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송금’ 핵심 北 리호남, 민주당 지사가 왜 만났나

제주도가 지난달 신장 투석기와 한라봉 묘목 등 1억6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북한에 보냈다. 이를 위해 민주당 소속 오영훈 제주지사가 지난 2월 베이징에서 북한의 대남 공작원 리호남을 직접 만났다고 한다. 신장 투석기 등은 북측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와 통일부는 “법적 요건을 갖춘 남북 협력 사업”이라면서도 “구체적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리호남은 2019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 측이 대납하는 과정에서 돈을 요구하고 필리핀에서 직접 돈을 받기도 했다. 작년 대법원은 쌍방울과 북한 사이 돈 거래를 중개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게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하며 리호남이 받은 돈을 ‘방북 대가와 의전 비용’이라고 인정했다. 민주당은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리호남이 북한 공작원으로서 다수의 가명과 위장 신분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청문회에서도 쌍방울 전 회장과 부회장 모두 ‘필리핀에서 리호남에게 돈을 줬다’는 기존 진술을 바꾸지 않았다.
제주지사가 리호남과 접촉했다는 2월에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 모임’을 띄웠다. 대북 송금 수사 검사는 이 전 부지사를 ‘술과 연어’로 회유했다는 의혹으로 감찰을 받았다. 이 대통령이 기소된 대북 송금 사건을 ‘없던 일’로 만들려는 정권 차원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던 때였다. 그 시점에 민주당 소속 제주지사가 대북 송금 사건의 북측 열쇠를 쥔 리호남을 만난 것은 우연인가.
통일부는 제주지사와 리호남 접촉을 미리 알았을 것이다. 대북 송금 관련 리호남 발언으로 정치적·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데도 접촉을 허용했다. 김정은이 남북 당국 간 접촉을 일절 중단한 상태에서 리호남을 내보내 지원품을 받은 것은 한국 정부에 어떤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도 남북 협력 사업을 할 수 있다. 남측과 통하는 북한 브로커도 여러 명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 대통령 방북 비용을 받아간 리호남을 민주당 인사가 다시 접촉해 협력 사업을 하는지 궁금한 국민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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