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도, 이준석도 ‘휘청’…지선 후폭풍, 위기의 ‘제3지대’

박성의 기자 2026. 6. 8. 17:5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개혁신당, 6·3 지방선거서 존재감 부각 실패
비례 돌풍·개인기 정치의 한계…지역 조직·생활 의제 벽 못 넘어
“양당이 싫다”만으론 부족…제3지대, 다시 생존 시험대에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6·3 지방선거에 거대 양당만 웃고 운 것은 아니다. 선거 전까지만 해도 양당 정치의 대안, 중도층의 피난처, 새 정치의 실험장으로 불렸던 제3지대 역시 혹독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조국혁신당의 간판 조국 전 대표는 원내 입성에 실패했고,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 개인의 인지도와 당의 경쟁력이 별개라는 현실을 확인했다. 제3지대는 왜 양당에 실망한 유권자를 붙잡지 못했을까.

조국과 이준석이 쏘아 올린 제3지대 정치 실험

한국 정치에서 다당제는 일종의 공상과학영화(SF)다. 양당제에선 정치가 퇴화될 것이란 디스토피아와, 다당제가 되면 정치가 발전할 것이란 유토피아가 모두 제시됐다. 그러나 현실이 된 적이 없다.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등 양당제 바깥을 향한 시도가 적지 않았지만, 이 정치 스타트업들은 '대기업 양당' 틈바구니에서 늘 끝끝내 생존에 실패했다. 선거 이후 양대 정당과의 합종연횡 속에서 흡수되거나 분열됐다.

그럼에도 제3지대 정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우선 대한민국 정치 왼편 한 축에는 조국혁신당이 있다. 검찰개혁과 반윤(反윤석열)을 기치로 2024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20%대 득표율로 12석을 확보하며 단숨에 원내 3당으로 올라섰다. 오른쪽 다른 한 축에는 개혁신당이 있다.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을 뛰쳐나온 뒤 경기 화성을에서 생환하며 제3지대 보수의 가능성을 몸소 증명했다. 조국과 이준석이라는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각각 진보와 보수 바깥의 틈새를 열었다는 점에서, 두 정당은 기존 제3지대와 다른 체급을 갖춘 듯 보였다.

실제로 두 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윤석열 정부 시기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강한 개혁 요구를 흡수하며 '민주당보다 더 선명한 야당'의 공간을 차지했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 개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2030 남성, 반윤 보수, 합리적 보수층 일부를 끌어 모았다. 거대 양당이 모두 싫다는 유권자에게 최소한의 선택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두 정당은 제3지대의 새 모델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6·3 지방선거는 그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은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철저히 실패했다. 성적표는 냉정했다. 조국혁신당은 원내 3당임에도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내지 못했고, 기초자치단체장 후보 24명 중 전남 장흥군수와 신안군수 2명만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지난해 재선거를 통해 당의 첫 기초단체장이 됐던 전남 담양군수 자리도 민주당에 내줬다. 총선에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바람을 일으켰던 조국혁신당이 지역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대체재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개혁신당의 성적표는 더 초라했다. 서울·경기·인천·부산·대구·대전·세종 등 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 후보를 냈지만 당선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경기지사 선거에 나선 조응천 후보는 4%대 득표율에 머물렀고, 서울시장 선거의 김정철 후보와 인천시장 선거의 이기붕 후보도 1% 안팎에 그쳤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 후보는 최종 개표 기준 0.82%를 얻어 여성의당 유지혜 후보 0.84%에도 뒤졌다. 이준석 대표가 내세웠던 '젊은 보수, 세대교체'의 언어가 수도권 핵심 승부처에서 실제 표로 전환되지 못한 것이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제3지대의 한계는 선명했다. 조국혁신당으로선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의 간판, 조국 후보가 패한 것이 치명타다. 조 후보는 여야 후보에게 모두 밀리며 3위에 그쳤다. 개혁신당은 14곳 재보선 중 9곳에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반면 부산 북갑에서 무소속으로 배지를 단 한동훈 의원이 보수 재편의 구심축으로 부상하면서, 이준석식 제3지대 보수의 공간은 더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준석 개혁신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정승연 인천 연수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인천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될 사람'에게 쏠리는 표…제3지대의 구조적 한계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과 다르다. 대선이 정권의 향방을 가르고 총선이 중앙정치의 의석 구도를 결정하는 선거라면, 지방선거는 교통·주거·교육·복지·지역 개발처럼 유권자의 생활권을 직접 다루는 선거다. 이 때문에 중앙정치의 스타 정치인이나 정당 브랜드만으로는 표를 얻기 어렵다. "누가 우리 동네를 잘 아는가", "누가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 총선, 대선에서 존재감을 보였던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이 지방선거에서 고전한 것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3지대의 이름값은 있었지만, 지역에서 버틸 후보와 조직, 유권자가 체감할 공약이 충분하지 않았던 셈이다.

