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 후 원화 가치 8% 하락…아시아 최악

원·달러 환율 15일째 1500원대
당국 구두개입에도 ‘1539.1원’
아시아 최약 인니 통화보다 약세
정부, 최대 흑자 근거 “일시적”
전문가 “통화량 감축 등 나서야”
중동전쟁 후 원화 가치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을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각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만 보는 정부의 판단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에서 전 거래일보다 4.1원 내린 달러당 1535.0원으로 마감했다. 15거래일 연속 1500원대 종가다. 주간거래 종가는 하락 마감했지만 이날 주간거래는 시초가로 2009년 금융위기 후 최고치인 1555.2원에서 시작했다. 그나마 외환당국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오후 들어 진정된 것이다.
원화 가치는 지난 2월 말 중동전쟁 발발 전후를 비교하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보다 절하폭이 크다. 지난 5일 기준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는 1539.1원으로 중동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2월27일(1424.5)보다 8.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루피아·달러 환율은 달러당 1만6755루피아에서 1만8025루피아로 7.6% 올랐다. 아시아 최약체라는 루피아화보다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환율 급등의 원인을 21거래일 연속 진행된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와 미국 기준금리 상승 기류로 인한 달러화 강세, 역외 NDF(차액결제선물환) 시장의 투기적 베팅 등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이유가 해소되면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환율이 다시 낮아진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환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일시적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시적’이라는 진단으로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면서도 잠재성장률은 조금 낮춘 보고서를 냈다”며 “외국인의 매도세에는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세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엔화나 아시아 통화보다 원화가 더 평가절하됐다는 건 달러 강세와 중동전쟁 장기화 말고 국내 요인도 상당히 있다는 것”이라며 “원화 통화량을 좀 줄이고, 해외 투자를 국내 투자로 전환하는 등 원화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원화 약세에는 자국 통화 약세를 용인하며 수출만 부양한다는 시장의 인식도 한몫한다”며 “정부가 수출 못지않게 내수 시장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정책 신호를 명확히 보여줘야 환율이 서서히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덥·윤기은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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