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나도 ‘사법 리스크’…민선 8기 잔혹사 재현되나
취하 관계 無, 고의성·관여정도 ‘핵심’
중도 낙마 재현 가능성·행정 공백 우려

치열했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지만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전남 지역 기초단체장 당선인 상당수가 '사법 리스크'를 안은 채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에 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당선 무효형이 속출했던 지난 민선 8기의 잔혹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전남경찰청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남 기초단체장 중 상당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경찰은 선거 직후인 지난 4일부터 오는 10월 2일까지 4개월간을 '선거사건 집중수사기간'으로 지정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선거일로부터 6개월(12월 3일)로 짧은 만큼, 검찰 기소 시점 등을 고려해 당선 여부를 불문하고 엄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진 곳은 순천이다. 더불어민주당 손훈모 당선인은 측근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강제수사 대상이 됐다. 전남청은 지난달 손 당선인 캠프 관계자 A씨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A씨와 지인 간의 녹취록에 공동선대위원장직 수락 요청과 함께 5천만 원 상당의 대가성 금전 거래를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발단이 됐다. 손 당선인 측은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으며, 민주당 역시 자체 감찰을 통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공천했으나 경찰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손 당선인은 이외에도 상대 후보였던 무소속 노관규 후보 측으로부터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 명예 훼손 등의 혐의로 맞고발당한 상태다.
조국혁신당으로부터 담양을 탈환한 민주당 박종원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고교 동창 부부 모임에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박 당선인 측은 "상대 후보 측이 제기한 악의적 가짜 영상"이라며 "촬영지가 혁신당 관계자 가족의 캠핑장이라는 점에서 기획된 공작 정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무소속으로 '징검다리 4선' 고지에 오른 강진원 강진군수 당선인은 2019년 지역 내 노래주점에서 동석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명현관 해남군수 당선인은 치적 홍보에 군 행정조직을 동원한 혐의(관권선거)로 압수수색을 받았고, 우승희 영암군수 당선인은 가족의 중고차 저가 매입을 통한 금전 이득 취득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3선에 성공한 김산 무안군수 당선인은 출마 기자회견을 위해 사전 허가 없이 군청 회의실을 사용하고 확성기로 지지를 유도한 혐의를 받는다. 장세일 영광군수 당선인은 둘째 딸의 3천만 원 상당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본인 스스로 압수수색을 요청하며 배수진을 쳤다.
김한종 장성군수 당선인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향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고발됐으며, 혁신당 소속 김태성 신안군수 당선인은 민주당 소속일 당시 불법 당원 모집 의혹으로 사문서 위조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된 상태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당선인 본인이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거나,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 또는 배우자가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은 무효가 된다.
특히 선거범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선거가 끝난 후 합의를 통해 고소·고발을 취하하더라도 경찰 수사는 중단 없이 진행된다. 수사기관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형량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당사자의 '고의성'과 '조직적 관여 정도'를 주목하고 있다.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전남에서는 목포시장, 담양군수, 곡성군수, 영광군수, 신안군수 등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줄줄이 중도 낙마했다. 이번 민선 9기 역시 출범과 함께 재선거 선거 가능성과 그에 따른 행정 공백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첫발을 내딛게 됐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만일 당선 무효형 등으로 단체장이 중도 하차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민선 9기 시·군정의 동력 상실은 불가피하며, 그에 따른 행정 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이 감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