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빼곡한 샌드위치 패널 건물… 순식간에 번진 ‘안산 공장단지 화재’
2001년 준공… ‘불연소 소재’ 규제 제외
내부재료가 불쏘시개… 건물간격 2~3m 불과

8일 오전 10시반께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 공장 단지. 도로을 따라 길게 그어진 출입 통제선 너머로 검게 그을린 공장 건물들이 줄 지어 서 있었다. 한 때 건물 외벽 역할을 하던 철판은 화재 열기로 인해 휘어지거나 부서졌고, 공장 안에 있던 기계와 부품은 전부 잿더미가 됐다. 외벽이 전부 사라진 채 앙상한 모습을 한 철골만 남은 건물도 있었다. 단지 내 공구 생산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은 “불이 났다고 들은 공장 앞뒤, 양옆, 그 옆에 있는 공장까지 전부 탔다.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까 불이 순식간에 번질 수밖에 없다”며 “주말이라 기숙사나 공장에 사람이 거의 없어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후 9시5분께 단지 내 공장 건물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인접 건물을 비롯해 단지에 입주한 약 9개 업체가 물적 피해를 입었다. 이번 화재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물들이 인접해 있었던 점이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붕괴 위험 탓에 화재 감식에 나서지 못한 상황이다.

화재 피해를 입은 공장 건물들은 대부분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해 지어졌다. 샌드위치 패널은 철판이나 판자 사이에 단열재나 내열재를 채운 건축 자재다. 벽돌이나 콘크리트 자재보다 가격이 저렴해 공장이나 산업 시설에 자주 쓰이지만, 내부 재료가 연소하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우려가 있다.
샌드위치 패널로 인한 화재 참사가 반복되면서 국토교통부는 샌드위치 패널 사용 기준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2021년에는 샌드위치 패널에 사용되는 자재는 불에 타지 않거나 거의 타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이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탓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장 건물은 2001년 준공돼 이 같은 규제를 피해 갔다.
공장 단지 특성 상 건물 간 거리가 좁다는 점 역시 주변 공장들이 화재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불이 난 공장들은 약 2~3m 간격으로 붙어 있었다. 주택과 달리 일반 상업 건물 등은 기존 건물 부지와 50cm 거리만 두면 새로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물 간 거리가 좁을 경우 화재 피해 위험이 높아져 한층 강화된 소방법을 적용받지만, 공장이나 산업 단지는 보는 눈이 적어서 안전 관리나 화재 예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샌드위치 패널의 고질적인 화재 문제를 비롯해 공업단지의 화재 위험을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마주영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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