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도 책임져라" 이언주 사퇴 '폭탄'에 대통령 직격까지… 민주당 '집안싸움' 불붙나
'지도부 흔들기' 차단 나선 친청
최민희 "안철수식 진부" 직격
두 달 앞 전당대회 내전 조짐에
여당발 '국정 블랙홀' 우려 多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이언주 최고위원은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며 '정청래 대표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이에 공개 대응을 자제하던 친청(정청래)계 인사들이 맞받아치는 등 상호 저격이 본격화하면서 지선 직후 당 전체가 집안싸움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 안팎에선 집권 2년 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가 자칫 당권 투쟁의 블랙홀에 함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도 책임져라" 이언주 사퇴

이 최고위원은 8일 페이스북에 "6·3 지방선거 결과를 마주하며 최고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잔여 임기가 두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선 이후 지도부에서 사의 표명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그는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음에도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격전지에서 민심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고도 지선 결과를 '큰 승리'로 규정한 정 대표에게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압박성 사퇴로 해석됐다.
염태영 민주당 의원도 정청래 책임론에 가세했다. 그는 "12·3 내란 심판의 열기와 이 대통령의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에도 서울 탈환에 실패했고 눈물겨운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도 못 챙겨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얻었을 뿐"이라며 "쓰라린 패배"라고 했다. 이어 "책임 있는 지도부라면 백서 제작보다 책임지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했다. 5일 "지방선거 평가는 시스템으로 하는 게 맞다"며 당내 평가위원회를 설치해 백서를 발간하는 방식으로 책임론을 피해가려는 모습을 보인 정 대표를 겨냥해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언주 향해 "김한길·안철수냐"··· 발끈한 친청

친청계는 반격에 나섰다. 최민희 의원은 이 최고위원을 향해 "책임 있게 지도부로서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 김한길·안철수식은 진부하다"고 했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당시 문재인 대표 책임론을 거론하다 탈당했던 두 정치인을 소환하며 이 최고위원을 직격한 것으로 해석됐다. 조승래 사무총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며 '정청래 연임 반대운동'을 꺼낸 김영록 전남지사를 향해 "근거 없는 주장을 자꾸 하며 지도부와 경선 과정에 대해 흔들어대는 시도가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차기 전당대회(8월 17일)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 경쟁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당장 이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선 결과에 대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 많이 있었다" 등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서 당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친명(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정 대표를 향해) 대통령이 직설적인 표현을 쏟아냈다"고 했다. 정 대표 책임론에 대통령이 힘을 실어줬다는 취지다. 반면 조 사무총장은 "(정 대표도) 서울 패배는 매우 안타깝다고 표현했기에 대통령 표현과 지도부 말이 상충되지 않는다"고 했다.
당권 경쟁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5선 박지원 의원은 "당권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어 너무 큰 염려가 엄습한다"며 "전당대회는 불을 보듯 대권투쟁으로 이어지고 민생경제, 내란청산, 3대 개혁은 실종된다"고 했다. 다음 총선이 치러지는 2028년 4월까지 약 2년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이 대통령이 국정에 집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데, 오히려 여당이 당권에 매몰돼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취지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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