동시에 학계에선 '뒤베르제의 법칙'이 작동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프랑스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가 제시한 이 법칙은 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양당제를 강화한다고 설명한다. 제3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라도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사표를 피하기 위해 제1·2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이런 선택이 반복되면 제3정당은 전국적으로 의미 있는 득표를 하더라도 의석으로 연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제3지대가 번번이 "관심은 받지만 당선은 못 하는" 구조에 갇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당의 태생적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의 모호한 관계', 그 딜레마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완전히 분리된 정당이면서도, 동시에 민주당 지지층의 정서와 분노를 먹고 성장했다. 그래서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면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민주당과 너무 가까우면 독자 정당의 존재 이유가 흐려진다. 여기에 조국 대표 개인의 상징성은 강력한 동력이지만 동시에 확장성의 한계이기도 하다. 검찰개혁의 선명성은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지만, 지방선거에서 필요한 생활정치와 중도 확장으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했다.

개혁신당의 딜레마도 작지 않다. 개혁신당은 2030세대, 특히 2030 남성을 주요 기반으로 출발했지만, 그 기반은 전국 선거에서 안정적인 표밭으로 굳어지지 못했다. 서울시장 선거 등 주요 승부처에서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은 '이준석식 정치문법'의 한계를 드러냈다. 젊고 빠른 메시지, 온라인 친화적 감각, AI 활용 같은 실험은 있었지만, 그것이 실제 유권자의 생활 의제와 조직적 지지로 전환되지는 못한 셈이다. 무엇보다 20대 여성층의 비토를 넘지 못한 채, 확장 가능한 세대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개혁신당 한 관계자는 "후보를 낸 것 자체가 양당 구도에 균열을 내는 시도였고, 국민의힘에도 적지 않은 긴장감을 줬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그 긴장감을 실제 득표와 당선 가능성으로 연결하지 못했고,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8일 평택 일대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조 전 대표 페이스북

"대한민국의 운명은 새로운 정치세력 형성에 달려"

더 큰 문제는 지선 그 다음이다. 선거의 실패를 넘어, 두 당 모두 존폐 기로에 섰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이미 한 차례 민주당과의 합당 협상이 무산됐던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의 협상력이 더 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총선 직후에는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는 원내 3당의 위상이 있었지만, 지방선거 부진 이후에는 독자 생존력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혁신당 역시 더 복잡한 숙제를 안게 됐다. 한동훈이라는 보수 대안의 부상, 오세훈이라는 잠재적 경쟁자의 존재 속에서 국민의힘과의 공존 가능성, 혹은 비교우위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국민의힘 바깥의 보수 개혁 세력이라는 정체성은 한동훈 의원의 부상으로 흔들릴 수 있고, 수도권 중도 보수의 공간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라는 잠재적 대권주자와도 겹칠 수 있다.

결국 제3지대는 양당에 대한 실망을 먹고 태어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생존할 수는 없다는 게 이번 지선 결과로 드러났다. 이에 두 당 모두 선거 이후 백서 작성과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하고 있다. 지역에서 버틸 후보, 세대를 가로지르는 의제, 양당과의 거리 설정, 그리고 권력을 맡겨도 된다는 신뢰를 동시에 만들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마주하게 됐다.

철학자이자 지식인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2023년 4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는 한계에 이르렀고, 이는 곧 대한민국이 한계에 이른 것"이라며 "더 이상 양당에 우리 미래를 책임질 능력은 생길 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운명은 새로운 세력이 형성돼 정치 환경을 새롭게 하는 일을 해내느냐 못하느냐가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제3의 세력이 실패해 왔다고 하는 건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바라보는 사람들, 평가하는 사람들 모두가 결과주의에 빠져서 그렇다. 집권하지 못하면 다 실패라고 보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처음으로 교과서적인 정당을 시작한다는 자세로 덤볐으면 좋겠다. 정당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결사체다. 어젠다와 비전을 먼저 만들고, 사람을 모아 세를 형성하고, 비전을 설득하는 한 방편으로 권력을 잡는 순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권을 위해 표를 얻기 쉬운 수단으로 거기에 맞춰 어젠다를 만든다는 건 앞뒤가 바뀐 거다.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 지금은 심각한 위기"라며 "혁신을 위해선 소박한 근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 시도들은 또 하나의 구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