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제소녀 원이를 사랑하게 된 이유[플랫한 정주행]

최민서 기자 2026. 6. 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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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의 썸네일.

지상파 예능에서 활약하는 ‘국민 여동생 아이돌’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해외 시장과 팬덤 중심으로 굴러가는 현 아이돌 생태계에선 대형 소속사 아이돌조차 대중적 관심을 꾸준히 받기 어렵다. 어쩌면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2026년, 대형 소속사도 아니고 특별한 히트곡도 없던 여자 아이돌이 새로운 방식의 성공 서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거제 소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룹 리센느의 원이가 주인공이다. 그 중심에는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가 있다.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이하 안원잘부)는 솔파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원이의 단독 웹예능 채널이다. 안원잘부는 리센느의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출연한 ‘갸루의 자세에 대해서 배워보았습니다’ 영상이 화제를 모으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영상에서 탄생한 ‘거제 야호’는 밈으로 자리잡았고, 이후 경주 출신 멤버 제나와 사투리만 사용해 대화하는 ‘하루종일 사투리만 써봤습니다’ 영상까지 큰 인기를 얻었다. 원이와 미나미가 직접 거제를 방문한 ‘갸루와 거제에 왔습니다’ 편이 X(구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되며 안원잘부 구독자 수는 75만명을 넘어섰다. 리센느가 2024년 발매했던 노래 ‘러브 어택’도 역주행해 음원사이트에서 자체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거제시는 리센느를 지역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채널

보편적인 아이돌 웹예능이라고 하면 홍보용 일회성 출연이나 사서 고생하는 체험형 기획, 토크쇼의 시즌제 MC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안원잘부의 방향성은 조금 다르다. 원이가 무엇을 하는지보다는 원이가 어떤 사람인지에 집중한다. 솔파스튜디오의 윤성원 PD는 원이에게서 ‘용감함’을 발견해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됐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부분에서도 기존 아이돌 웹예능과는 다른 방향성이 느껴진다.

이런 기획은 원이가 신선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해외 유학파라거나 부잣집 출신이라는 배경이 흔한 아이돌의 셀링 포인트로 자리잡은 지금, 거제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교까지 마친 아이돌은 등장만으로 새롭다. 원이는 사투리와 정제되지 않은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며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자신을 알아보는 시민들에게 ‘가시나들이 좋아한단다’라고 하는 아이돌이 또 있을까. 거제에서 그는 맨발로 거리를 걷거나 자신을 ‘덕연이 딸’이라 소개하며 어머니 지인의 가게를 급습하기도 한다. 원이의 매력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쳐

젊은 여성은 미디어에서 ‘MZ세대’로 쉽게 범주화되어 재현된다. SNL의 ‘주현영 인턴기자’나 ‘막내직원 안주미’처럼 트렌드에만 민감하고 소셜미디어 밖에서는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과장하는 방식이 전형적이다. 반면 안원잘부는 원이를 어떤 세대의 대표성을 지닌 존재로 내세우지 않는다. 원이는 미디어가 만든 ‘MZ세대 여성상’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제작진의 연출과 개입도 적절하다. 데뷔 이후 오랜 시간 주목받지 못한 멤버들은 촬영 장소인 성수동과 거제 시내, 원이의 모교 인근 등에서 인기를 체감한다. 이 자연스러운 연출은 ‘거제 갸루’ 시리즈에서 빛을 발했다. 윤 PD는 일본 영화 <불량소녀 모모코>를 레퍼런스 삼아 검은 트레이닝복 차림의 원이, 분홍색 갸루 스타일의 미나미를 대비시켰다고 한다. 상반된 두 캐릭터는 거제의 바다 풍경 속에서 오묘한 청춘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두 사람이 바다에 들어가 노는 장면에서는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주제곡 ‘섬머’가 흘러나오는데, 제작진은 이 음원을 삽입하기 위해 해당 영상의 조회수 수익 창출을 포기했다고 한다.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쳐

거제 갸루 2탄에서 원이는 학교와 시내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기쁨을 만끽한다. 이후 시내 코인 노래방에서 원이와 미나미가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를 열창하는 장면 뒤, 엔딩 장면에서 PD는 원이에게 “다시 태어나도 거제에서 태어날 것이냐”고 묻는다. 원이는 “원래는 아니었는데 오늘 마음이 바뀌었다. 거제에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PD는 ‘아모르 파티’가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란 사실을 알려준다. 이 장면은 원이의 정체성과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원이처럼 타향살이를 하는 지방 출신 청춘들에게 바치는 다정한 위로 같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안원잘부 콘텐츠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에 대해 “중소 기획사의 바이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인다.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한 리센느의 한 멤버는 이 인기가 ‘길어야 3개월’ 갈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안원잘부의 성공은 우연도, 알고리즘의 간택도, 바이럴 효과도 아닌 원이라는 사람 자체의 매력과 탄탄한 기획이 맞물린 결과다. 안원잘부 채널이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인지 기대해본다.

▼ 최민서 인턴기자 minseo_0210@khan.kr

최민서 인턴기자 minseo_021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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