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빼앗긴 표 돌려달라”···송파 개표소 에워싼 ‘탈정치’ 농성
청년·노인 한 목소리
온라인서 현실로 집결
“룰을 지키라는 것”

"저희가 준비한 생수, 음료수에요. 편하게 드세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 8일 오전 일찍부터 좌판을 벌인 시민이 참가자들에게 생수와 그림으로 그린 태극기를 건넸다. 지난 5일부터 나흘째 이어진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은 과거 한국 정치를 뒤흔들었던 '강성' 집회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이날 시위엔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도화선이 되어 남녀노소가 모였다. 너나 할것 없이 모두 "부정선거, 재선거"를 계속 외쳤다. 경찰 비공식 추산 인원은 오후 12시 반 기준 2000명이다. 주말인 전날에 비해 규모는 줄었다.
검은 반팔 차림의 20대 남성 김모 씨는 휴대전화 라이브 방송을 켠 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특정 세력에 소속돼서 나온 게 아닙니다. 그냥 다시 뽑게 해달라는 거예요." 그의 주변으로는 태극기를 든 청년들이 삼삼오오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무대 차량도, 정당 깃발도, 연설도 없었다.
"열받아 나왔다"
현장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최모 씨는 "투표용지가 모자라 투표를 못 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열받아 나왔다"며 "주변을 보면 다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상황을 보며 개인 자격으로 찾아온 이들"이라고 말했다.

현장 곳곳에는 '재선거', '내 표를 돌려달라', '공정하게 다시 하라'는 손팻말이 눈에 띄었다. 특정 정당 이름이나 정치인 사진은 의도적으로 배제된 분위기였다.
"정치 개입 금지"
참가자 사이에서는 기성 정치인이나 특정 정파의 개입을 철저히 배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현장 곳곳에는 '우리의 구호는 오직 재선거뿐', '정치 개입 금지'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다만 "부정선거는 사형"이라고 외치는 극단적 성향의 사람도 있었다.
31세 여성 직장인 이모 씨는 "정치권이 이 사태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순간 본질이 흐려질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건 여야의 승패가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이 훼손된 것에 대한 투명한 책임과 전국적인 '재선거'다. 구호를 하나로 묶어야 우리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커로 적는 구호

집회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 씨는 "기말고사가 다가오지만 이 문제가 더 중요하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같이 게임하듯 연결된 사람들이 현실 공간으로 나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50대 여성 참가자는 "부정선거를 믿느냐 안 믿느냐 이전에,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시스템 신뢰가 무너졌다"며 "한국 사회에서 공정은 거의 종교 같은 가치인데, 그걸 건드린 순간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룰을 제대로 지키라는 것"
또 다른 40대 남성 참가자는 "선거 결과를 뒤집자는 게 아니라 룰을 제대로 지키라는 것"이라면서 "다시 선거하자는데 왜 그게 극단적 요구냐"고 반문했다.
경찰은 개표소 주변 질서 유지에 집중하면서도 투표함 반출을 위한 강제 해산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다만 시위 장기화로 인한 안전 문제도 상존한다. 시위대가 대회 준비를 위해 경기장을 출입하려던 핸드볼 여자 주니어 대표팀 선수들에게 가방 검사를 요구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잠실 시위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30세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과 '절차적 정의'라는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조직된 상층부 없이 SNS로 끊임없이 결속하는 이들의 자발성은 기성 정당이나 대화 창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