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제자리 삶은 그리워지는 것”

최명진 기자 2026. 6. 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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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화 비움박물관장, 개관 10주년 서울·광주 순회전 ‘한반도의 평화, 워낭소리’
워낭·전통 민속품 통해 잊혀져가는 공동체 정신, 평화 가치 되새겨
개관 10주년을 맞은 비움박물관이 오는 10일 서울에서 문체부 공모사업 순회전시를 연다. 사진은 전시에 대해 소개하는 이영화 비움박물관장.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것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비움박물관이 한국 근현대 민중의 삶과 정서를 담은 민속품을 통해 잊혀가는 공동체의 가치와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는 순회전 ‘한반도의 평화, 워낭소리’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순회전 공모사업에 선정된 사업으로, 오는 10일부터 7월12일까지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먼저 열리고, 이후 7월21일부터 8월28일까지 광주 비움박물관에서 이어진다.

전시의 중심에는 ‘워낭’이 있다. 소의 목에 달던 방울인 ‘워낭’은 농경사회에서 소를 보호하고 액운을 막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전통 민속품인 워낭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고근호 작가 작품(사진 上)과 오는 10일 서울에서의 순회전을 앞두고 있는 비움박물관이 전시에서 선보일 민속품.

이영화 비움박물관 관장은 “요즘 사람들은 워낭이 왜 필요했는지 잘 모른다”며 “소가 움직일 때 울리는 소리와 진동은 뱀을 쫓는 역할을 했고, 소는 한 집안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었다. 워낭은 소를 지키는 액막이이자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이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비움박물관이 50여 년 동안 수집한 워낭 100여 점과 한국 농경시대 민속품들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설치미술가 고근호 작가와 목공예 작업을 하는 목원 작가가 참여해 전통 민속품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에는 ‘시간의 공명’ 시리즈 32점과 ‘시골’ 시리즈 17점 등 총 49점의 설치작품이 소개된다.

전시는 경인미술관 1·2층 복층 공간을 활용해 구성된다. 1층에서는 대형 작품을 중심으로, 2층에서는 소품 위주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옛 물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라져가는 정신과 삶의 가치를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것들은 박물관에 많이 남아 있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가난하게 살아온 흔적은 의외로 만나기 어렵다”며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서로 나누며 살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 속에는 지금 다시 돌아봐야 할 가치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옛사람들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물건을 만들고 사용했다”며 “지금의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그 시절의 삶 속에 우리가 놓친 지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비움박물관이 주목하는 것은 민속품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정신이다.

이 관장은 “상(床)을 이야기할 때도 음식이나 형태는 말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민속품 역시 용도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과 삶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때 워낭은 부의 상징이었고 평화를 지키는 상징이기도 했다”며 “오늘날에는 전쟁과 갈등, 분열을 막아주는 한반도의 평화의 상징으로 다시 읽힐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16년 개관한 비움박물관은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박물관에는 이 관장이 약 50년 간 수집한 한국 근현대 민속품 3만여점이 소장돼 있다.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50여차례의 기획전과 100여회에 이르는 인문학 강좌를 이어오며 사라져가는 생활문화를 기록해왔다.

이 관장은 “1950년대 우리는 콩 한 쪽도 나눠 먹으며 살았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배제하지도 않았다”며 “잘살게 되면서 잃어버린 따뜻한 문화를 되살리는 데 남은 삶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물질문명이 넘치는 시대일수록 눈물겹게 가난했지만 사무치게 아름다웠던 우리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전시가 오래된 미래를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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