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제약, 지배구조 ‘구멍’ 수두룩…꼼수 승계 논란도
전자투표·승계 프로그램 없이 지분 승계 먼저…거버넌스 선진화 선언 ‘무색’

| 서울=한스경제 김동주 기자 | 명인제약(대표 이관순, 차봉권)이 상장 이후 처음으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개하며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과 거버넌스 선진화를 강조했지만 정작 핵심 지배구조 지표 준수율은 26.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투표와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 독립적 내부감사 조직 등 상장사의 기본적인 거버넌스 장치 상당수가 여전히 미비한 상태여서 '지배구조 개선'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상장 후 첫 지배구조보고서…핵심지표 대거 미준수
9일 명인제약이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한국거래소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가운데 4개만 충족했다. 준수율은 26.7%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제약사 가운데서도 낮은 수준이다.
회사는 보고서에서 올해 4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명인제약은 기존 대표이사였던 이행명 회장이 물러나고 이관순·차봉권 사내이사를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대주주와 경영진 간 이해상충을 최소화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이사회 중심의 경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감사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 4개 전문위원회도 운영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개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회사는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집중투표제 역시 정관을 통해 배제하고 있다. 주주들이 물리적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는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제도다. 집중투표제 역시 소수주주의 이사 선임 참여를 보장하는 대표적인 장치로 꼽힌다.
주주환원 정책도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명인제약은 최근 3년 동안 주당 배당금을 500원, 1000원, 1500원으로 확대하며 배당성향을 높였지만 정작 중장기 배당정책은 수립하지 않았다. 회사는 배당정책 및 배당 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하는 핵심지표 역시 충족하지 못했다.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관을 개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2025사업연도 결산배당에도 '선 배당액 확정 후 배당기준일 설정' 제도를 적용하지 못했다. 제도 정비와 실제 운영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셈이다.
▲ 승계 프로그램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부재다. 회사는 CEO 승계와 관련한 별도 정책이 없다고 명시했다. 대표이사 유고 시 사장과 부사장 등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정관에 규정하고 있을 뿐 차기 경영진 후보군 관리나 육성 프로그램, 승계 절차 등은 마련되지 않았다.
최근 ESG 평가에서 CEO 승계계획은 기업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핵심 항목으로 꼽힌다. 특히 창업주 중심 경영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체계적인 승계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은 거버넌스 측면의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사회 독립성도 완전하지 않다. 현재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가 맡고 있으며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는 구조는 아니다. 이사회 구성원 역시 전원이 동일 성별로 구성돼 다양성 측면에서도 핵심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내부감사 기능 역시 한계가 드러났다. 회사는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독립적인 내부감사 지원 조직은 별도로 설치하지 않았다. 현재 재경부가 감사위원회 업무를 지원하고 있어 독립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주와의 소통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상장 이후 별도의 소액주주 간담회나 해외 투자자 대상 IR 행사 개최 실적은 없었다. 영문 홈페이지는 운영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 전담 인력이나 영문 공시 역시 제공하지 않고 있다.
명인제약은 보고서를 통해 △전자투표 도입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CEO 승계정책 수립 △주주환원 정책 마련 등을 향후 검토하겠다고 소명했다.

▲ 지배구조 허점 속 진행된 지분 증여…'꼼수 승계' 논란
거버넌스 체계의 미비가 지적되는 가운데 창업주인 이행명 회장의 최근 지분 증여를 둘러싼 승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5월 8일 두 딸에게 보유 지분 총 6.58%(96만주)를 증여했다. 장녀 이선영 씨에게 4.32%(63만주), 차녀 이자영 씨에게 2.26%(33만주)를 각각 넘겼다. 이와 함께 명인다문화장학재단에도 0.68%(10만주)를 증여했다.
이번 증여로 이 회장의 지분율은 50.88%에서 43.62%로 낮아졌지만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여전히 73.47%에 달해 경영권에는 사실상 변화가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후계 구도 정리를 위한 사전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증여 시점을 둘러싸고 시장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이 회장이 두 딸에게 주식을 증여한 5월 8일 명인제약 종가는 5만 4400원으로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당시 공모가 5만8000원을 밑돌았다.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하락한 시점에 증여가 이뤄지면서 향후 증여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이른바 '꼼수 승계' 논란도 제기된다.
더욱이 회사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조차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한 지분 승계가 먼저 진행됐다는 점도 논란의 배경으로 꼽힌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조하면서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구체적인 원칙과 절차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시점에 승계 작업이 이뤄졌고 회사 차원의 승계정책도 부재한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이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전문경영인 체제와 오너 승계가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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