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남긴 것들] 거대 양당·단체장 대결에 묻힌 지방의원 선거
“도지사·교육감 외 누구 찍었더라 … 후보도 몰라”
정보 부족 상황 탓 정당 줄투표 악순환 되풀이
군소정당·무소속 설 자리 ↓ … 중대선거구제 무색

"투표용지 7장을 받아 투표했지만, 도지사와 시장, 교육감 외에는 누구를 찍었는지도 기억이 안나요."
"충북도의원과 청주시의원으로 누구를 찍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청주시 상당구 용암2동에 거주하는 주부 임모씨(50)가 내놓은 답변이다.
이게 지방의회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정치는 오랫동안 지방선거를 대선과 총선의 예고편으로 취급해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다음 대선이나 총선의 전초전"이라는 문장은 매 선거마다 반복됐다.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권을 가진 지역위원장(더불어민주당)·당협위원장(국민의힘)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주주의의 꽃인 지방자치제에서 지방선거는 주민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다.
주민들에게 지방선거는 예고편이 아니다. 내 동네 쓰레기가 제때 치워지는지, 폭염 때 피할 쉼터가 있는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지,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가 있는지를 묻는 본편이다.
기후위기 대응, 초고령화 사회, 산업전환, 지역소멸은 모두 지방정부가 가장 먼저, 가장 직접적으로 맞닥뜨리는 문제들이다.
태풍이 오면 어느 마을이 먼저 잠기는지, 폭염이 오면 어느 계층이 가장 취약한지, 공장이 문을 닫으면 어느 지역이 먼저 흔들리는지는 모두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준비 여부에 달려 있다.
안전한 사회는 중앙 정부나 정치권의 선언이 아니라 마을의 체계에서 만들어진다. 노후 교량 점검, 독거노인 안부 확인 시스템, 폭염 대피 공간, 산업단지 위험물 관리 등 사소해 보이는 이 체계들이 쌓여 사회안전망이 된다. 분노를 표로 모으는 일보다, 그 표를 생활의 안전으로 번역하는 일이 훨씬 어렵고, 그래서 지방의회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
하지만 거대 정당의 판도로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주인인 유권자들은 늘 들러리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은 6·3지방선거 내내 "내란 종식과 철저한 단죄 완성" vs "오만한 이재명 정부 심판"을 외쳤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선거구호는 아니었다. 지방선거와 내란종식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지방선거로 정권 심판을 할 수 있을까? 유권자 입장에서 딱히 수긍이 가질 않는다. 그럼에도 여야 정당들은 이 구호가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 진리인양 선거내내 외쳐댔다.
지방 현안과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과 정책, 인물 우위론을 놓고 경쟁해야 할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의 유·불리에 예속돼 치러지면서 지방의원 후보들의 얼굴과 정책은 유권자에게 닿지 못한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 후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당 줄투표가 반복됐다. 줄투표는 필연적으로 단체장과 지방의회 다수당이 같은 정당에서 배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이는 지방의회의 집행부 견제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번에도 충북지역 선거는 대부분 충북지사와 시장·군수 후보 중심으로 구성됐다. 지방의원 후보들은 여야 단체장 후보 지원 유세에 동원되는 경우가 허다했고 독자적인 정책 경쟁이나 인지도 확보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주민 곁에서 예산과 조례를 다루고 지역 현안을 해결해야 할 지방의원 선거가 주목받지 못한 채 막을 내리면서 이번 지방선거도 `지방이 사라진 지방선거'라는 씁쓸한 평가만 남겼다.
거대 양당이 지방의회를 싹쓸이하면서 생활정치의 다양성도 실종됐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충북지역 군소정당 후보는 비례대표를 포함해 22명이었으나 당선인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군소정당 중 충북에서 가장 많은 후보를 낸 진보당에서도 출마자 7명이 전원 낙선했다. 무소속 후보 24명 중 단양군의원 가선거구에 출마한 김영길 후보만 유일하게 당선됐을 뿐이다.
/안성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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