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500원대 '뉴노멀'… 금융권 건전성 관리 부담 커져
4대금융지주 RWA 일제히 상승
자본비율 하락 압력으로 이어져
주주환원 확대 여력에도 '제동'

■원·달러 환율 가파른 상승세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 개장가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6일(159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직전 거래일의 주간종가(1539.1원)보다 16.1원 높았다.
원·달러 환율은 중동 정세 불안과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달러 강세 등이 맞물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두 달 동안 1500원 안팎에서 등락을 이어가면서 고환율이 일시적 충격을 넘어 '뉴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환율 흐름이 굳어지면 은행권의 자본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대출·해외채권 등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진다. 이는 위험가중자산(RWA)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RWA는 은행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반영해 산출한 지표다.
실제 올해 1·4분기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은 4대 금융지주의 RWA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말 대비 올해 3월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RWA는 일제히 증가했다. 신한금융 RWA는 3월 말 기준 365조19억원으로 3개월 새 12조943억원 늘었고, 하나금융 11조8889억원, KB금융 8조9873억원, 우리금융 6조5170억원의 증가 폭을 나타냈다.
■CET1 비율 하락 압력
RWA가 증가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에서 분모가 커져 자본비율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KB·신한·하나금융의 CET1 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하나금융은 13.09%로 지난해 말 대비 0.29%p 하락했고, KB금융과 신한금융도 3개월 새 각각 0.19%p, 0.16%p 내려왔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CET1 비율을 건전성 지표를 넘어 주주환원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CET1 비율이 낮아지면 주주환원 확대 여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두 달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어 2·4분기에도 환율 상승에 따른 RWA 증가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소규모 수출입 업체를 중심으로 차주 리스크도 함께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환율은 생산적 금융 확대 국면에서도 변수로 작용한다. 기업대출은 일반적으로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비해 리스크 수준이 높아 RWA 부담이 크다.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기업대출 확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은 기업자금 공급 확대와 RWA 관리, 차주의 건전성 점검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환율 상황에서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당장 단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며 "고환율이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경우 장기적으로 자본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chord@fnnews.com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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