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잔디 적응 앞선 홍명보호, 체코전 승부 ‘한 수 앞’
‘단기 체류 전략’ 체코 선수들, 환경 적응 시간 부족 경기력 불안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홍명보호의 준비 과정을 들여다보면 2500여년 전 편찬된 <손자병법>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승리는 싸움 전에 결정된다.’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고지대 환경과 빠르고 섬세한 잔디에 대한 적응 여부는 한국과 체코의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양 팀은 오는 12일 오전 11시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한국은 8일 과달라하라의 베이스캠프인 치바스 벨레 베르데 훈련장에서 이틀째 구슬땀을 흘렸다. 해발 1571m에 위치한 과달라하라는 공기 밀도가 낮고 산소 농도가 부족해 쉽게 지치고 회복도 더디다. 환경이 비슷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부터 고지대 적응을 시작한 한국 선수들은 이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한국이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에서 얻고자 하는 이점은 고지대 적응만이 아니다. 홍명보 감독(사진)은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이후 베이스캠프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치바스 벨레 베르데 훈련장이 1·2차전 경기장인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을 홈으로 사용하는 멕시코 명문 구단 데포르티보 과달라하라의 전용 훈련시설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관리 주체가 같기 때문에 그라운드 환경 역시 경기장과 거의 동일하다는 의미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과달라하라만 놓고 보면 베이스캠프 선택지는 두 곳이었다”며 “다른 후보지였던 AGA 아카데미는 또 다른 멕시코 명문 구단 아틀라스의 훈련시설이라 잔디의 특성이 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달라하라 스타디움과 치바스 벨레 베르데 훈련장은 같은 종류의 잔디인 버뮤다그래스를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잔디 길이와 관리 상태 등 세부적인 컨디션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 적합한 난지형 잔디인 버뮤다그래스는 한국 선수들이 주로 접하는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 블루그래스와 성질이 다르다. 골키퍼 김승규(도쿄)는 “잔디가 짧고 공이 빠르게 굴러간다. 일본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첫 경기를 앞두고 새로운 환경에 충분히 적응하는 것과 달리 체코는 그럴 시간도, 여유도 부족하다.
월드컵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20년 만에 본선 진출에 성공한 체코는 미국 텍사스주 맨스필드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했다. 체코 역시 고지대 적응이 필요했지만 선택 가능한 캠프 후보지 가운데 사실상 맨스필드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체코는 고지대 적응을 포기하고 경기 하루 전 과달라하라에 입성하는 일정을 택했다. 고지대 적응에 따른 부담을 낮추는 대신 현지 체류 기간을 최소화해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경기 초반에는 체력이 충분해 버틸 수 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 저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체코가 선택한 단기 체류 전략은 잔디 적응 측면에서도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맨스필드 스타디움에는 켄터키 블루그래스와 퍼레니얼 라이그래스가 혼합된 잔디가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번 월드컵부터는 경기 전날 공식 훈련을 위해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다. 체코 선수들로서는 경기 직전 잠시 잔디를 밟아보는 정도가 전부다. 환경에서 적잖은 이점을 안는 한국으로서는 경기 당일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그동안 갈고닦은 경기력을 그대로 재현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과달라하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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