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본질 흐려"…예배·찬양 기독교인 불편하게 보는 재선거 시위대
올림픽공원 일대 곳곳에서 소규모 개신교 집회
소셜미디어에서는 기독교 모임 반발 "왜 종교가 끼어드나"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투표용지 부족으로 빚어진 6·3 지방선거 부실 선거 사태를 놓고, 재선거를 촉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는 재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로 가득한 상황이다.
시위 참석자들은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겠다며 "부정선거"나 "멸공" 같은 구호를 자제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집회는 순수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경기장 주변에는 "우리의 목소리가 왜곡되지 않도록 재선거, 참정권 침해, 애국가만 외쳐 달라", "태극기만 흔들어 달라", "선동하거나 선동당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가 여러 군데 걸려 있었다. 핸드볼경기장 각 출입구에 모인 사람들은 '재선거'를 외치거나 애국가만 제창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올림픽공원에서 예배 중인 이들을 찍은 영상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대부분 반응은 부정적이다. 기독교인들이 방언을 하거나 기도를 하는 영상이 올라오자, "종교가 왜 정치에 끼어드는가", "왜 여기서 기독교 모임을 진행하는가. 정당한 투표권 행사 못 한 사람들의 항의 시위 아니었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에서 종교단체 시위로 프레임 씌워질까 우려된다. 골방에서 기도하듯 하라"는 의견도 있었다.

<뉴스앤조이>가 6월 7일 시위 현장에서 만난 재선거 시위 참석자들의 여론도 기독교에 부정적이었다. 이들은 종교의자유는 존중한다면서도 재선거 시위 때 예배나 찬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왕시에서 왔다는 20대 남성 A는 "우리나라에 종교의자유가 있고, 기독교에서 우파 집회를 많이 한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재선거만 외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B는 "개인의 자유를 억지로 막을 권리는 없지만 '참정권 침해'라는 이유로 모였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는 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소리가 훼손되고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위에는 광화문과 세이브코리아 등에 수차례 모습을 나타낸 민경욱·전한길 등 부정선거 음모론자들도 여럿 모습을 드러냈다. 6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 여러 차례 마이크를 잡은 그라운드씨(김성원)가 현장을 찾았고, 6월 8일에는 반동성애와 '윤 어게인'을 외치는 염보연 목사(킹덤처치)가 시위에 참석했다.

개신교인들이 합류하면 시위 성격이 변질될 것이라는 시위대의 우려에도 경기장 곳곳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소규모로 모여 예배나 기도를 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예배를 예고한 최 아무개 전도사는 6월 7일 저녁 7시, 시위가 열린 핸드볼경기장으로부터 약 400m 떨어진 장미광장에서 예배를 진행했다. 그는 '멸공'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예배를 인도했다. 현장에는 홍보 글을 보고 모인 교인 10여 명이 참석해 1시간가량 찬양하고 말씀을 들었다.

기도회 후 만난 최 전도사는 자신을 우파라고 밝혔다. 예배 취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가나안 교인들을 회복시키는 사역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해 예배를 열었다"며 "예배와 말씀으로 힘을 얻고 충전해서 재선거를 외치자는 취지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기도회 장소를 시위대 집결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잡은 이유를 묻자 "원래 외곽으로 준비했다. 재선거라는 소리와 말씀이 겹치면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예배는 하나님께 온전히 드려야 하기에 방해 요소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다 보니 외곽을 선택했다"고도 말했다.
온라인에는 앞으로도 시위 현장에서 기도회를 열 예정이라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YDP하나교회(김성한 목사)는 소셜미디어에 공지를 올리고 6월 15일 월요일부터 매주 월요일 핸드볼경기장과 체조경기장 사이에서 '나라 사랑 MZ 기도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안디도 titus12@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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