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새 호가 3억 쑥…동탄, 투기과열지구 지정 초읽기
아파트 매물 1000건 가량 증발
시범한화꿈에그린 16억→19억대
배상배액 감수…계약파기 사례도
삼성전자 성과급·사내대출 영향
집값 과열에 정부 규제 뒤따를듯
반도체 산업 호황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경기 화성시 동탄구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다.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지난 달 하순 이후 매물이 1000건 가까이 사라졌고 호가도 열흘 만에 최소 3억 원씩 뛰었다.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주인이 계약금을 물어주고 거래를 깨는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 집값 회복 국면을 넘어 과열로 치닫는 듯한 흐름에 시장 안팎에서는 동탄 등 경기 일부 지역에 대한 규제지역 추가 지정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화성 동탄구의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3691건으로 집계돼 보름 전인 지난 달 24일 4673건에서 21.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물은 지난 달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된 후 빠르게 줄어 한달 여만에 각각 1만 여건씩 사라졌다. 동탄의 매물 감소세는 그중에서도 가팔라 매물 증감율이 별도 집계되는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47개 시·군·구를 통틀어 가장 컸다. 경기 전체의 매물이 보름 간 4084건(-2.1%) 줄었는데 동탄에서만 1000건가량이 감소한 것이다.

동탄의 매물 감소 추세는 전형적인 상승장을 닮았다는 분석이다. 매수 수요가 높은 가운데 집값 오름세를 감지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는 동시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GTX-A 노선 역세권이라 매수 수요가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동탄역 인근에서는 한달 전 실거래가보다 최소 3억 원 이상 호가를 올린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동탄역 시범한화꿈에그린’의 경우 지난 달 26일 전용 84㎡가 15억 8000만~16억 원에 거래됐지만 약 2주 만에 호가가 18억~20억 원으로 뛰었다. ‘동탄역 시범더샵센트럴시티’ 84㎡ 역시 지난 달 초 15억 3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한달 만에 저층인데도 20억 원을 부르는 매물만 남았다.
거래가 파기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의 경우 지난 달 중순 70㎡가 12억 5000만~13억 원선에 2건, 84㎡가 14억 5500만~15억 원에 2건이 거래됐지만 이달 초 모조리 계약이 해제됐다. 인근 A중개업소 대표는 “84㎡의 경우 지난 달 초만 해도 15억 원 선에 매물이 나왔지만 월말 무렵부터는 거의 매주 5000만 원, 1억 원씩 호가를 올려 현재는 최고 19억 원까지 눈높이가 올라갔다”며 “너무 싸게 팔았다고 생각한 집주인들이 계약자들과 재협상을 하고 있는데 가격이 맞지 않을 경우 배액배상도 감수하고 계약을 깨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동탄의 과열은 세전 최대 6억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성과급과 최대 5억 원까지 지원하는 저금리(연 1.5%) 사내 대출 신설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B중개업소 대표는 “목돈이 생긴 삼성 임직원뿐 아니라 매매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동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한 달 만에 수억 원씩 호가가 올라 거래가 잘 이뤄지지는 않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는 한 건만 비싸게 거래되도 또 줄줄이 호가를 올리는 모습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열 양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동탄의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주택법 등에 따르면 직전 3개월 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해당 지역 물가상승률의 1.3배를 넘으면 조정대상지역, 1.5배를 넘으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검토 대상이 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탄의 경우 최근 3개월 간 누적 집값 상승률이 4.25%로 조사돼 같은 기간 경기 물가상승률 1.38%의 1.5배인 2.06%를 크게 웃돈다. 구리시(3.89%)나 용인 기흥구(3.08%)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3개월 집값 상승률 역시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시장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 카드를 빠르게 꺼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강화되고 청약 1순위 자격이나 재당첨 제한, 분양권 전매 제한 등도 적용된다. 만일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지정될 경우 실거주 목적이 아닌 매수도 제한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집값이 이미 과열된 상황인 만큼 규제지역 확대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동탄과 기흥, 구리 등 일부 지역만 선별적으로 묶을지, 아니면 보다 광범위하게 추가 지정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도 “일단 규제지역으로 묶을 수 있는 요건은 충족한 상태”라며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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