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락? 공포의 중심에서 매수 버튼을 눌러라"[포스트워 투자전략]

김영은 2026. 6.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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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역발상 투자전략 방법은?"

[커버스토리 : 포스트워 투자전략]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미국과 이란 전쟁 이후 글로벌 증시가 폭등과 폭락을 오가고 있다. 상반기 2배 넘게 치솟은 코스피 지수는 하반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공포의 정점에서 방아쇠를 당기라고 말한다. 변동성이 클수록 ‘하락 시 매수, 반등 시 매도’라는 역발상 전략을 펼치라는 조언이다. 

그는 “투자에서 가장 큰 적은 시장이 아니라 감정”이라며 “시장이 흔들릴 때 공포에 질려 팔고 꼭대기에서 탐욕에 겨워 사는 행동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코어 앤 새틀라이트(Core & Satellite·핵심과 위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만들어낸 단기 변동성을 이용해 향후 5년 이상 시장을 주도할 ‘구조적 성장주’에 올라타라는 얘기다. 

 역발상 전략의 핵심 지표

그가 말하는 코어 앤 새틀라이트 전략에는 명확한 원칙이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65~85%는 장기 구조적 성장주인 ‘코어(핵심)’에 묻어두고 나머지 15~35%는 시장 상황에 따라 기동성 있게 움직이는 ‘새틀라이트(위성)’ 포지션으로 잡아 탄력적으로 운용하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코어 종목은 세 가지 기준을 철저하게 충족해야 한다. 첫째, 산업의 구조적 성장이 최소 5년 이상 지속되는가이다. 단기 경기 사이클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업종이어야 한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AI, 반도체, 전력 인프라, 조선, 방산이 여기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둘째, 경쟁자가 쉽게 넘볼 수 없는 ‘해자(MOAT)를 가졌는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적층 기술, HD한국조선해양의 고부가가치 LNG선 건조 능력,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제작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이런 해자가 있어야 경쟁이 심해져도 독보적인 수익성을 지킨다”고 말했다. 

셋째, 역사적 수준 대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의 합리성이다. 아무리 미래 성장이 확실해도 주가가 이미 선반영돼 너무 비싸다면 기대수익률이 낮다. 그는 “역사적 PER, PBR 레벨과 비교해 지나치게 고평가된 종목은 코어에서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 세 가지를 갖춘 기업은 시장이 조정받을 때 기관과 외국인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단단한 하방 지지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대중이 두려워할 때 장기 관점의 거대 자본은 오히려 매집에 나서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기동대’인 새틀라이트 포지션의 3대 원칙은 이벤트 투자, 순환매 투자, 모멘텀 투자다. 

박 대표는 “실적이나 정책발표, 선거 등 예측 가능한 캘린더를 활용할 수 있는 ‘이벤트 투자’와 돈의 이동을 길목에서 지키는 ‘순환매 투자’, 외국인 수급이 강하게 유입되거나 실적 추정치가 계속 상향되는 ‘모멘텀 투자’를 통해 달리는 말에 편승하라”고 말했다. 

그는 새틀라이트의 핵심 원칙이 ‘높은 회전율과 칼 같은 손절매’라고 강조했다. 빠르게 치고 빠져야 하며, 주가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 미련 없이 잘라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여기서 설령 손실이 나더라도 ‘코어 포지션’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공포에 담아야 하는 종목은?


그가 제시한 ‘코어 포지션’의 원칙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핵심 산업으로 전력 인프라, 조선, 피지컬 AI, 방산을 제시했다. 

과거 경기 사이클에 종속됐던 전력·전선 산업은 생성형 AI 인프라의 필수재로 체질이 바뀌었다. 실시간으로 수억 개의 매개변수를 계산하는 AI는 가공할 전력을 소모하며 차세대 모델로 진입할수록 소비량은 수십·수백 배로 폭증한다.

탄소중립(RE100)을 선언한 빅테크 기업들이 24시간 무중단 공급이 가능하면서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전) 기업들과 20년 초장기 계약을 맺는 이유다.

초호황을 맞은 변압기·케이블 시장은 핵심 자재 공급 부족으로 주문 후 인도까지 최소 2~3년이 소요된다. 박 대표는 “제조사가 가격 결정권을 쥐면서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은 고마진 물량만 선별 수주하고 있다”며 “수년 치 매출과 역대급 이익률이 이미 장부에 확정된 구조적 성장 국면”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은 2003~2007년 중국 경제 개방 이후 20년 만에 가장 강력한 호황기를 마주했다. 박 대표는 이번 사이클이 지정학적 재편과 환경 규제가 만든 강제 교체 수요에 기반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대형 3사의 도크는 이미 3~4년 치 예약이 마감됐다.

