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점프 기억해줘 감사, 한국·멕시코 함께 32강 갈 것”

멕시코시티/강우석 기자 2026. 6. 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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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월드컵]
28년前 한국 상대 개구리 점프
멕시코 전설 블랑코 인터뷰
멕시코의 축구 전설 콰우테모크 블랑코가 7일(현지 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한 호텔에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을 상대로 썼던 개구리 점프 개인기를 직접 선보이고 있다. 그는 “멕시코 사람들은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며 “이번 월드컵에서도 멕시코와 한국이 조별리그를 함께 통과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김지호 기자

한국 축구 팬이라면 쉽게 잊히지 않는 충격적인 장면이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의 조별리그 첫 경기 멕시코전. 상대 공격수 콰우테모크 블랑코(53)는 공을 두 발에 끼우고 마치 개구리처럼 점프하는 개인기로 한국 수비진을 농락했다. 일명 ‘콰우테미나(Cuauhteminha)’고 불리는 블랑코의 개구리 점프 기술에 그를 에워싸고 막아섰던 이민성과 최성용이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모습은 한국 축구 역사의 굴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한국은 당시 1대3으로 역전패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블랑코가 개구리 점프로 한국 수비수를 제치는 모습./유튜브

7일(현지 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한 호텔에서 만난 블랑코는 “당연히 (한국 축구를) 조롱하려고 한 건 전혀 아니었다”며 “그저 경기와 팀 승리에 집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개인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말했다. 블랑코는 은퇴 후 정계에 투신, 현재 멕시코 연방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당시 내 기술에 당했던 한국의 두 선수에게도 ‘악의는 없었다’는 진심을 전하고 싶다”며 정치인답게 얘기하며 웃었다. 그는 “현역 선수 시절, 난 브라질의 호나우지뉴처럼 즐겁게 축구를 하는 걸 좋아해 콰우테미나 기술을 열심히 연습했다”며 “월드컵 경기 중 실제로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북중미 월드컵 공동 개최국 멕시코는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과 맞붙는다. 블랑코는 “한국은 손흥민 같은 파괴적인 선수를 보유한 빠르고 지능적인 팀이고, 마치 군인처럼 강인한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멕시코가 한국을 꺾고, 조 1위를 차지할 것 같다”며 “물론 한국과 멕시코가 사이좋게 함께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하기를 가장 바란다”고 했다.

블랑코는 “축구를 사랑하는 저와 멕시코 국민에게 한국은 각별한 나라”라면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F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2대0 깜짝승을 거뒀고, 같은 조의 멕시코는 스웨덴에 0대3으로 패배하고도 어부지리로 16강에 올라간 바 있다. 당시 멕시코 시민들은 쐐기골을 넣은 손흥민을 향해 “이제 멕시코 국민” “국가적 영웅”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고 한다.

멕시코 축구의 전설 쿠아우테목 블랑코가 2026년 6월 7일(현지 시각) 멕시코시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멕시코 대표팀에서 한국이 경계해야 할 선수로는 이번 월드컵 출전 선수 중 최연소인 질베르토 모라(18)를 꼽았다. 그는 “10대에 불과하지만,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선발이든 교체든 제 실력을 100%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기자가 “모라를 당신의 후계자로 보는 것이냐”고 묻자 “블랑코는 오직 나 한 명뿐이다. 후계자는 없다”며 웃었다.

블랑코는 멕시코 월드컵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스타다. 1998년 대회를 시작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2010년 남아공 대회까지 세 번의 월드컵 무대에서 3골 4도움을 기록했다. 통산 A매치 120경기에 출전해 39골을 넣었다. 그는 “멕시코 사람들에게 축구는 가장 중요한 전통이고, 월드컵은 감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그는 2015년 선수 생활을 그만둔 뒤 돌연 정계에 입문했다. 스포츠 선수가 현역에서 은퇴하고 곧바로 정치에 발을 들이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그는 “원래 (정치인이 되기로) 계획한 건 아니었다. 제가 사는 도시와 나라를 돕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블랑코는 멕시코 쿠에르나바카 시장, 모렐로스 주지사를 거쳐 현재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직 중이다.

최근엔 다시 축구계 복귀를 꿈꾸고 있다. 그는 ”내년이면 의원 임기가 끝나는데, 정치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싶다“며 ”감독으로 멕시코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 나가는 게 남은 꿈”이라고 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많은 한국 축구 팬이 자신을 아직 기억하는 게 놀랍다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기자를 향해서도 수차례 “아미고(Amigo·친구)”라고 부르며 친근함을 드러냈다. “한국은 언제나 저를 따뜻하게 대해주셨어요. 멕시코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분들은 최고의 환대를 받을 테니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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