절차를 밟고 있고, 영주권 신청자 등의 신분 조정 처리가 무기한 중단되면서 수많은 이란인의 체류자격이 위태로워진 상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분 조정 절차 재개를 위해 NIAC 등이 함께 제기한 소송에서 이란 국적자 83명이 오늘 승소를 거뒀다.”

-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를 막지 못하는 미국 시민 사회가 무기력해 보인다.

“이란에 있는 가족·친인척들이 겪는 엄청난 고통과 폭력을 목격하고 있는 이란계 미국인의 좌절감을 보면서 나도 정말 답답함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미국 정치는 느리더라도 조금씩 움직인다. 이 전쟁을 막을 방법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레버리지를 행사해서 레바논 공격을 중단시키는 것인데, 오는 11월 선거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 차단 등을 공약으로 내건 출마자가 많아지고 있다. 사실 이스라엘 무기 공급 중단은 리히법, 무기수출통제법, 대외원조법 등 이미 있는 법을 집행하려는 의지가 있는 의원들만 있으면 해낼 수 있다. 미국이 네타냐후 총리의 이해관계에 종속될 이유가 없다. 또 최근 미 연방 하원에서 전쟁권한법 결의안이 통과됐는데, 톰 배럿 의원(공화·미시간)이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지역구 농부들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급등한 비료 가격 때문에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란계 미국인은 작은 인구집단이지만, 농부·재향군인·노조 등 많은 단체가 연대해서 의원들에게 압박을 가하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나는 그 희망을 붙들고 있다.”

에탄 마부라크 미국 이란인협회(NIAC) 전국조직국장. NIAC는 2002년 설립된 이란계 미국인 권익 옹호 단체로, 미국에서 가장 큰 이란계 풀뿌리 조직이다. NIAC 홈페이지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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