철저한 공급자 우위 시장 속에서 선가는 매달 치솟고 있으며, 과거 저가 물량을 털어내고 고가 수주 물량이 본격 반영되는 이익 폭발 구간에 진입했다. 그는 “조선업의 성장동력은 명확하다. 미 국방부가 군함 수리·건조 역량 보완을 위해 한국의 MRO(정비·유지·보수)에 손을 내밀고 있으며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에 따른 친환경선 가스 제어 기술에서 한국은 중국을 압도한다”고 말했다.  
화면 속 소프트웨어 AI의 시대가 가고 물리적 공간에서 노동을 수행하는 ‘피지컬 AI’ 역시 코어 종목이다. 박 대표가 주목한 종목은 현대차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행 로봇 기술을 가진 보스턴다이나믹스를 보유했음에도 현재 PER은 10배 안팎으로 극단적 저평가 상태라는 것이다. 

방위산업은 전 세계적인 신냉전 체제 속에서 ‘장기 수출 주도형 성장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K-방산의 독보적 해자는 압도적인 납기 능력이다.

그는 “냉전 종식 후 생산 능력을 줄인 미국·유럽과 달리 한국은 대규모 무기 생산 라인을 365일 풀가동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라며 “무기는 한 번 도입하면 수십 년간 부품 교체와 정비 등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에 따른 후속 마진이 발생한다”며 “주요 기업들의 수주 잔고가 5~10년 치 매출을 넘겼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극단의 공포 속에서 매수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돕는 세 가지 핵심 지표를 제시했다. 

첫째는 공포지수(VIX)다. 그는 “VIX가 25 이상이면 시장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고 30 이상이면 극도의 공포 국면”이라며 “역사적으로 VIX가 30 이상인 시점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이후 1년간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고 말했다.

둘째는 하이일드 스프레드(HY Spread)다. 하이일드 채권 수익률에서 미국 국채 수익률을 뺀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신용 시장의 위험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안정되거나 좁혀지면 신용 시장이 정상화되며 주식시장도 회복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지난 3월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충격 속에서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빠르게 안정된 것이 4월 반등의 신호였다”고 짚었다.

셋째는 외국인 순매수 동향이다. 시장 조정 국면에서 외국인이 매수를 늘리면 하방이 지지되고 있다는 신호지만 반대로 외국인마저 팔면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 세 가지 지표가 동시에 충족되는 시점이 바로 가장 강력한 역발상 매수 신호가 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계속 가냐고? 두 가지만 확인해라"

사진=한국경제 DB

-공포에 매수하고 싶어도 정확한 바닥을 잡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역발상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실전 기술은 ‘분할매수’다. 저점을 정확히 잡으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한다. 대신 목표 매수 금액을 분할해 단계적으로 매수하면 평균 단가를 낮추며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 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면 한 번에 사지 않고 다음과 같이 분할한다.

현재 수준에서 1차 매수(2500만원), 5% 하락 시 2차 매수(2500만원), 10% 하락 시 3차 매수(2500만원), 15% 하락 시 4차 매수(2500만원). 이러한 매수 방식은 하락폭에 따라 평균 단가가 낮아지며 최종 매수 완료 후에는 회복 시 수익이 극대화된다.”

-맹목적인 ‘물타기’가 손실을 키울 수도 있지 않나. 
“분할매수의 핵심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면서 매수하는 것이다. 주가가 하락해도 삼성전자의 HBM 수요가 줄어든 것이 아니고 SK하이닉스의 기술 우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 분할 매수는 합리적이다. 반면 주가 하락의 이유가 기업의 근본적 경쟁력 훼손이라면 분할매수가 아니라 손절 매도가 맞다. 이 판단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역발상 투자의 핵심 역량이다.”

마지막으로 하반기 시장을 전망한다면. 
“하반기 시장의 키워드는 ‘차별화의 심화’다. 모든 종목이 다 함께 오르는 유동성 장세는 끝났다. 이제 진짜 실력이 있는 기업과 무늬만 그럴듯한 기업의 수익률 격차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두 가지를 확인하라.

미국 AI 빅테크들의 자본지출(CAPEX)이 꺾이지 않고 계획대로 집행되는지,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분기 실적 가이던스가 유지되는지다. 만약 여기서 잡음이 나온다면 본격적인 순환매 장세가 시작될 것이다. 상반기에 엄청난 랠리를 펼친 전력 인프라와 조선은 이제 눈높이가 최고조에 달해 있다. 하반기에는 실제 장부에 찍히는 실적 전환 속도와 추가 수주 가시성을 증명해 내야만 주가가 상방으로 더 열릴 전망이다.”

 


[편집자주] 빅테크 중심으로 질주해 온 미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 달러 체제의 균열 조짐, 예측하기 어려운 금리 흐름, 에너지 패권 재편,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금융 질서 변화까지.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시장과 마주하고 있다. 한경매거진앤북이 출간한 책 ‘투자 대가 9인의 포스트워 투자전략’은 전쟁 이후 재편되는 세계경제와 자본시장을 진단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구루들이 바라보는 투자 해법을 담았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책에 담긴 핵심 통찰을 미리 살펴보고 불확실성의 시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시장의 방향을 짚어본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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