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선 초박빙···‘독재자의 딸’ 후지모리, 4수 끝 집권할까

7일(현지시간) 페루 대선 결선 투표에서 전직 대통령 딸이자 일본계 페루인인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51)와 장관 출신의 로베르토 산체스 후보(57)가 맞붙었다. 개표가 90% 가까이 진행됐지만, 초접전 양상을 보이며 아직 당선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페루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개표율 약 90% 기준 강경 우파 정당 ‘민중의힘’ 소속 후지모리 후보가 약 51%를 얻어 ‘함께하는 페루’ 소속 산체스 후보(약 49%)를 약 2%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반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신속 집계에서는 산체스 후보가 50.3%를 득표해 후지모리 후보(49.7%)를 앞서고 있다. 입소스는 두 후보의 격차가 통계적 오차 범위 안에 있어 사실상 동률이라고 설명했다. 입소스의 신속 집계는 2001년 이후 페루 대선 결선투표 결과를 모두 맞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체스 후보는 개표 결과 발표 뒤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를 자신하면서 “최종 결과가 100% 확정될 때까지 투표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후지모리 후보는 “표본 조사에 근거해 결과를 단정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최종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지모리 후보는 ‘페루의 독재자’로 불린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1990-2000)의 딸이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마오주의 반군 세력을 약화하고 경제 안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형집행단 운영과 원주민 여성 강제 불임 시술 등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학살과 반인권 범죄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은 이후 2024년 숨졌다.
후지모리 후보는 1994년 19세의 나이로 미주정상회의에 아버지와 함께 참석하며 정치 무대에 처음 등장했다. 어머니 수사나 히구치가 정부 부패를 폭로한 뒤 이혼하며 후지모리 후보가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다. 2000년 국회의원이 된 그는 이후 민중의힘을 창당했다.
후지모리 후보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4번째다. 반공주의를 앞세웠던 지난 3번의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 그는 치안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될 경우 60일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감자 노동을 의무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아버지가 과거 마오주의 무장세력 ‘빛나는 길’을 소탕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범죄 단체를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심리학자 출신인 산체스 후보는 2021년 대선에서 승리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측근이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2022년 의회 해산과 비상 정부 수립을 발표한 혐의로 탄핵당해 수감 중이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상징인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유세를 진행한 산체스 후보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 사면과 후지모리 정권 시절 국가폭력 피해자 배상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경찰 내부 부패 척결과 군의 치안 지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한편 광업과 인프라 부문 외국인 투자 유치도 강조했다. 또 후지모리 정권 시절 제정된 현행 헌법 개정과 농촌 지역 권한 강화 등을 공언했다.
이번 선거는 극심한 정치적 불안정을 겪고 있는 페루에서 ‘최선’보다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페루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대통령 8명이 교체됐으며 현재도 전직 대통령 4명이 수감 중이다.
최종 당선인 확정까지는 약 한 달이 소요될 전망이다. 선관위는 7월 중순쯤 당선인이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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