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트럼프, 러-우 전쟁 종식의 기회 왔다
러 병력 손실 크고 우크라도 지원 절실
美 평화협정으로 푸틴에 출구 제공 가능
전쟁 끝낸다면 ‘트럼프 업적’ 기억될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율 급락 상황을 맞았다. 이 같은 상황을 바꿀 기회가 있다면 중동이 아닌 수천 마일 떨어진 유럽을 주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경제 규모가 약 12배, 인구가 4배 이상인 적국을 상대로 5년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생존 그 자체가 현대사의 위대한 국가적 성취 중 하나였다. 이제 우크라이나는 단순히 생존하는 것을 넘어서 전쟁의 계산법을 바꾸고 있다.
지난 수년간 러시아의 이점은 전쟁의 대가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러시아군은 죄수·소수민족 등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을 징집했다. 엄청난 수의 군인을 잃었지만 잃은 것보다 더 많은 인원을 모집할 수 있었다. 매달 3만 명 이상을 충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그 방정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빠른 속도로 훈련된 병력을 잃고 있다. 대체할 수 있는 잠재 병력을 넘어선 상황이다.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얻은 진격은 거의 멈춘 상태다. 올 5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거의 확보하지 못했으며 일부 지역은 오히려 잃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때 큰 이점이었던 러시아의 점령지 규모는 이제 약점이 됐다. 보호해야 할 물류, 방어해야 할 목표물, 공격에 취약한 땅이 더 많아진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속도와 정보·독창성으로 병력을 대체했다. 대부분 자국 기술로 이뤄진 강력한 드론 산업을 구축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700만 대 이상의 드론을 생산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 본토 내의 정유소·비행장·레이더기지·군수공장을 타격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더 이상 전쟁을 우크라이나 내에 안전하게 묶어둘 수 없게 됐다. 지난달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2차대전 승전기념일 행사조차 우크라이나 드론의 위협으로 인해 축소한 채로 치러졌다.
그렇다고 이 같은 상황이 우크라이나에 손쉬운 승리를 가져온다는 말은 아니다. 러시아는 여전히 자체 미사일과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도시를 강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부족하다. 부패 스캔들과 가혹한 징병으로 인해 정치도 경색됐다. 하지만 기세는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유럽연합(EU)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였지만 EU가 부족한 물량을 채웠다. 대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등 EU 정책에 반대한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정권이 퇴진한 뒤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900억 유로 대출 패키지가 승인됐다.
이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등장한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그의 외교는 낭비된 영향력의 대표 사례였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호되게 꾸짖고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협상의 시작점으로 취급했으며 푸틴 대통령에게 서방이 지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유럽 지도자들이 갖지 못한 무기를 갖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주요 군사 원조를 재개하고 러시아산 석유와 그림자 함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한 미국 무기 판매를 가속화해 우크라이나로 이전하도록 위협할 수 있다. 그런 다음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평화협정의 형태로 출구를 제공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시아적 편향은 이 같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유리한 위치에 서도록 한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우크라이나에 회의적이었고 러시아에 관대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양보할 의사가 있어야 하지만 우크라이나 역시 국경 방어 역량을 자각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실질적인 안보 보장도 필요하다. 이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접경지인 돈바스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미래에도 주권국가로 남을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푸틴 대통령의 승리에 대한 두 가지 이론은 우크라이나가 약하고 서방이 지칠 것이라는 점이 전제다. 그러나 둘 다 무너졌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악의 전쟁을 끝내고 서방에서 우크라이나의 위치를 확보하며 러시아를 저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시해온 중동의 ‘가짜 휴전’이 아닌 ‘진정한 업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실제 역사적인 성과라고 불릴 수 있는 업적이 될 수 있다.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휘영 장관, 국립발레단장 내정설에 “허황된 뜬소문”…‘가짜뉴스’에 직접 등판
- “여행 가서 얼마나 쓰는 거야”…한국인 카드 해외 사용액 역대급 찍었다
- “집 사려면 대기업 가야 하나” 말 나올만도…직장인들 ‘사내대출’에 몰린다
- “물 4ℓ 마시다 토할 뻔” 대장내시경 장청소 공포, 이젠 옛말
- “두 눈을 의심했다” 평범한 남성 계좌에 33조원 입금…무슨 일
- ‘젠슨황 깐부株’ 효과 벌써 끝…두산로보틱스 16% 급락
- “월 34만원, 고맙지만 ‘이 정도’는 돼야”…어르신 절반이 생각하는 기초연금 적정액은
- 강엔 고속단정, 하늘엔 드론…12㎞ 한강하구 철통경계
- “닭백숙에 넣어 끓였을 뿐인데”…30분 만에 구토·호흡곤란 속출한 이유가
- 시도때도 없이 ‘심쿵’…방치했다가 돌연사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