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위협에도 아르메니아 집권당 총선 승리…친서방정책 탄력(종합)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협력 확대' 제안…러는 "자유선거 짓밟아"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캅카스 지역의 옛 소련국가 아르메니아에서 7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 개표 결과 니콜 파시냔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시민계약'이 50%에 조금 못 미치는 득표율로 승리했다.
아르메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개표 완료 후 발표한 성명에서 "시민계약이 49.82%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어 친러시아 성향 야권 3당의 득표율을 공개하며 "(억만장자 기업인) 삼벨 카라페탼의 정치블록 '강한 아르메니아'가 23.28%, 로베르트 코차랸 전 대통령의 정치블록 '아르메니아'가 9.93%, 사업가 가기크 차루캰의 '번영하는 아르메니아'가 3.99%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4위를 차지한 '번영하는 아르메니아'당은 의석 확보를 위한 최저 득표율인 4% 문턱을 넘지 못해 의회 진출에 실패했다.
파시냔 총리는 단독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득표에 성공하지 못한 결과에도 승리를 선언하며, 자기 당이 의회 다수를 확보하고 장관들을 임명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야권은 선거인 명부 조작, 복수 투표, 유권자 협박 및 체포 등의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반발했다.
이번 총선은 5년 임기의 의원 101명을 선출하기 위한 것으로, 모두 18개 정당 및 정당연대(정치블록)가 참여했다.
선거 결과 파시냔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이 과반 득표에 가까운 승리를 거두면서 아르메니아의 친서방 행보가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아르메니아 정치·외교의 대 전환점에서 치러졌다. 파시냔 정부는 최근 들어 전통적 동맹국인 러시아와 거리를 두며 서방과 관계를 강화해 가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오랫동안 러시아 주도의 옛 소련권 군사협력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경제협력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자국 내에 러시아군 기지 주둔까지 허용하며 모스크바와 긴밀한 군사·경제·외교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0~2023년 잇따라 발생한 숙적 이웃국 아제르바이잔과의 몇차례에 걸친 무력 분쟁에서 러시아가 지원 요청을 거부한 이후 CSTO 참여를 중단하고 EAEU 활동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유럽연합(EU) 및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친서방 노선으로 기울었다.

아르메니아는 지난달 26일 미국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아르메니아 의회는 EU 가입 절차 개시에 관한 법률을 채택하고 EU행을 서두르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러시아 영향권으로부터 이탈 시도로 규정하고, 아르메니아산 광천수와 화훼류, 과일·채소류 수입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한편, 특혜 가격에 제공해 온 석유·가스 공급까지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아르메니아가 EU와 관계 구축을 계속할 경우 '우크라이나 시나리오'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러시아는 이번 아르메니아 총선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당국이 자국에 거주하는 수천 명의 러시아계 아르메니아인을 예레반(아르메니아 수도)으로 버스로 이동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선거에 앞서 파시냔 총리를 범죄·부패 혐의와 연관 짓는 허위정보도 소셜미디어와 웹사이트를 통해 확산했다.
이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현직 총리인 파시냔에 대해 "완전하고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EU는 아르메니아의 국방, 경제, 유럽 통합 지원을 위해 대규모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총선 결과 발표 뒤에도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전체 선거운동과 투표 과정이 야당과 그 활동가 및 지지자들에 대한 강경한 탄압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면서 "이 모든 것은 예레반이 민주주의 원칙과 자유선거 절차를 거칠게 짓밟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시냔 총리에게 선거 승리를 축하하며, 우크라이나는 아르메니아와 협력을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선거 결과를 환영하며 "아르메니아는 우리를 믿어도 된다"고 지지를 표명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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