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한국이 세계경제 승자…AI와 재무장 흐름 올라타”

이규화 2026. 6. 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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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문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을 마친 뒤 이동형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에 사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과 세계적인 재무장 흐름에 힘입어 한국이 최근 세계 경제의 대표적인 수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와 조선, 방위산업 등 전략 산업이 동반 호황을 누리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FT는 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과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국방비 확대가 한국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산업 호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며 올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했다.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스 최고경영자(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산업은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높은 물가, 청년 실업 등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지만 성장 엔진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열풍은 특히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강력한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모리칩 수출 증가가 전체 수출을 견인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는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전력 인프라 기업들의 수주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 역시 글로벌 경쟁 구도가 한국과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수혜를 보고 있다. FT는 과거 조선 강국들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시장이 사실상 한·중 양강 체제로 좁혀졌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전략적 이유로 한국 조선업체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제 지역 한 조선소 근로자는 FT에 “가용 공간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물량이 밀려 있다”며 “생산 설비는 사실상 최대 수준으로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방위산업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어진 안보 불안 속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중동 국가들이 군비 확충에 나서면서 한국산 무기 수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FT는 한국 무기가 미국산 무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공급 지연 문제도 적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재 분야에서도 한국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한국 화장품 수출이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에 올라섰으며,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FT는 한국 경제가 마주한 도전 요인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유가로 인해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이 부담을 안고 있으며, 중소기업들은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산업 고도화는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과거 저가 제조업 중심이었던 중국이 첨단기술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한국의 주력 산업과 정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기계, 배터리,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의 우위가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했다.

FT는 “중국에 대한 기술 우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산업이 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반도체를 제외하면 상당수 산업에서 한국의 비교우위가 약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성균관대 김영한 교수의 진단을 전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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