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주택자는 ‘마귀’라고 했는데, 집 4채 총리 지명

조선일보 2026. 6. 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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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고운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를 범죄자처럼 취급하거나 ‘마귀’에 빗대며까지 비난해왔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지명한 한성숙 총리 후보자는 집 4채를 보유한 사람이다.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 현황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서울에 3채, 경기도에 1채를 소유했다. 한 후보자는 거주 중인 서울 삼청동 집을 뺀 3채를 처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팔렸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중 한 후보자가 20년간 보유해온 서울 잠실 아파트는 지난달 52억원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22억5000만원에 샀는데 29억5000만원의 차익을 거둔 것이다. 서울 주요 지역에 살지도 않는 아파트를 갖고 있으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본보기를 한 후보자가 보여줬다.

국무총리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부동산 관련 부처 장관 회의도 주재하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이 최근까지 집 4채를 보유했다면 정부 정책이 희화화되지 않겠나.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부동산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주택자 공무원을 배제해야 한다며 “용지를 복사하는 직원조차 다주택자여선 안 된다”고 했다. 공직자면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다주택을 보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다주택자는 어떤 공직에도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 후보자에게 그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대통령 주변 참모들과 정부 고위직들이 자신의 부동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보면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과 전쟁을 벌일 때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부동산을 샀고 이를 본 국민은 정부 정책을 믿지 않았다. 한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국민이 이를 어떻게 보겠으며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어떻게 되겠나.

청와대는 한 후보자 부동산 논란에 대해 “청문회에서 소명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기를 바라지만 ‘집 4채 총리’가 소명이 될 수 있는 일인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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