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란, 합의 긍정신호” 美매체 보도…이란 “이스라엘 교전에도 대화중”

한기호 2026. 6. 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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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무 대변인 “대미 불신 속 메시지 교환중”
사실상 이란-이스라엘 교전 직후 상황서도 확인
중재국 파키스탄 내무장관 6일부터 이란 방문중
샤리프 총리 메시지 모즈타바 최고지도자에 전달
파키스탄측 “이란行 매우 긍정적” MSNOW 보도
“이란 합의틀 마련 진전 보여” 외무 소식통 전언
이란, 이스라엘 외교방해 탓하되 ‘美 의심’ 눈초리
레바논 대통령 이란·헤즈볼라 규탄엔 “결속훼손”

이란 지도부가 4월 휴전 국면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직접 공격을 연일 주고받는 와중에도 ‘미국과의 협상 메시지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란 측이 파키스탄에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 가능성에 ‘매우 긍정적 진전을 보였다’는 취지의 전언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기도 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선 전쟁 주체로 최종 책임이 있다며 이스라엘 군사행동을 자제시키라는 압력을 이어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국영 IRNA 통신 기자로부터 ‘최근 몇시간 사건들(이스라엘과 직접 교전)이 이란-미국 협상에 주는 영향’ 질문을 받고 “이런 사건들은 분명히 의심들을 강화시킨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 측과 매우 심각한 불신의 분위기 속에서 메시지를 교환’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힌 뒤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는 (중동권) 지역에서의 시온 정권(이스라엘 지칭)의 행동들을 미국의 정책들과 분리해서 볼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아바스 아라그치(오른쪽)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6월 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을 파키스탄 특사로서 방문한 모흐신(왼쪽)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을 맞이하고 있다. 나크비 장관은 미국·이란 전쟁 국면에서 중재국인 파키스탄 지도층의 메시지를 이란 당국자에 전달할 목적으로 내방했다. [이란 외무부 제공·EPA=연합뉴스]


또 미국이 상충된 입장 발표와 행동이 협상을 저해해왔다며 “지난 24시간 동안 일어난 이 사건(교전)은 그저 이 외교적 프로세스의 난맥상에 기여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전쟁을 이어가는 것에도 불만을 표출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애초 분명히 밝혔고 파키스탄 중재자가 여러 차례 강조했듯, 레바논에서의 전쟁 종식은 휴전(조건)의 한 부분”며 “이 사안이 미국·이스라엘 중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훼손된다면 외교적 경로 역시 당연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몇시간 뒤 한 방송이 파키스탄 외교부 소식통을 인용해 테헤란이 MOU 서명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는 질문엔 “이 협상 경로는 역동적인 경로이며, 양측(미-이란) 견해가 파키스탄 중재자를 통해 서로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모흐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의 방문(지난 6일 이란 방문)은 메시지 교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우리는 항상 이 중요한 중재역할을 맡은 당사자로서 파키스탄의 존재를 환영해왔다”면서도 “어떤 프로세스든 긍정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느낄 때마다, 시온 정권이 어떤 기만적이고 파괴적인 조치를 취해왔단 사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말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언론에서 언급한 보도는 미국 야권성향 ‘MS NOW’ 보도로 추정된다. 이날 매체는 지난 5일 기준으로 중동 지역 고위관리 총 4명을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순서,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미국의 요구, 이란의 구호자금 선지급 요구 쟁점이 전언을 실었다. 그날 “협상이 후퇴했다”거나, “현재로선 양국 간 의미있는 협상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발언 역시 실렸다.

그러나 MS NOW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이같은 전언을 일축했다며 애나 켈리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이 “MS NOW는 늘 그렇듯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중동 외교관’들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이번 보도는 심각하게 부정확하다”고 반박한 내용을 실었다.

이와 함께 ‘회담 상황에 정통한 파키스탄 외무부 소식통’을 출처로 그가 낙관적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MS NOW는 해당 소식통이 주말 동안 파키스탄 내무장관의 이란 방문이 “매우 긍정적”이었으며, “이란이 합의의 틀(framework)을 마련하는 데 진전을 보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파키스탄 특사(내무장관)의 테헤란 방문 목적, 이란-이스라엘 교전의 협상 영향 등을 물은 기자에겐 “중재국으로서 파키스탄 정부가 이 협상에서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방문이)이뤄졌다”며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신정(神政) 최고지도자에게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목적이었고 “그 메시지는 전달됐다”고 확인했다.

다만 그는 “이 협상과 대화들에 임하는 철학은 레바논을 포함한 지역에서 종전 확신을 확보하는 것이었다”며 “시온 정권은 그게 미국에 통보됐든 아니든, 미국 뜻과 일치했든 아니든 이런 조치들을 통해 본질적으로 어떤 외교적 프로세스라도 파괴하려는 목표만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런 사건(교전)이 현재 진행 중인 경로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바가이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헤즈볼라 거점 공격 상황을 ‘몰랐다’거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대(對)이란 즉각 보복공격을 만류했다’고 복수의 언론을 통해 밝힌 데 대해선 “우리는 미 국무부가 이 전쟁을 이란에 강요한 주된 이유를 시온 정권에 대한 지원이라고 노골적으로 언급했단 점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미 당국자들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가 방어 차원에서든 공격 차원에서든 시온 정권과 완전히 조율하고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단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도 “시온 정권이 더 이상 미국의 말을 듣지 않고, 미국 요구와 무관하게 미 관리들을 모욕하려 범죄(공격)를 저지른단 해석은 언제든 논의될 수 있는 주제”라고 관망했다. 이스라엘 측이 미국 관리들을 도청했단 의혹이 불거진 것에도 “모든 이들에게 흥미로운 일”이라고 조소했다.

한편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지난 5일 미 CNN과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레바논을 협상 카드롤 이용하고 있다”며 “당신들은 우리를 돕고자 하는 게 아니다. 레바논 국민이 당신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질타한 바 있다. 아운 대통령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대해서도 “이곳은 당신들의 나라가 아니다”고 항의했다.

헤즈볼라의 지도자 나임 카셈을 두고도 “레바논 국민은 당신의 국민이 아니다”고 반감을 내비쳤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부와 이스라엘 간 휴전 합의를 깨기 위해 이스라엘과 교전을 거듭하면서 양국 합의안을 “항복”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레바논 정부 수반의 항의에도 바가이 대변인은 “우리는 레바논의 친구”라며 “레바논 국가안보를 점령자이자 아파르트헤이트(차별·분리주의) 정권인 이스라엘에 맞서 보호하는 유일한 길은 점령자와 침략자들에 맞선 레바논의 국민적 결속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결속을 어떤 방식으로든 훼손하는 모든 조치와 입장은 분명히 레바논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에둘러 경고했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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